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구조조정, 중소 업체 실적부진 이어져…상황 반전 쉽지 않을 듯

건설 엔지니어링 업계가 침체의 늪을 헤매고 있다.건설 대기업들이 연이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또한 중소 엔지니어링 업체의 업황도 악화되고 있다. 낮은 용역대금과 엔지니어링 산업구조가 그 원인이다. 정부 차원에서 건설 에니어링 업계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실제 업계에 활력이 돌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엔지니어링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포스코엔지니어링은 올해 들어 400여명이 퇴사했다. 직원 1200여명 가운데 30%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 연말까지도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2013년부터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플랜트 부문 적자 때문이다. 

최근 여러 건설 대기업들은 플랜트 부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엔지니어링 부문 인력들도 회사를 나가고 있다. 3~4년 전만 해도 고액 연봉을 들여 영입한 인재들이 회사에 등을 떠밀리는 상황이다. 

두 회사의 구조조정이 엔지니어링 업계가 처한 열악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업계 차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설 엔지니어링은 건설업계에서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인식된다. 엔지니어링은 ▲설계 ▲시공 일정관리 ▲유지관리 등을 통칭한다. 시공사업 이익률이 2~3% 대라면 엔지니어링은 10%대의 이익률을 보장하는 것으로 업계 관계자는 설명한다. SOC 예산 축소, 국내 주택경기‧해외건설 경기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건설업계의 ‘성장동력’으로 인식된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목표로 하는 EPC(설계‧기자재 조달‧시공) 및 디벨로퍼(프로젝트 제안 및 기획‧금융조달 등 EPC를 넘어 모든 시공 사후관리까지 사업 전 과정 관리) 역량 강화에도 엔지니어링은 필수 요소다.

엔지니어링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저유가로 플랜트 수주실적이 악화되면서 여러 건설업체가 사업부문을 조정 중이다. 이 과정에서 엔지니어링 기술자들도 회사를 나가고 있다”며 "건설 엔지니어링이 고부가가치 영역, 성장동력이라 불리지만 말뿐인 현실"이라고 말했다.

엔지니어링 업계 침체는 대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소 건설엔지니어링 전문 기업들도 열악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건설기술 세미나’에서 이상호 건설산업연구원장이 발표한 ‘건설기술관리업의 글로벌 전략’ 발표자료에 따르면 전체 건설 엔지니어링 기업의 89.4%가 연간 수주액 10억원 미만 영세 기업이다. 영세 업체들이 '제살 깎아먹기를 거듭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술개발은 물론 생존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엔지니어링 산업의 구조와 제도에서 문제점을 찾는 시각도 있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공공기관이 발주한 200억원 이상 공사의 설계, 감리비는 적정 대금요율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영준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는 엔지니어링이 고부가가치 사업이라기보다 ‘서비스업’이란 인식이 강하다. 단순 용역사업이란 인식으로 엔지니어링 용역 대금 지급액 자체가 작다”며 “국내 건설 엔지니어링 업체들은 관급공사 의존도가 심하다. 업체 규모가 작고 업체수가 많은 상황에서 저가수주를 부른다. 이는 재무구조 악화와 엔지니어링 경쟁력 강화를 저해하는 요소다”라고 말했다.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 1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 뉴스1
한국엔지니어링 협회는 업계의 이같은 어려운 사정을 시정해달라는 요구안을 정부 측에 전달했다. 이에 정부는 10월 19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열린 '제16차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공사비 요율 방식 세분화(엔지니어링 대가 지급 기준 세분화) ▲종합심사낙찰제 도입(기술 중심 평가) ▲엔지니어링 기업 해외 진출 지원 방안 등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같은 방침이 ‘엔지니어링 산업 육성’의 물꼬를 텄다며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실제 엔지니어링 업계 실적개선에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엔지니어링 업계 관계자는 “건설 엔지니어링 업계 실적부진은 만성화된 상태다. 정부부처 간 엔지니어링 진흥 관련 법안 중복 등 해결해야 될 현안이 산적해있다”며 "실제 엔지니어링 업계 활성화까지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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