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7거래일 연속 순매도…트럼프 정책 영향에 속수무책
최근 주가하락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5위까지 떨어진 한국전력이 8일 상승 마감했다. 그러나 이날도 외국인은 순매도를 이어가면서 주가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까지 벌써 8거래일 연속 순매도 중이다.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전력은 전일 대비 500원(1.14%) 상승한 4만4300원에 마감됐다. 그러나 코스피가 2000선을 회복하고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부분 강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상승폭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더구나 한국전력은 최근 두달간 하락세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전력은 올해 9월까지만 해도 5만원대를 넘어 6만원 위에서 거래됐다.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2위를 두고 SK하이닉스, 현대차 등과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9월말 이후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며 주가도 힘을 잃었다.
외국인은 이날 잠정치 기준으로 한국전력 주식 224억원 어치를 내다팔았다. 최근 7거래일 연속 순매도이다. 시야를 넓혀 보면 지난 9월28일부터 이날까지 50거래일 동안 겨우 9거래일만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은 약 1243만주, 2855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이 연일 팔아치우고 있지만 한국전력에 대형 악재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 누진제 요금 개편안이 지난 6일 산업자원부 통상에너지 소위를 통과했으나 채택된 절충안은 한국전력 수익성에 대규모 악재로 보기 힘들다.
지난 6일 산업자원부 산업자원통상위원회 통상에너지소위에서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세를 현행 6단계 11.7배에서 3단계 3배수로 조정하는 개편안을 잠정 채택했다. 최종안이 나오는 시기는 이달 중순께가 될 예정이지만, 개편안은 1일부터 소급 적용된다.
채택된 방안에서는 1단계 요율을 93.3원으로 현행 1단계보다 올랐다. 2단계에는 현행 3단계(201~300kWh) 요일인 187.9원이 적용됐고 3단계에는 현행 4단계(301∼400kWh)인 280.6원을 적용하도록 했다.
개정된 누진제 요금안이 통과되면 전기요금은 평균 11.6% 인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요금제 인하에 따른 전력수요 개선 가능성도 있어 한국전력의 수익 감소폭은 실제로 적용해봐야 알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더구나 누진제 요금제 개편안이 구체화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실보다 득이 크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부터 누진제 등 악재가 해소되고 있으나 외국인은 계속해서 매도하고 있다"며 "한전 주가 판단의 핵심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요금인상 가능성과 미국 금리 상승폭"이라고 지적했다.
누진제 개편은 예상보다 부담이 크지 않으나 향후 요금 전망은 부정적이다. 특히 이달초 전기 요금 원가 공개에서 총괄원가는 51조원 수준으로 총수입 54조원에 미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내년에도 7.4% 가량의 요금인하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인플레이션 정책도 한전주가에는 하락 요인이다. 상대적으로 경기방어주로 분류되는 전력회사는 인플레이션 상황에 주가 상승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연합 등에서는 4분기 전력회사를 포함한 유틸리티 종목들이 10% 가량 하락했다.
한국전력은 아시아 유틸리티 종목 가운데 시가총액 기준으로 최상위로 꼽힌다. 이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하는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지윤 연구원은 "외국인은 유틸리티 주식을 채권과 같은 고정수입 자산으로 보는 경향이 강한데 트럼프 당선으로 인플레이션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며 "외국인의 기계적 매도를 이끌고 있는 미국 금리상승이 어느 수준에서 진정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