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용역대가”…업계 “영상물 제작 2억 8000만원 경우 없어”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47) 씨와 측근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58)이 27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차씨의 포레카 지분 강취와 KT 광고일감 수주 등 그동안 언론보도로 알려진 혐의를 모두 적시했다. 또 조사과정에서 수면 위로 드러난 2014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입 혐의도 확인했다.

검찰이 27일 공개한 차은택씨 공소장에서 적시한 혐의는 크게 4가지다.

우선 가장 길게 언급된 내용은 강요미수다. 차씨가 측근인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김홍탁 모스코스 대표, 김경태 모스코스 이사 등과 함께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지분 80%를 강취하려 했다는 혐의다.

자신의 지인을 KT 전무로 취업시켜 플레이그라운드 일감을 수주하려 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도 적시됐다.

 

검찰 관계자는 “플레이그라운드는 최순실 것이라고 보면 된다. 주식은 8대2 실제로 최순실 씨 (소유)”라고 말했다. 또 배우자를 아프리카 픽쳐스 직원으로 허위등재해 급여를 받은 것도 횡령 혐의가 적용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4년 12월 11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2014 환영 만찬에서 아세안 각국 정상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당시 만찬과 문화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차씨는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추천으로 행사 총괄감독으로 임명됐다. / 사진=뉴스1

 

검찰 조사 과정에서 가시화 된 알선수재도 적시됐다. 검찰은 차씨가 2014년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만찬 및 문화 행사 용역업체 선정대가로 2억8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포착했다. 본지 역시 혐의가 알려진 직후 업계 관계자 말을 빌려 관련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관련기사: [단독] “차은택, 영상제작비 2억8000만원은 상식 밖”)


당시 행사는 ‘2014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기획단’에 의해 주도됐다. 다만 만찬과 문화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차씨는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추천으로 행사 총괄감독으로 임명됐다. 

이에 차씨는 문체부 담당 공무원들과 함께 행사장 조성, 문화공연 준비, 영상물제작, 현장운영 등 30억원 규모 행사대행업체 선정을 논의했다. 여기서 LG계열 광고업체인 HS애드가 등장한다. 한국광고총연합회가 지난해 발표한 ‘광고회사 현황조사’에 따르면 HS애드는 광고취급액 기준 국내 업계 3위 업체다.

차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HS애드 임원 전모씨에게 ‘HS애드가 만찬 및 문화행사 대행업체로 선정되도록 해줄테니 영상물제작 부분을 엔박스 에디트에서 수행하도록 해 달라’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 엔박스 에디트는 차은택 씨가 실소유주인 유령회사(페이퍼 컴퍼니)로 알려져 있다. 

이에 전씨는 차씨가 향후 각종 정부 주관행사 수주에도 도움을 주리라 기대하고 이에 응했다고 검찰 측은 밝혔다. 이 과정을 통해 행사용역을 대행한 HS애드는 차씨 2015년 1월부터 같은 해 4월까지 영상물제작 용역비 명목으로 합계 2억8600만원을 앤박스 애디트에 지급했다. 

차씨 변호인인 김종민 변호사(50)는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김 변호사는 27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삿돈 횡령은 전부 인정하는 입장이지만 다른 범죄 사실은 견해를 달리 해서 법정에서 다툴 여지가 있을 듯하다”고 주장했다. 

알선수재에 대해서도 “영상작업은 차씨가 맡아 진행해 2억8000만원을 받은 것”이라며 “이는 알선의 대가가 아니라 영상작업 용역의 대가”라고 주장했다. 법정에서 법리를 적극적으로 다퉈보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차씨 알선수재 혐의가 알려진 당시 본지와 인터뷰한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큰 행사더라도 영상제작비가 2억8000만원인 경우는 없다. 영상제작에 쓰이는 영상 소스가 있다. 한국관광공사 등에서 얻을 수 있다. 2억 8000만원은 (업계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돈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차씨 관련 혐의는 향후 더 나올 가능성이 높다. 검찰 관계자는 차씨의 문화계 농단과 관련해 “추가의혹들이 있으면 볼 예정”이라며 차씨가 송성각 씨를 차관급인 콘텐츠진흥원장으로 추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계속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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