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사실 공식 인정하고 당국에 규제 완화 요청…구글은 핵심인력 줄줄이 퇴사

애플은 지난달 22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자율주행차 개발과 관련한 서한을 공식 제출했다. 사진은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 / 사진=뉴스1

 

애플이 자율주행차 개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이 부문에서 오랜 기간 공들여온 구글이 주춤한 사이 애플은 공격적으로 시장에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달 22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자율주행차 개발과 관련한 서한을 공식 제출했다. 이 서한에서 스티브 케너 애플 제품통합 이사는 “우리는 그동안 머신러닝과 자동화 분야 연구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다"며 "교통을 포함한 많은 영역의 자동화 시스템의 잠재력에 고무돼 있다"고 밝혔다. 케너는 포드 자율주행차 부문 이사를 맡았던 인물이다.

애플은 또 이 서한에서 자율주행차 개발과 관련해 가장 큰 걸림돌인 규제에 대한 부문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차와 관련한 새로운 안전 기준을 빨리 만들고 규제를 지나치게 강화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애플 측은 “우리는 머신 러닝과 자동화 시스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당국에 의견을 제출했다”며 "최고의 성과를 낼 운영방식을 만들기 위해 NHTSA와 협력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자율주행차 개발 부문 큰 형님 구글은 본격적으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애플과 대조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핵심 개발자 및 책임자가 잇달아 퇴사해 심지어 자율주행차 사업을 접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 바 있다.

구글은 2009년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를 출범할 당시 15명의 핵심 엔지니어를 채용했다. 이 멤버중 핵심은 카네기-멜론대학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고 있던 크리스 엄슨과 프로젝트를 이끄는 세바스찬 스런이었는데 두 사람 모두 줄줄이 퇴사했다. 이 두 핵심인물 뿐 아니라 또 다른 초창기 멤버 앤서니 레반도프스키와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개발담당 데이브 퍼거슨은 회사를 나가 스타트업을 차렸다.

구글 자율주행차 멤버들이 잇따라 퇴사한 건 구글이 자율주행차 사업을 구글 모회사 알파벳 산하로 넣으려 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알파벳 산하로 들어가면 주주들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단기성과 압박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단기성과 압박은 장기간 투자하고 마음껏 연구할 분위기를 해친다. 실제로 구글 미래먹거리 사업 ‘프로젝트 윙’은 알파벳 산하로 옮기자마자 재정압박을 받게 됐고 결국 인력들이 회사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의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개발 움직임이 이같은 구글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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