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지부 정치파업 반대 과반수 넘어…“임금파업에만 나서는 귀족노조냐” 내부비판 일어

 

‘박근혜 게이트’ 불똥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을 갈라놓고 있다. 민주노총이 오는 30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총파업 방침을 밝히 가운데,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에선 ‘파업 불가’ 의견이 득세하고 있다.

국내 가장 큰 단위노조인 현대자동차지부가 총파업참여를 망설이면서, 노조 내부에서 “임금파업에만 단결하는 귀족노조”라는 자기 비판세력과 “회사사정을 생각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민주노총은 오는 30일 총파업 방침을 밝혔다.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스캔들’이 파업 신호탄이 됐다. 이에 금속노조도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 찬성률 70.26%(7만9684명)로 총파업 참여 안건은 가결됐다. 전체 조합원 14만4650명 중 11만3405명(78.40%)이 투표에 참여했다. 29.36%(3만3293명)만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반면 금속노조 내 최대세력인 현대자동차지부는 반대표가 우세했다. 현대차지부는 24일 진행한 찬반투표에 전체 조합원 5만404명 중 79.19%인 3만9905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52.26%(2만680명)가 반대표를 던졌다. 찬성 의견은 47.59%(1만8840명)에 그쳤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투표를 통해 파업참여를 결정한 만큼 현대차지부도 30일 총파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대차노조 내부에서 반(反)파업 기류가 팽배한 만큼, 노조 집행부가 금속노조 총파업 참여를 선언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는 28일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어 파업 참가 여부와 인원 등을 논의한다.

정치현안과 파업을 연계하는 이른바 ‘정치 파업’을 두고 의견이 나뉘면서, 현대차 내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돼 온 현대차 노조가 ‘황제노조’라는 비난이 이번 ‘박근혜 게이트’ 사태로 증명됐다는 자기 비판도 대두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6대 노조위원장 후보에 나섰던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25일 자신의 블로그에 ‘현대차지부 30일 파업 금속노조 결정에 따라야’라는 칼럼을 게시했다. 그는 글을 통해 “이번 투표 결과를 보면 보며 조합원들에게 실망스럽다”며 “자기들 임금인상에는 85% 이상 파업 찬성을 찍고 나라를 망쳐먹은 박근혜 불신임 투표에는 반대를 찍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람들이 (현대차노조를) 대공장노동귀족이고 제 배 채우기 투쟁만 관심 갖는 돈의 노예요 배부른 돼지라 불러도 할 말이 없다”며 “노동조합이 정치사회 문제를 외면하고 공장 담벼락 안에서 자기 배만 채우려는 게 가능할까”라며 반문했다. 그는 또 “내가 이러려고 노동운동 30년을 했나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현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과정에서 총 24차례 파업했다. 이 탓에 현대차그룹이 떠안은 손실액만 3조1000억원이다. 파업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회사 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파업은 큰 희생을 야기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장기화된 임단협 탓에 파업피로를 호소하는 직원도 늘고 있다. 올해 내내 파업을 진행한 만큼, 직원들의 연말 근무환경은 보장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24년째 현대자동차 생산직에 근무하고 있는 장부영(52·익명)씨는 “귀족노조라는 비판이 있는데, 어떤 귀족이 1년 내내 야외 투쟁을 하느냐”며 “개개인별로 시위에 참여할 수 있겠지만 굳이 노조가 강제적으로 정치파업을 진행해야만 하는 지는 의문이다. 반대표가 50%이상 나왔는데, 이를 무시하고 총파업을 진행하다면 내부 분열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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