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권선주 행장 관계 악화…2인자 승진 가능성 높아져

안경 고쳐쓰는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박근혜 대통령이

'리틀 박근혜'로 불렸던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다음달 27일 임기를 마친다. 후임 인선은 안갯속이다. 연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 대통령 탄핵이 임박하면서 박 대통령이 아낀 권선주 행장 연임 하마평은 사라진 지 오래다. 권 행장 후임으로 관료 출신 낙하산이 오거나 은행 내부 승진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최순실 사태 이후 낙하산 인사가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순실 사태로 인해 박 대통령이 임명하는 인선작업에 촛불 여론이 옮겨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임직원은 내부자 승진을 기대하는 눈치다. 기업은행 내부 인사로는 박춘홍 수석부행장(전무이사), 김도진 경영전략그룹장 등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정국이 안정된 뒤 인선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이 탄핵되면 행장 인선도 미뤄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부득이한 사유로 권 행장이 은행장 직무를 수행하기 힘들어지면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박춘홍 전무이사 대행체제로 가야한다. 하지만 박 전무 임기도 내년 1월 20일까지다. 인선 절차가 늦어질 경우 기업은행은 내년 1월부터 경영 공백 사태에 빠질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30일부터 기업은행장 유력 후보군을 추려 검증하기 시작한 것도 기업은행장 인선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 "기업은행 행장 공백 사태 막아라"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지분 51.8%를 보유한 국책은행이다. 은행장 인선은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위원장은 각계 의견을 수렴해 제청 후보를 선정해왔다. 제청 형식을 갖추고는 있지만 역대 은행장 인선과정을 보면 대통령이나 청와대 의중이 결정적이었다. 별도 임원추천위원회나 공모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행장 인선 지연에 따른 은행장 공백사태를 막고자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최순실 사태로 잠시 멈췄던 인사 라인을 재가동했다"며 금융위 인선 작업 이유를 밝혔다. 그는 "금융권에서는 차기 기업은행장 인사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위는 임명 제청 일정 등을 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권 행장 연임 여부도 정해진 바 없다고 한다.  

애초 권 행장 후임으로 청와대 보은 인사가 내려온다는 게 중론이었다. 정권 말기인데다 기업은행 특성상 정치권 인사나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가 올 가능성이 높았다. 역대 기업은행장을 봐도 1961년 설립 후 2000년대 조준희 전 행장과 권선주 행장 두 명을 제외하곤 모두 관료출신이 은행장 자리를 차지했다. ​권 행장 후임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렸던 인사에는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있었다. 


탄핵 정국이 시작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박 대통령 뜻대로 낙하산 인사가 내려 오면 성난 여론의 유탄을 맞을 수 있다. 이에 정부나 기업은행에게 보은 인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융업계는 차기 행장으로 관료 출신보다 내부 인사를 포함한 민간 금융인을 앉힐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권선주 행장 연임은 이미 끝났다


권선주 행장은 청와대가 발탁한 여성 은행장 1호다. 권행장은 취임 전 리스크관리본부장을 맡고 있어 여러모로 깜짝 승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권 행장은 박근혜 대통령 총애를 받는 얼마 안되는 인사로 분류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월 공개석상(5개 부처 협업 업무보고)에서 "권선주 기업은행장을 본받으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만큼 권 행장은 청와대 관계가 좋았다. 4·13 총선에서 권 행장은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로 거론되기까지 했다. 행장 취임 초기부터 연임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박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권 행장이 1년씩 평가받는 방안으로 연임이 유력해 보였다.

이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권 행장과 청와대 관계는 상당히 어색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권 행장이 최근 IBK자산운용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호남 출신 부행장 2명을 청와대에 후보로 올렸다 반려당한 적이 있다"며 "기업은행과 청와대 사이 기류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줬다. 청와대에서 권 행장에 대한 불신이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2015년부터 추진한 금융개혁 중 성과중심 임금체계 도입을 추진할 때도 기업은행은 내부 구성원과 이해관계를 조정하느라 난항을 겪었다. 올해 6월 권선주와 임원 41명은 성과연봉제 강행과 관련해 기업은행 노조로부터 고발당했다.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는 이유다.

지난 7월 기업은행은 정부가 '국민 재산 늘리기 프로젝트'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수익률을 오류 공시했다. 기업은행은 당시 금융투자협회 ISA다모아 홈페이지에 '고위험 스마트 MP' 상품의 3개월 수익률을 은행권 일임형 MP 중 최고 수준인 2.05%로 공시했다. 정부가 미는 사업에 '뻥튀기 공시'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길거리 점포사업도 지탄을 받았다. 기업은행은 2011년 부족한 점포수를 늘리기 위해 전국에 노후화된 공중전화 부스 2000대를 임차해 ATM 점포를 설치했다. 1480억원 투자하고 수수료 수익 20억원밖에 회수하지 못했다. 권 행장 경영능력에 오점으로 남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권선주 행장은 박근혜가 애정했던 금융권 최초 여자 수장이었지만 일련의 일들을 잘못 처리하며 청와대와 사이가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은행 내부에서도 권 행장 신임은 추락한 상태"라며 "대부분 권 행장 연임보다 내부 승진자가 또 나오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박춘홍 수석부행장(전무이사), 김성미 개인고객그룹장, 김도진 경영전략그룹장.
◇박춘홍 수석 부행장·김도진 부행장 등 후보군으로 거론

낙하산 인사설과 권 행장 연임설이 사그라들면서 기업은행은 내부 임원에서 행장이 나오길 바라고 있다. 박춘홍 수석부행장(전무이사), 김도진 경영전략그룹장이 신임 행장 가능성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김성미 부행장 이름도 거론된다. 기업은행장은 통상 내부승진의 경우 전무이사나 고참급 부행장이 맡았다.

박 전무이사는 기업은행 부행장 가운데 가장 고참이다. 박 전무는 1956년생으로 영업그룹을 담당하고 있다. 대전고등학교와 충남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기업은행에 1982년 입행했다. 이후 천안중앙기업금융지점장, 충청지역본부장, 기업고객본부장, 경영자원본부장을 거쳐 전무이사가 됐다.

박 전무는 2014년 1월 21일에 전무이사로 올라 2017년 01월 20일 임기가 끝난다. 박 전무는 내부에선 영업통으로 꼽힌다. 기획력과 업무 추진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박 전무이사는 내부 직원들 사이에 평판이 좋다"며 "직원들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권 행장 후임 인선이 늦어져도 박 전무이사가 행장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중소기업은행법 제25조에 따르면 기업은행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전무이사가 은행장의 직무를 대행해야 한다. 권 행장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후임 행장이 정해지지 않으면 박춘홍 전무이사 대행 체제로 가야 한다.

다만 박 전무 임기가 내년 1월까지다. 박 전무 대행 체제로 가면 당장 내년부터 기업은행 경영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에 정부에선 후임 행장을 예정대로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으로 권한 정지가 될 경우 총리가 인사권 행사를 미룰 수 가능서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무 대행체제가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김도진 경영전략담당 부행장, 김성미 개인고객담당 부행장도 고참급이다. 이들은 차별화된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김도진 부행장은 30여년 업력을 쌓아온 베테랑 은행맨이다. 비서실·종합기획부 등 본부 주요 부서와 영업점을 두루 거치는 등 기획능력 및 대외교섭력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그가 맡고 있는 경영전략본부는 은행 경영전략 방향을 수립하고 추진한다. 기업은행 컨트롤타워 역할인 만큼 은행 중요 부서로 통한다.

김성미 부행장은 기업은행에서 유일한 여성 부행장이라는 상징성도 갖췄다. 권선주 행장에 빗대어 '리틀 권선주'로 불린다. 기업은행 잠실트리지움지점장, 서초동지점장, 반월중앙지점장에 이어 남중지역본부장을 거쳤다. 현재 차세대 핵심부서인 개인고객그룹을 담당하고 있다.

김성미 부행장은 업무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이 많다. 2014년 1월에 개인고객본부 부행장이 된 김성미 부행장은 1년 만에 개인 핵심예금 2조원 돌파라는 성과를 거뒀다. 김 부행장은 '나라사랑카드' 사업권도 따내며 업계로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김 부행장을 롤 모델로 삼는 여성 뱅커들이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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