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전기차에 첨단 IT기술 접목…2020년 자동차 부품업체 도약

스마트폰이 자동차에 스며 들었다. 정보통신(IT) 기업은 IT기술을 이식할 새로운 숙주로 자동차를 지목했다. 스마트폰에 바퀴를 단다는 발상이나 흡사하다. 삼성과 LG 자동차 전장부품(VC) 사업이 내년을 분기점으로 2020년쯤 메이저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로 도약하는 플랜을 세웠다.

전기자동차(EV)는 IT기업에 호재다. 배터리와 전기 모터만을 이용해 구동하는 전기차는 복잡한 계열사 확보가 필요 없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국내 1, 2위 IT 기업 총수는 차량과 IT 기술 융합을 일찌감치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통신 모듈에서 반도체에 이르는 차량용 부품 생산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두 기업은 각종 자동차 부품 대부분을 기존 기술 응용으로 생산한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TV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기술력이 접목되는 점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동차 전장부품 개발·생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 사진 = 김태길 미술기자

지난해 12월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장(전기·전자 장치 부품)사업팀을 신설했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기술력을 바탕으로 바퀴와 동력기관을 제외한 모든 차량용 부품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앞서있다. 구 회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친환경 스마트카 부품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LG전자는 또 2013년 7월 LG전자 VC(Vehicle Component·자동차 부품)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올해 전기자동차 부품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한 LG전자는 내년부터 스마트카 부품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몇 년 동안 제너럴모터스(GM),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선행 연구개발(R&D) 제안을 적극 해 온 성과가 내년부터 구체화된다. 내년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부터 핵심 커넥티드카 부품을 수주하거나 수주 전 단계에는 도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전자 VC사업본부의 올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47% 성장한 2조7000억원을 기록하고, 2020년에는 7조원에 도달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내년 3분기에 하만 인수를 마무리한다. 자사 사업 조직과 융합, 2018년부터 사업을 본격 추진할 조직 기반을 다진다. 내년에는 조직 융합과 기초를 다지고, 2018년부터는 자율주행·커넥티드카 부문에서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만의 지난해 전장 매출은 약 50억달러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기반 차량 부품 생산에서 LG전자에 크게 뒤지지만 계열사 삼성SDI를 주축으로 BMW, 폭스바겐, 아우디 등에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 중이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스마트 기능이 대거 접목될 아우디 차세대 차량에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진출한 전장 시장 성장 속도로 볼 때 2020년 이후 글로벌 톱 30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더불어 메르세데스 벤츠, BMW,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 정보기술(IT) 기업과의 공동 개발로 커넥티드카 개발에 속도를 붙이면서 한국이 향후 전장 메카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자동차 핵심은 파워트레인에 있었지만 전기차나 커텍티드카는 전자·IT 부품의 기술력이 핵심이 될 것”이라면서 “한국이 모바일 강자에서 모빌리티 강자로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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