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대 뒤 최순실 측근 회사 지원 의혹 풀어내야

 

‘최순실 게이트’ 탓에 현대자동차그룹은 초상집이다. 리콜 은폐 논란이 잠잠해질만하니 정경유착 스캔들에 최고경영자(CEO)가 휘말렸다. 정몽구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했다는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국정조사에 돌입하는 여·야 의원들은 정 회장이 민원성 현안을 청와대에 전했는지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는 지난 21일 9명의 대그룹 총수를 다음달 5일부터 시작되는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구설수에 가장 많이 오르내렸던 삼성과 현대차가 여·야 의원들의 집중 포화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는 총수 9명 중 가장 고령인 정몽구(78) 회장의 국조 참석 여부에 주목한다. 일반적인 국정감사에서는 그룹 총수가 증인으로 요청되더라도, 실제 회장이 여의도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극히 드물다. 특히 고령일 경우 건강 문제나 개인 사유로 다른 임원을 참석시키는 게 다반사다. 다만 이번 최순실 사태는 사안의 경중이 다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전 국민이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고, 설사 안 나가겠다고 발표한다면 그 역풍을 어떻게 감당하겠나”라며 “각 그룹 대관부서마다 비상이다. (국조특위가 증인으로 채택한) 총수 전원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업무를 제쳐두고 예상되는 질문과 답변에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이 국회에 출석한다면 여·야 의원들 질의가 빗발칠 것으로 전망된다. 질의는 기존 언론보도 내용과 괘를 같이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정 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만남 당시 오고 간 내용이 국조특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박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 결과 현대차는 안종범 전 수석으로부터 강요를 받고 최순실씨 지인 업체인 KD코퍼레이션에게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물품 11억원 상당을 납품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또 현대차가 차은택 씨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62억원의 광고를 몰아줬다고 발표했다.

현대차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총 128억원을 출연해 삼성(204억원)에 이어 2번째로 많은 금액을 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묶인 현대차 돈만 총 201억원에 이른다.

사건 초기 최순실과의 관계성을 전면 부인하던 현대차는 검찰 수사가 계속되자 “안 전 수석의 검토 요청이 있었다”며 외압 사실을 털어놨다. 다만 출연한 돈의 대가성은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 역시 현대차가 최순실씨의 개인적 이득을 위해 투자 등을 강요받았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증거나 증언을 통해 입증가능한 부분만 기재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정계에서는 정 회장이 국회에 출석한다면 검찰 조사 결과를 그대로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즉, 현대차가 최순실 사태 공범이 아닌 피해자라는 사실을 재차 강조할 것이란 전망이다.

22일 한 새누리당 의원 보좌관은 “전 국민이 국조특위를 생방송으로 지켜볼 것이다. 현대차는 오히려 이를 위기 아닌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예상되는 질의가 뻔한 만큼 그에 맞는 모범답안을 외고 있을 것이다. 결국 정 회장이 빠져나갈 구멍은 자신들이 소위 ‘삥 뜯긴 피해자’라는 사실을 호소하는 것 뿐”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최순실 게이트의 일방적 피해자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검찰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이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7개 그룹 총수들과 독대하기 직전에 ‘각 그룹의 당면 현안을 정리한 자료’를 받아 자필메모한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이 확보한 메모에는 정몽구 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노사문제로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다"고 말한 내용이 적혀있다. 청와대가 이를 단순 기업 현안으로 파악했는지 혹은 실제 현대차 노사문제에 개입했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정 회장이 기금 지원을 논하는 자리에서 반대급부로 ‘민원해결’을 청와대에 호소했을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국조특위에 참여하는 여·야 국회의원 역시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관련 질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질의와 답변이 반복될 시, 오히려 국회 위상이 추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는 만큼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게 국회 중론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안 전 수석과의 만남 등) 검찰 조사결과는 인정한다. 다만 청와대 뒤에 최순실씨 등 비선실세가 있었는지 알고 지원했겠는가. 특혜를 바라고 돈을 출연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이번 정부에서 현대차가 수혜를 입은 부문이 없다.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온갖 추측이 나돌고 있어 일일이 해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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