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및 국민연금 관계자 증인 대거 포함…삼성물산 합병관련 의혹에 집중할 듯

오는 6일로 예정된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위 1차 청문회에선 삼성물산 합병 관련 의혹이 중점적으로 추궁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6월 삼성서울병원에서의 메르스 감염·확산 사태에 대해 사과할 당시 모습. / 사진=뉴스1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29일 전체회의를 열어 다음 달 6일 예정된 1차 청문회 증인으로 삼성물산 합병 의혹 관련자들을 추가 채택했다. 사실상 1차 청문회에선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의혹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추가 증인채택으로 1차 청문회 증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 총수 9인과 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김신 삼성물산 사장, 최광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박원오 전 국가대표 승마팀 감독 등 총 15명이다. 당초 증인채택이 유력했던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은 제외됐다. 

 

참고인으로는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 윤석근 일성신약 부회장, 연금공단 자문위원인 박창균 중앙대 교수가 채택됐다. 

 

채택된 인사 중 재벌 총수 8인과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을 제외하곤 모두 삼성물산 합병 의혹 관련자들이다. 자연스레 1차 청문회가 사실상 삼성물산 합병 의혹 청문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인·참고인을 놓고 봤을 때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 전부가 청문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고 이에 대한 대가로 삼성이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의 승마 훈련 명목으로 78억 원가량을 건넸다는 것이 이번 삼성-박근혜정부-최순실 삼각거래 의혹의 핵심이다.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과 홍완선 전 본부장 등 국민연금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참석하는 만큼 의원들의 이에 대한 파상공세가 예상된다.

 

삼성물산 합병 안이 발표된 지난해 5월 26일 이전부터 국민연금은 구 삼성물산 주식을 팔고 제일모직 주식을 사는 거래 행태를 보였다. 

 

합병 이전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각각 42.19%와 1.41%였다. 이에 따라 총수일가는 제일모직 지분가치가 높게 평가 받을수록, 그리고 삼성물산의 가치가 낮게 평가 받을 수록 합병 회사의 지분율을 더 높일 수 있었다. 이는 구 삼성물산이 보유했던 삼성전자 지분 4.06%에 대한 더 높은 지배력을 의미했다.

 

국민연금은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 합병비율을 1 대 0.35로 결정된 후엔 정반대의 투자행태를 보였다. 구 삼성물산 주식을 사고 제일모직 주식을 판 것이다. 장내 구 삼성물산 주가가 합병비율보다 높게 산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하고 제일모직 주식을 매도했다. 합병비율이 이미 결정돼 손해가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구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이 기간은 구 삼성물산 3대 주주였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합병 반대를 공식화하고 목소리를 높이던 시기였다. 엘리엇은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여기엔 일성신약 등 구 삼성물산 일부 주주들까지 합세했다. 일성신약 등 국내 소수 주주는 법원에 합병 무효 등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삼성으로서는 임시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을 위해 구 삼성물산이 보유했던 자사주 5.76%까지 우호적 투자자인 KCC에 매각할 정도로 다급한 상태였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 안 통과에 수월하도록 지분을 높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재용의 기금운용본부장과의 만남, 절박함 보여주는 것" 

 

홍 전 본부장은 당시 기금운용본부장으로 7월 7일 다른 관계자들과 함께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 합병 안 찬반 결정을 위한 투자위원회 개최 사흘 전이었다.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29일 "대통령 행사에만 나타나는 이 부회장이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났다는 것은 당시 얼마나 절박하게 움직였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구나 통상적으로 중요 결정을 앞두고 개최하던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 절차도 생략했다. 투자위가 기금운용본부 내부 인사로 구성된 데 비해 전문위는 외부 인사로 구성된다. 또 투자위에서도 삼성물산 합병에 부정적 인사가 사전에 교체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과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는 지난해 9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 사진=뉴스1

 

   

국민연금은 7월 10일 연 투자위에서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ISS, 서스틴베스트 등 국내외 자문사의 반대와 함께 내부의 부정적 의견도 있었지만 이를 무시했다. 최광 전 이사장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기금운용본부의 투자 행태와 관련해 홍 전 본부장과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홍 전 본부장의 연임을 거부했다가 정부 측의 퇴진 압력을 받고 홍 전 본부장과 동반 사퇴했다. 

 

국민연금은 찬성 결정 배경 중 하나로 국내 기관투자자 22곳 중 21곳이 합병에 찬성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한화증권은 유일하게 부정적 보고서를 냈다. 주진형 전 사장은 당시 한화증권 대표였다. 그는 기관투자자들에 대한 삼성 측의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7월 17일 구 삼성물산 임시주총에서 합병 안이 통과됐다. 찬성 69.53%로 가결에 필요한 지분 66.67%를 겨우 2.86% 포인트 넘긴 수치였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삼성물산 합병으로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삼성 대가성 입증될 경우 박 대통령 등 제3자 뇌물죄 적용 가능

 

이 부회장은 같은 달 25일 박 대통령을 독대했다. 검찰은 당시 대화에서 국민연금의 삼성 지원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최씨 측에 대한 지원 약속이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대가성이 인정될 경우 박 대통령, 최씨, 삼성 모두 제3자 뇌물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삼성은 "최씨 측에 속은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검찰은 이를 뇌물죄 입증 고리로 보고 이 부회장을 소환 조사하고 삼성 서초사옥을 세 차례 압수수색하는 등 대가성 입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의심의 배경에는 삼성 측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최씨 측 지원에 적극적이었다는 정황이 있다. 삼성은 최씨 소유 독일 회사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운영과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 대한승마협회 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등은 8월 초 직접 독일로 건너가 코레스포츠 설립 운영 논의에 참여했다. 삼성은 이후 코레스포츠에 280만 유로(약 35억 원)를 직접 송금하는 등 총 78억 원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최씨 조카 장시호 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센터에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16억 원을 지원했다. 이밖에도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설립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전체 출연금의 4분의 1이 넘는 총 204억 원을 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도 삼성을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아닌 공범으로 보고 있다. 김상조 교수는 29일 한 토론회에서 "삼성이 왜 이런 바보 같은 어처구니없는 짓을 반복할까. 당연히 이건 미래전략실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미래전략실 체제에선 삼성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 같은 일이 재연되지 않기 위해선 미래전략실을 세상 밖으로 꺼내고 권한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연금이 수천억 원의 손해를 보며 삼성 편을 들어준 것은 삼성이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도둑질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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