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모두 철도차량에 강점… 국토부 지원사격 나서


국내 철도차량 생산기업인 현대로템과 프랑스 알스톰(Alstom)사가 이집트에서 철도차량 납품계약을 따내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로템은 이번 수주를 통해 중남미 시장 진출계획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 측도 현대로템 측 계약성사를 지원할 계획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과 알스톰이 이집트 수도 카이로 메트로 3호선에 납품할 전동차 계약을 두고 경쟁 중이다. 해당 계약은 이집트 터널청이 발주했다. 계약 낙찰자는 전동차 512대를 총 사업비 10억 달러(약 1조 1680억원) 규모로 납품한다. 

현대로템과 알스톰은 세계 철도시장에서 잦은 경쟁을 이어갔다. 2014년 매출액 기준 세계 철도차량 업체 순위로 양사는 각각 12위와 4위이다. 세계 철도차량 시장은 유럽 알스톰, 지멘스 등 상위 10사가 전체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다. 그만큼 양사는 큰 규모의 사업에 자주 얼굴을 맞댔다.

이번 계약 당사자인 양사는 각자 장점을 지니고 있다. 

알스톰은 뛰어난 기술력이 강점이다. 한국의 첫 고속열차인 KTX는 TGV가 원형이다. 알스톰이 TGV를 제작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알스톰사는 시장점유율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캐나다 롬바르디아, 독일 지멘스와 더불어 철도시장 3강에 꼽힌다. 지난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는 알스톰 전력 및 그리드 사업을 인수했다. 이후 알스톰은 철도사업에 더 주력하고 있다. 

올해 8월 1일(현지시각) 이집트 카이로에 위치한 파트너사 세마프(SEMAF) 현지공장에서 현대로템이 이집트 1호선 사업 최종 출고행사를 열었다. / 사진= 뉴스1

현대로템은 철도사업 관련 이집트와 인연이 있다. 현대로템은 2012년 카이로 1호선 전동차 180량 납품사업을 게약했다. 총 사업금액 36760억원 규모다. 당시 현대로템은 기술평가 및 가격평가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하며 수주를 성공했다. 이번 전동차 납품계약 역시 종전 사업 발주처인 이집트 터널청이 담당한다.

 

현대로템은 기술력도 현지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번 사업 최종 후보자에 중국 철도업체인 CSR(South Locomotive & Rolling Storck Corporation​)을 제치고 올랐다. CSR은 세계철도 시장에서 1, 2위를 다툰다. 계약 최종 후보로 오른 만큼 알스톰보다 기술 경쟁력에 크게 뒤진다고 보기 힘들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이번 계약이 2012년 사업의 후속계약은 아니다. 다만 사업 발주청이 이전 계약과 동일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전동차 납품계약을 따내면 향후 국내 건설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집트 전동차 납품이 ▲철도 ▲신호체계 ▲철도역사 건설을 종합하는 턴키방식(EPC) 수주와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토목부문에 해당하는 해외 철도공사 올해 누적 수주액은 2억 4000만 달러다. 이는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 23억 4000만 달러의 10%에 달한다. 최근 건설업계는 토목 등 인프라 부문 수주를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토부 측도 이번 이집트 철도차량 수주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수주전이 올 3월 양국정상이 맺은 ‘한‧이집트 금융협력업무협약(MOU)’과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수출입은행과 이집트 국제협력부는 대외경제협력기금 7억 달러, 수출금융 23억 달러를 인프라 분야에 투자할 것을 협의했다. 협약에는 총 25억 달러 규모 카이로 메트로 5호선 건설사업도 포함됐다. ▲철도(총 연장 24km​신호체계 ​전동차 공급까지 한번에 이뤄지는 턴키방식 사업이다. 이번 수주성사가 후속 사업 성사에 긍정적 기류로 이어질 수 있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30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이집트를 방문해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 등과 함께 MOU 내용 및 카이로 메트로 3호선 사업 수주 지원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최근 알스톰이 자국 정부의 금융지원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사업수주전이 장기화되고 있다. 당초 최종 계약자 선정일인 3분기를 넘어 협의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국토부의 수주지원으로 현대로템은 알스톰과 동일하게 정부 지원군을 얻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세한 사항은 협의 중이라 언급하기 힘들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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