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일가 특혜대출 논란 소지…은행장 인사에도 영향 미칠까 불안불안

국정 농단 의혹 혐의로 구속기소 중인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27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금융권이 최순실과 관련해 불안증에 걸린 모습이다. 최순실 불똥이 어떻게 튈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진 불법적 거래는 없었다며 안심하는 분위기다. 최순실 국정논단 사태에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 이름이 거론되는 금융기관이 있지만 대부분 담보 대출과 관련된 내용이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대기업과 미르·K스포츠재단 사이에 오간 거액의 출연금 문제 등에선 금융권은 ​비껴갔다며 안도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하지만 최근 부산 해운대 엘시티 논란에 일부 은행이 특혜 의혹 논란에 휩싸였다. 은행권은 최씨와 연관된 불똥이 옮겨붙을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모양새다. 최순실에 쏟아진 거액 대출 건으로 생긴 여론 악화와 행장 선임에 미칠 수 있는 직·간접적 영향도 무시하기 힘들다는 게 은행권 반응이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최순실씨 일가가 서울 강남 일대와 전국에 퍼져 있는 부동산 30여건(부동산 가치 4000억원)으로 은행에서 500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았다. 미상환 금액은 200억원 이상이다. 최씨 일가는 평생 쓰고도 남을 현금을 은행에서 대출받은 것이다. 대출 상환 시기가 되면 다른 담보대출을 받거나 매입 당시보다 더 비싼 가격을 받고 건물을 매각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씨의 담보가 확실했다"며 "은행에서도 망설임 없이 담보대출을 해 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빌딩과 토지가 있는데 못 해줄 이유가 없다. 그만큼 최씨 일가에게 은행은 확실한 자금줄이 되어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이름이 거론된 은행들은 내부적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라고 입장을 전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기관도 피해자"라며 "최씨와 관련한 단순 송금거래 내용만 나와도 질타를 받는다. 최씨나 최씨 일가가 주로 이용했던 은행이라는 이미지로 고객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겼다. 그만큼 보이지 않는 손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삼성 등 대기업이 최씨나 정유라 등에 후원금을 줄 때 해당 은행을 이용했다는 것으로 비판을 받았다"며 "모두 정상적인 거래로 은행이 중간에 이용됐던 것"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대부분 은행에선 대기업이 최순실씨가 개입한 것으로 나타난 미르·K스포츠재단에 700여억원 출연금을 낸 것과 달리 이와 관련한 은행 명단이 하나도 없다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순실 재단 논란에 대기업처럼 은행들이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은 은행에 떨어질 반사이익이 없기 때문"이라며 "애초 대기업처럼 자신들이 원하는 사업권조차 은행에는 없었다. 최씨가 기웃거릴 이유가 없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너가 없는 은행에 접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박근혜 정권 안에 막대한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선 의사결정이 빠른 1인 오너 구조를 가진 대기업이 접촉하기 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시로 은행장이 바뀌는 은행에선 기록이 남기 쉽고 금융당국 감시가 잦다는 점 때문에 은행에 출연금 요구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최순실, 최씨 일가 특혜 논란은 이제 시작


하지만 일각에선 은행도 최씨와 관련이 없다고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씨가 주로 이용한 은행들에서 특혜 대출 등 의혹이 계속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순실과 언니 최순득, 동생 최순천씨가 주로 이용했던 은행은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이다. 최씨 최측근 차은택이 주로 이용한 은행은 IBK기업은행이다. 이 은행들은 최근 본지 조사에 의해 대규모 대출을 한 것으로 확인돼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들이 은행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만 80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파업 관련 회의를 위해 모인 은행권 대표들.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 사진=뉴스1

최순득씨 남편 소유 빌딩에 국민은행 봉은사로 지점이 입점해 있다.최순득씨와 남편 장석칠씨는 이 봉은사로지점과 남대문로 서울업무지원센터에서 삼성동 승유빌딩을 담보로 지난해까지 대출 10건을 받았다. 근저당 채권최고액은 60억원이다. 최순득씨는 이 대출금을 갚지 않았다. 최순실씨도 국민은행 봉은사로지점과 압구정지점에서 6억원 상당 대출을 받았다. 최씨가 지난 10월30일 독일에서 귀국한 후 수억원의 현금을 찾은 은행도 국민은행 봉은사로지점으로 알려져 있다.


KEB하나은행도 최씨 일가가 주로 이용했다. 최씨 일가가 하나은행에서 받은 대출은 11건이다. 금액은 80억원이 넘는다. 하나은행 압구정중앙지점에서 최씨 일가에게 대출이 여러 차례 나갔다. 최순실씨는 2012년 7월 구 외환은행(현 하나은행) 압구정중앙지점에서 신사동 빌딩을 담보로 3억원 이상 대출을 받았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도 이 지점에서 최씨보다 3개월 빨리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를 담보로 1억1000만원가량을 대출받았다.

이 하나은행 압구정중앙지점은 지난해 12월 당시 10대였던 정유라에게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했다. 정유라는 이 보증서를 통해 독일에 있는 하나은행 지점에서 3억원가량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최씨 일가가 주로 이용해 논란을 빚은 은행권은 최근 부산 해운대 엘시티 로비 의혹 한 가운데 서 있는 모양새다. 은행권과 관련된 특혜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는 중이다.

부산은행 등 BNK금융 계열사들이 논란의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엘시티 시행사는 부산은행으로부터 3000억원을 대출받아 군인공제회 상환금 3800억원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은행은 별도의 담보없이 대출해줬다.

이어 지난해 9월 BNK금융그룹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등 산하금융기관은 여신위원회를 열어 엘시티에 1조원이 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승인했다. PF는 사업성을 보고 대출해주는 금융기법이다. 부산은행은 엘시티 PFV설립 당시 재무투자로 18억원을 투자해 주주(지분 6%)로 참가한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적법한 대출이었다"고 밝혔다. 16개 금융기관이 대주단을 구성해 수차례 사업성 평가를 거쳐 적법한 절차에 의해 대출을 진행했다는 것이 부산은행 입장이다. 하지만 엘시티 시행사의 실질적인 소유주인 이영복(66·구속) 회장과 계모임을 같이했던 사람이 최순실로 알려지면서 엘시티 사태는 금융권에 새로운 뇌관이 된 모습이다. 다만 KEB하나,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은 엘시티에 대해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비켜갔다.

이 외에도 금융권 인사에도 최순실 여파가 작지 않아 금융권이 불안해 하고 있다. 최씨 국정농단 사태로 금융권 인사에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 일각에선 '교통정리'를 해줄 수 있는 임종룡 금융위원장까지 차기 경제부총리로 내정되면서 차기 운행장 등 후임자 선정이 불투명해졌다고 전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권선주 행장 후임자로 누가 올지 아무도 모르게 됐다. 임종룡 위원장도 경제부총리로 가게 되고 행장 선임에 최고 결정권자인 대통령도 권한을 잃어 더욱 안갯속이다"라며 "내부에선 권 행장 연임을 바라는 분위기도 아니다. 연임 가능성도 낮다고 보고 있다. 내부 인사가 은행장에 오르기를 바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권 행장은 다음 달 27일 임기가 끝난다. 권선주 행장 후임은 임 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우리은행은 최순실 게이트로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우리은행은 어느 때보다 민영화 성공 의지가 높은 상황이다. 이광구 은행장 연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이광구 행장이 서금회(서강대 금융인 모임) 출신으로 과거 행장에 오르던 당시 최순실 입김이 작용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그런 일은 없었다"며 "내부에서 이 행장이 이뤄놓은 성과에 무임승차하고 싶어 하는 일부 세력이 내놓은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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