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기간중 플랫폼과 콘텐츠 기업 결합에 부정적 시각 드러내…7일 열릴 의회 청문회에 촉각

일단 AT&T 입장에서 트럼프 당선자의 그간 입장은 양날의 칼이 된 모습이다. 이때문에 7일 열리는 상원 청문회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 사진=뉴스1

  

미국 2위 통신기업 AT&T가 콘텐츠 경쟁력을 담금질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생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AT&T 입장에서 트럼프 당선자의 그간 입장은 양날의 칼이 된 모습이다.

이달 7일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 소속 반독점 소위원회가 미국 2위 통신기업 AT&T가 미디업계 3대강자인 타임워너를 인수‧합병하기로 한 건에 관한 청문회를 개최한다. 청문회에서는 매각 당사자인 두 회사 주요 의사결정자와 임원이 나와 인수‧합병 배경과 향후 계획에 관해 답변을 할 계획이다.

앞서 AT&T는 지난10월 22일 총 854억 달러(한화 약 97조4400억 원)에 타임워너를 인수하기로 양사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AT&T는 케이블TV 공급업계에서도 3위 기업이다. 타임워너는 할리우드 케이블방송 HBO와 투자배급사 워너브러더스, 케이블 뉴스채널 CNN 등을 보유하고 있다. AT&T가 통신과 케이블 플랫폼에 방송 콘텐츠와 영화투자배급, 뉴스까지 얹어 완전한 수직계열화를 이루겠다는 복안을 대놓고 공개한 셈이다.

상원 소위원회는 지난 10월 27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청문회는 인수·합병 거래가 경쟁과 혁신, 영상 콘텐츠의 유통 등을 포함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문회가 관심 끄는 까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기간 중 “당선되면 합의를 파기 조처하겠다”고 강도 높게 주장했다. 청문회를 주도하는 상원 뿐 아니라 하원도 공화당이 다수당 위치를 점했다. 청문회에 대한 관심이 선거 이후 더 커진 배경이다.

AT&T와 타임워너의 결합에 날을 세우는 이들은 플랫폼과 콘텐츠 영역의 지배적 기업이 하나가 된다는 걸 문제 삼고 있다. 통신 사업자가 자회사 콘텐츠를 활용해 결합상품을 내놓음으로써 시장을 유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말하자면 HBO 인기드라마 ‘뉴스룸’을 AT&T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할인가’로 볼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상황에서 AT&T가 파격적인 TV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으며 선공을 날린 모양새다.

AT&T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각)부터 TV스트리밍 서비스 디렉TV 나우를 시작했다. AT&T 이동통신 가입자들은 매월 정해진 데이터를 소모하지 않고 디렉TV 나우를 모바일기기로 시청할 수 있다. 가입자에게는 엄청난 유인책이 되는 셈이다.

뉴욕타임스(NYT) 보도 등을 종합하면 이용자들은 이 서비스를 통해 ESPN과 TBS, 디즈니 등 채널을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TV로 볼 수 있다. 가장 저렴한 요금제는 60개 채널을 월 35달러에 제공한다.

그런데 이 같은 서비스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적극 강조한 ‘망 중립성’과 배치된다는 혐의가 짙다.

망 중립성은 유·무선 통신망을 갖춘 모든 네트워크 사업자가 각각의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통신망을 오가는 데이터나 콘텐츠를 구별 지어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통신망이 철도 등과 같은 중립적 플랫폼이라는 원칙에서 나온 구상이다. 하지만 디렉TV 나우 서비스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데이터 소진을 면제해준다.

눈길을 끄는 점은 트럼프 당선자와 공화당, 통신업계 등은 망 중립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는 데 있다. 결국 AT&T 입장에서 트럼프 당선자와 공화당은 양날의 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7일 청문회에서도 디렉TV 나우 서비스와 망 중립성에 대한 입장이 질문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타임워너 인수‧합병이 현실화하면 AT&T는 지금보다 훨씬 매력적인 콘텐츠를 디렉TV 나우 같은 서비스에 결합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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