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치 않은 유통 특화 CEO…서비스 다각화도 적극적

유통 특화 CEO로 불리는 허연수 대표이사가 GS리테일 조종석에 앉은 지 1년이 지났다. 편의점이 중심이 된 성장세가 도드라진다. / 사진=시사저널e

 

유통 특화 최고경영자(CEO)로 불리는 허연수 대표이사가 GS리테일 조종석에 앉은 지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GS리테일 핵심 사업부 GS25는 국내 단 두 개뿐인 1만 점포 유통 채널로 성장했다. 전기차 충전에서 알뜰폰 사업까지 화려하게 늘고 있는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12월 GS그룹이 승진인사를 발표했다. 2003년 취임 후 12년 넘게 GS리테일을 경영해온 허승조(65) (당시) 대표이사 부회장은 2선으로 물러났다. 대신 오너가 3세 허연수 대표이사가 자리를 물려받았다.

물러난 허승조 부회장은 허만정 창업주의 막내 아들이다. 경영일선에 있었던 마지막 2세였다는 얘기다. 허 창업주는 자녀 8명을 뒀다. 허연수 대표는 허만정 창업주의 4남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유통 특화 CEO의 편의점 공격적 출점


1961년생으로 고려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허연수 대표는 1987년 럭키금성에 입사하며 얼굴을 알렸다. 허 대표는 재벌가에서 흔치 않은 유통 특화 CEO다. 그는 2003년 GS리테일 신규점 기획부문장을 맡은 이후 GS25 사업부문장 등을 거치며 허승조 부회장을 도와 편의점사업을 주력 사업부로 키우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 받는다.

또 허 대표는 MD부문장과 영업부문장을 거치기도 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LG상사에도 재직했고 마트 업무도 경험하는 등 유통에 밝은 CEO”라고 설명했다.

올해 GS25는 국내 ‘유이’한 1만점포 채널이 됐다. 다른 한 채널은 숙명의 라이벌 CU다. 3분기말 기준으로 GS25 점포수는 1만 362개다. 지난해보다 1000개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말 GS25 매장수는 9285개였다. 당초 GS리테일이 밝힌 올해 출점 목표치는 1300개였다. 이를 감안하면 연말에는 매장 1만600개 이상 거느릴 것으로 보인다.

허 대표 취임전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더 도드라진다. 2014년 GS25 매장은 전년도에 비해 516개가 늘었다. 출점수가 크게 늘기 시작한 시점은 2015년이다. 2014년에서 2015년 사이에는 995개 매장이 더 생겼다. 2015년은 허연수 대표가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를 총괄하게 된 시점이다.

다만 GS리테일 관계자는 “기복 없이 출점해왔다. 다른 업체들이 출점보다 많이 폐점할 때도 꾸준히 출점해 상대적으로 다소 많이 한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허 대표는 편의점 산업 성장세 덕분에 공격적으로 출점했다. GS25가 금융당국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편의점 시장 총 매출규모는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성장한 20조 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4년 전이던 2012년 매출규모는 11조 7000억원이었다.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시장이 커졌다는 얘기다.
 

GS25는 다양한 서비스로 움직임을 넓히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 에넥스텔레콤과 손잡고 바로유심 판매도 시작했다. / 사진=GS25

 

산업통상자원부가 매달 발표하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서도 10월 기준 편의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5%나 늘었다. 0.9%에 그친 대형마트를 압도하는 수치다. 특히 가공식품 매출이 17.6%, 즉석식품 매출이 47.4%나 늘었다.

이 덕에 GS리테일 매출도 상승세다. 3분기 GS리테일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5.3% 늘어난 1조9800억원이다. 특히 편의점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7.6%, 28.6% 성장하면서 전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 서비스 다각화에 사업 늘리기까지

허 대표 취임 후 편의점의 서비스도 다각화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서비스는 커피와 도시락이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허 대표 취임시기와 맞물려 시작한 원두커피 카페25는 올해 10월까지 11개월동안 2052만잔이 팔렸다. 올해 11월까지 카페25는 전국 4000개 점포에서 판매 중이다.

편도족(편의점 도시락 애호인구) 증가 덕에 고속성장세를 탄 이른바 도시락 매출은 10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7%가 늘었다. 정재현 GS리테일 편의점 도시락MD는 “고객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맛과 컨셉의 상품을 경험해 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올해 6월에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GS25서귀대포점에 전기차 충전사업 설비를 구축했다. GS25는 전기차 보급 추이에 맞춰 GS25와 GS수퍼마켓으로 전기차 충전 설비 구축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GS25는 지난달 17일부터 알뜰폰 사업에까지 진출했다. 알뜰폰 사업자 에넥스텔레콤과 손잡고기본료 0원에 무(無)약정, 기본 음성 50분 또는 데이터 100MB를 제공하는 ‘바로유심’ 판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바로유심의 최대 장점은 기본료가 없는 알뜰한 요금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허연수 대표 취임 후 서비스 상품이 많이 늘었다. 전기차 충전이나 스마트폰 배터리 대여, 알뜰폰도 이 같은 움직임의 일환”이라며 “고객들에게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MD의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허 대표의 서비스 다각화 승부수는 성공할 전망이다. 궁극적으로는 국내 편의점 산업이 일본과 마찬가지로 맞춤형 서비스 업태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편의점 성장세 보도 당시 기자의 취재에 응한 강보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박사의 분석은 이 같은 추정에 설득력을 더 한다.

강 박사는 “일본 편의점은 촘촘한 유통망을 활용해 노인맞춤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며 “국내에서도 노인층이나 쇼핑이 자유롭지 못한 소비자들을 겨냥해 반조리형태 식품을 판매‧배달하는 서비스가 시작되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만의 냉장고 등 모바일 채널을 적극 활용하는 점도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주요 상권에 네트워크망을 구축한 편의점은 향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옴니채널 유통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편의점 플랫폼 확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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