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실적개선에 '청신호' 기대감…"실질 유가상승폭 제한적" 신중론도

 

석유수출기구(OPEC)가 8년 만에 감산합의를 이끌었다. 이로써 산유국들의 증산 경쟁으로 인한 가격하락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수주 가뭄에 허덕이는 건설업계에도 긍정적인 신호다. 다만 전문가들은 상승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또한 전문가들은 해외건설 실적개선은 장기적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원유 하루 최대 생산량을 종전 3360만 배럴에서 3250만 밸러로 11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앞서 OPEC은 지난달 알제리에서 열린 비공식회의에서 산유량 감산을 합의했다. 하루 산유량을 종전 3350만 배럴에서 3250~3300만 배럴대로 줄이는 계획이다. 이번 감산합의는 회원국별 산유량 감축 할당량을 세부적으로 나누는 실질적 이행계획의 일환이다.

지난달만해도 합의가 이행될 가능성에 대해 시장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OPEC 내 3위 산유국인 이란, 비 OPEC 회원국 중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가 합의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기 때문이다.

알제리 합의 이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지난 10월 11일(이하 현지시각) 알렉산드로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우리는 생산량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방안만을 검토하고 있다. 감산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같은 달 17일 아미르 호세인 자마니아 이란 석유차관은 서방 경제제재 이전 이란 원유 일 평균 원유 생산량이 408만 배럴이었음을 언급하며 “(석유 생산량을) 제재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길 원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이란 양국이 감산합의 뒤 다른 셈법을 구상했다.

이번 합의는 이전 합의와 달리 좀더 강한 구속력을 지닌다. 러시아, 이란을 포함한 각국의 세부 감산 합의량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은 유가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그간 이란을 포함한 각국은 증산경쟁을 이어갔다. 원유시장에서 자국 영향력 확대를 모색했기 때문이다. 이에 2013년 WTI는 배럴 당 110.53달러로 고점을 기록한 뒤 최근 5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이번 합의로 원유공급이 줄어들면 유가상승을 전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원유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3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내년 1월 인도분 가격은 49.4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일 대비 4.21달러 오른 가격이다. 상승폭은 9%대로 9개월 만에 최대치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의 내년 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전일 대비 4.07달러 오른 50.45달러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중이다. 

원유가격 상승 가능성에 건설업계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유가와 해외건설 발주량이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악화되고 있다. 1일 기준 올해 누적 해외건설 수주액은 23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3% 하락했다. 2006년 164억 달러 수주 이후 최저치다. 업계의 해외건설 텃밭인 중동 발주물량 축소가 원인이다. 하반기에도 실적개선이 어렵다는 의견이 업계 중론이었다. 

이번 OPEC 합의로 업계의 해외건설 숨통이 그나마 트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건설 수주에 있어 중동 대체 시장을 찾고 있다. 그래도 중동 건설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플랜트 수주 등 고부가가치 현장 수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이번 합의로 유가가 상승하면 중동 발주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해외건설 수주실적에도 긍정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OPEC 합의로 인한 유가 상승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원유가격 상승은 셰일오일 채산성 증가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셰일오일은 원유의 대체재다. 미국 내 셰일가스 증산이 원유 생산량 감산 효과를 상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종인 해외건설협회 실장은 “이번 합의는 지난달 합의와 달리 강력한 효과를 지닌다. 각국 중요 관계자들이 회의에서 구체적 합의를 이끌었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여전히 원유가격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많다. OPEC 회원국들의 감산합의 이행 여부, 셰일오일 증산이 유가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유가는 50달러 선에서 변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실장은 “유가 70달러선이 해외건설 실적개선 변곡점이다. 해외건설 실적개선은 장기적 시선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전 지대의 모습 /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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