김필수 교수 "폐쇄적 조직 분위기 더 걱정"

현대차 그룹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60% 미만으로 떨어졌다. 초비상 상태다현대차는 임원 봉급을 10% 삭감하는 등으로 비상경영을 한다지만 그것으로는 어림도 없다.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지금 현대차 그룹에선 충성고객 이탈이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히 이탈하는 수준을 넘어서 반현대차 전선을 형성하려는 소비자들까지 점점 세를 넓혀가고 있다. 그 심각성을 최고경영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내부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하던 언론마저 이제 체념하는 지경이 됐다.

현대차 그룹의 가장 큰 문제는 불통이다. 제품 결함이나 그에 따른 소비자 불만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덮고 보자는 주의가 만연해 있다. 더 큰 문제는 그 실상을 최고경영자가 모르고 있다는 정황이 너무나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SNS 상에서는 현대차 그룹의 차종을 흉기차로 부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만큼 불신이 대단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흐름이 인터넷 상에서도 당연시 될 정도로 확산됐다. 물론 현대차나 기아차에서 커뮤니케이션팀을 통해 정보를 정확히 알리고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으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것만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지금은 그들이 어떤 해명을 하더라도 아예 처음부터 색안경을 끼고 부정적으로 보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사태에 이르게 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현대차 그룹은 소비자의 피해의식이 갈수록 누적돼 팽배해지면서 오늘에 이르렀다는 인식을 갖고 나서야 한다. 홍보나 올바른 정보의 전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먼저 가져야 한다. 품질결함 등 문제가 생겼을 때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기보다 변명으로 일관하거나 무시하거나 질질 끄는 인상을 주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리콜이 발생하면 초기부터 바로잡고 사과하며, 필요한 보상 등을 제때에 제대로 했다면 지금처럼 부정적 시각이 이렇게 팽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 불거진 내부고발자 문제에도 현대차는 제대로 대응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현대차 그룹은 최근 소비자들이 심지어 현대차 그룹의 차종을 선택후보에서 제외시키고 다른 차종을 선택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직 내부의 근본적인 자세나 패러다임 전환의 중요성이 필요한 시점이란 얘기다. 최근 판매 기조의 변화가 그 명확한 증거다.

 

올해 현대차 그룹 판매량 감소엔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 전반기로 끝났고 노조파업과 추석 연휴가 겹친 탓이 크다고 한다. 그러나 실적이 급감한 이면엔 최근 신차다운 신차가 없었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이탈이 심했음을 부정해선 안된다. 얼마 전 그랜저 신차를 소개하면서 반전을 노리고 있으나 그 이상으로 근본적인 체질변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사실 올해 수입차 시장에 몰아친 악재는 현대차 그룹엔 충분히 호기로 삼을 기회였다. 폭스바겐 공백 사태로 연간 5~6만대 시장이 일부 국산차로 올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시장에선 디젤차의 부정적 시각이 커진 탓에 그 수혜는 하이브리드차의 강점을 지닌 일본차, 미국차 등이 시장을 이어받았다. 수입차 시장 경쟁자끼리의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현대차 그룹은 그 시장을 빼앗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국산차 메이커 3대 마이너라고 할 수 있는 쌍용차의 티볼리 모델과 르노삼성차의 SM6QM6, 쉐보레 임팔라 등에 내수 시장의 상당부분을 빼앗겼다.

 

그 중에서도 르노삼성차의 반등은 왜 소비자가 해당 차종을 선택하였는지 여러 가지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체적으로 소비자가 냉정하게 판단하면서 차종 선택을 신중하게 하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품질 등 경쟁력 있는 차종을 선택하는 소비자의 눈이 그만큼 높아졌다. 현대차는 그 눈높이를 맞추는 데 실패했다.

 

현대차가 이를 극복하려면 우선 소비자 입맛에 맞는 신차를 연계성 있게 내놓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최근 현대차는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신차 소개가 없었다. 지속성 있는 신차의 스케줄을 조정하고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벤트가 필요하다. 이번 그랜저 신차종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게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판단되나 역시 같은 신차 소개가 없는 빈 공간이 발생한다면 소비자는 다른 차종으로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다른 메이커의 차종이 인기를 끈 사실은 높은 품질과 경쟁력 요소를 갖춘다면 소비자는 얼마든 이동할 수 있다는 증거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고유 색깔을 유지하면서 소비자 마음을 유혹하려면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한 특화 요소가 필요하다.

 

아울러 리콜 등 품질문제에 대응하는 자세도 혁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일단 관련 사태가 발생하면 즉시 처리하고 조치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담당자 레벨에서 마무리하려는 인식을 버리고 최고경영자까지 즉시 보고하는 제도를 정착해야 한다. 일선에서 처리하려다 일이 확산되고 나중에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해지면 심각한 후유증을 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리부터 조치하고 상호간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지만 그걸 최고경영자까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은 필수적이다. 숨기려는 문화나 확산되기 전에 무작정 막으려는 조치가 도리어 전체를 흔드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노사분규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금 소비자들 사이엔 귀족 노조로 불리는 현대차 그룹 노조에 대한 부정적 시각 또한 팽배해 있다. 국산차를 산다고 해도 남는 돈은 결국 귀족노조에게 들어간다는 생각은 소비자를 불편하게 한다. 그 인식을 깨지 못하면 현대차 그룹의 미래에 많은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노조와의 문제를 단번에 끊을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면 결국 노조파업으로 인한 조직 붕괴와 소비자의 외면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는 현대차 그룹의 생존을 좌우하는 요소인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분명히 해결하여야 한다.

 

그 모든 해결은 조직구조의 패러다임 전환에서 시작된다. 지금 어떤 개혁이 필요한가를 냉정하게 판단하라는 얘기다. 아직도 조직 내 폐쇄적인 분위기는 걱정스런 수준이다. 상하 질서가 너무 경직돼 있다. 외부 조직에 대한 열린 마음보다 장벽 같은 차단된 문화가 누적돼 있다. 적과의 동침이 없는 순혈주의적 관행과 시스템은 소비자와의 소통에 큰 부담이 된다. 우리가 아니면 안 된다는 인식과 폐쇄적 관행과 갑질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분위기도 더욱 이질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게 한다.

 

글로벌 기업인 현대차 그룹으로선 물론 해외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 입증된 모델이 아닌 경우 해외 시장에서도 자신감을 잃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내외 시장에서의 순차적 문제 해결과 조치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차리고 현실적인 문제점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진심을 다해 내부 문제를 풀고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런 진심을 오래도록 보여야 충성고객이 돌아올 것이다. 지금 소비자는 현대차 그룹 경영진의 진정된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