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서 돌직구 비판…일각선 도매금 취급 경계도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를 마친 후 청문회장을 나서고 있다. 왼쪽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 사진=뉴스1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돼 다음날 새벽에야 끝난 청문회의 주인공은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 비선실세 최순실(60) 씨 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40) 씨도 주요 조연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신스틸러(Scene Stealer)는 단연 여명숙(51)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었다. 주요 타깃은 여 위원장이 차은택(47) 씨 후임으로 단장을 맡았던 문화창조융합본부였다.

여 위원장은 이날 단장 재직 중 가장 큰 문제를 묻는 도종환(61)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합법을 가장해 구조적으로 국고가 새어나가게 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여 위원장에 따르면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은 알려진 904억원보다 훨씬 많은 1300억원의 예산을 총괄한다.

여 위원장은 4월8일 단장에 취임했지만 채 100일이 안된 5월30일 사임했다. 여 위원장은 해임통보를 하는 김종덕 당시 장관에게 사유를 묻자 “대통령이 내려보내라고 했다는 답을 들었다”고 청문회서 폭로했다.

미래부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복잡하게 얽힌 조직구조가 되레 탈법의 통로가 됐다는 증언도 있었다.

여 위원장은 “결재라인이 어디냐고 물으니 (부하 공무원들이) 미래부라고 하더라. 그래서 미래부에 (문제를) 보고하러 가자했더니 (그땐) 우리는 문체부 직원이니 거기 갈 필요 없다고 했다. 이에 영수증 달라하니 그건 콘진원 업무기 때문에 단장이 볼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그래서 문체부에서 기획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으니 그땐 또 미래부 조직이라고 답하더라”고 주장했다.

문화창조융합벨트는 박근혜 정부 국정기조인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를 섞어놓은 명칭이다. 문화융성 주무부처는 문체부고 창조경제 주무부처는 미래부다. 지난해 2월 11일 문화창조융합센터 개소를 겸해 열린 문화창조융합벨트 출범식에도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김종덕 문체부 장관, 최양희 미래부 장관,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 등이 함께 참여했다.

문화창조융합센터 개소를 겸한 이날 출범식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김종덕 문체부 장관과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 최양희 미래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신제윤 금융위원장, 남경필 경기도 지사와 유관 기업인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전임단장은 대통령과 여러 장관이 모두 참여해 출범식까지 연 조직이 영수증 처리조차 주먹구구로 했다고 폭로를 해버린 모습이다.

다만 도매금 취급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정을 아는 한 문화산업계 관계자는 “한류 관련 지원재단은 이미 문체부 산하에도 여럿 있다. 하지만 문화창조융합벨트는 벤처를 키운다는 측면에서 기존 재단들과는 확연히 성격이 다르다. 이미 고용창출 효과도 있다. 거길 없애면 (지원받은) 그들은 또 어딜 가라는 말인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열심히 준비해 벨트에 들어가서 성과 내고 일하는 벤쳐들은 들러리인가. 실제 벨트에 가보면 (젊은 기업가들이) 한 번 해보려는 분위기가 물씬 난다”고 덧붙였다.

실제 문화창조융합벨트에는 기획과 개발, 제작 등을 담당하는 벤처단지와 인재양성을 도맡은 아카데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비돼 있다. 따라서 비선실세와 이에 협조한 공무원들에게 분명한 책임을 묻되 사업자체를 백지화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의 관계자는 “하나를 생각하면 그 이상은 보지 않고 딱 거기에 그치고 마는 것 같다”고 당국자들을 비판했다.

여명숙 위원장도 6일 청문회서 문화창조융합벨트의 존재 의의를 묻는 질의에 “(문제가 있지만) 목욕물 버리려다 애까지 버릴 수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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