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비율 재산정 요구 거절 드러나…이재용, 청문회서 집중 포화 맞을 듯

오는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조특위 청문회 출석을 앞두고 있는 삼성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 사진=뉴스1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감사 특별위원회의 1차 청문회를 앞두고 삼성물산 합병 관련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검찰은 특검으로 사건 이관 전 삼성 수사에 집중할 예정이다.

지난해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만난 자리에서 국민연금은 삼성 측에 합병비율 재산정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사실이 밝혀졌다. 정재영 국민연금 책임투자팀장이 지난달 30일 국조특위 기관보고에 출석해 밝힌 내용이다.

당시 홍 전 본부장과 이 부회장 간 만남은 삼성물산 합병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열흘 앞둔 지난해 7월 7일 진행돼 부적절 논란이 있었다. 만남에는 국민연금에선 홍 전 본부장과 정 팀장 등 4명, 삼성에선 이 부회장과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미래전략실 사장이 참석했다. 

정 팀장은 합병 비율 재산정 요구에 대해 당시 삼성 측이 "이미 합병 비율을 발표했기 때문에 제일모직 주주 입장에서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쉽지 않다"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만남 사흘 후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이례적으로 외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결정을 생략한 채 내부인사들로 구성된 투자위원회 결정만으로 최종 입장을 정했다. 이 과정에서 홍 전 본부장은 합병에 부정적인 내부 인사를 교체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삼성의 대가성 규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적극적으로 우호 지분 역할을 한 배경을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 윗선의 개입이나 지시가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광 당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불러 조사를 했다. 문 전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조특위 기관보고에서 당시 개입할 여지도 없었고 청와대 등의 외압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검찰은 최씨 측에게 삼성이 94억원가량을 지원한 것과 관련해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어느 선까지 개입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오는 6일 청문회에 다른 재벌 총수 8인과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다. 재벌 총수들을 제외하고 다른 증인·참고인 대부분이 삼성물산 합병 관련 의혹 당사자로 채워져 사실상 청문회에선 의원들은 이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야당은 이번 사건에서 삼성을 사실상 정경유착의 공범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과 홍 전 본부장을 상대로 모임 당시 대화에 대한 집중 추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이 부회장을 상대로는 지난해 7월과 올 2월 두 차례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시 대가성 논의가 오갔는지를 두고 파상공세가 이어질 예정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오는 6일 국조특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이다. 이날 청문회에선 이 부회장이 의원들의 집중 포화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일 재벌 총수들을 제외하곤 대부분 증인·참고인이 삼성 의혹 관련자들이다. / 사진=뉴스1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 간 합병 비율은 의혹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 지난해 5월 26일 삼성은 삼성물산 합병 안을 발표하며 두 회사 간 합병 비율을 1 대 0.35로 결정했다. 

이 같은 합병 비율에 구 삼성물산 주주였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등과 국내 소액주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제일모직 지분을 많이 가진 총수일가에 유리하게 산정된 비율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 삼성 총수일가는 제일모직 지분 42.19%를 보유한데 반해 구 삼성물산 지분은 1.41%를 갖고 있었다. 제일모직 주식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될수록 합병 회사에서 총수일가의 지분이 더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이는 구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06%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되는 결과를 낫게 됐다.

더구나 합병 이전 구 삼성물산 주가가 낮게 관리됐다는 의혹도 강하게 제기됐다. 총수일가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만들기 위해 합병 안 발표 이전에 구 삼성물산 경영진들이 의도적 소극 경영을 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여기에 국민연금도 가세해 구 삼성물산 주식을 매도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이었다. 

시장에선 지난해 초 주택경기 회복으로 건설업종의 실적 개선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이 기간 주요 건설회사들은 실적 개선으로 주가가 대거 올랐다. 지난해 1월 2일과 5월 22일 종가를 비교했을 때 건설업 주가는 28.7% 상승했다. 삼성물산을 제외한 주요 건설사들도 각각 17.2~33.0% 사이의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기간 주요 건설사 중 유독 삼성물산만 주가가 8.9% 하락했다.

서울고법은 지난 5월 일성신약 등 구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주식매수가격 결정 사건에서 주가 관리 의혹을 사실상 받아들였다. 지난해초 구 삼성물산이 다른 주요 건설사들과 달리 주택 신규 공급을 확대하지 않는 등 경영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여기에 더해 구 삼성물산 주가하락에 영향을 끼친 국민연금의 주식 매도에 대해서도 "정당한 투자 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제시한 구 삼성물산 주식매수가격(주당 5만 7234원)보다 9368원 높은 6만 6602원으로 매수 가격을 재산정하도록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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