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신촌·홍대앞 설치돼…여전히 스마트폰 보행자↑

 

22일 홍대 걷고싶은거리에 '보행 중 스마트폰 주의 표지판'이 세워져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주의 표지판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표지판이 세워진 서울 시내 5곳에도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자는 여전히 많았다. 표지판이 눈에 잘 안 띄는 데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안전 의식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탓이다. 

21일 국민안전처 조사 결과 보행 중 스마트폰 관련 차량사고는 2011년 624건에서 2015년 1360건 2배 이상 늘었다. 서울 시민 3명 중 1명(32.5%)은 보행 중에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스마트폰을 보는 시민은 26%다.

스마트폰 안전사고가 급증하면서 국민안전처는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에 의한 안전사고 예방 대책을 세웠다. 취지는 스마트폰 중독 방지 앱(App)이나 교통안전 표지판으로 보행자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교통사고를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대책에 따라 서울시는 6월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을 방지하는 표지판과 보도부착물을 설치했다. 설치지역은 10~30대 보행자가 많고 교통사고가 잦은 시청 앞, 연대 앞, 홍대 앞, 강남역과 잠실역 주변 등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직접 스마트폰 주의 표지판이 설치된 현장을 살펴보니 여전히 핸드폰을 보며 걷는 시민들이 많았다. 시청광장에는 횡단보도 신호등 하단에 표지판이 4개 이상 붙어져 있었지만 시민들 대부분은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소리 인지 거리가 평소보다 40%, 시야폭은 56%이 감소한다.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는 사람들은 표지판이나 부착물을 제대로 보지 못해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표지판이나 부착물이 눈에 잘 띄지 않은 것도 문제다. 신촌 유플렉스나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 설치된 표지판은 가로등 높은 상단에 위치해 시민들이 인지하기 어려웠다. 표지판 크기가 작진 않았지만 사람들이 가로수나 전봇대를 잘 쳐다보지 않는 탓이다.

 

서울 시청 앞 시청광장 횡단보도에 '보행 중 스마트폰 주의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오은주(26)씨는 “홍대 쪽에 살고 있지만 여기 스마트폰 안전 표시판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스마트폰을 하면 화면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표지판이나 부착물을 보기 어려운 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행자 인식이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안전처 조사 결과 응답자 84%가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위험이 높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지만 개선이 쉽지 않다. 스마트폰 차량 사고가 날 뻔했다는 응답자도 22%였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안전대책이 단기간 스마트폰을 하는 보행자들을 줄이기는 힘들다”며 “차량과 사람간의 접촉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스마트폰을 하며 걷는 것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안전처와 서울시는 5곳에 설치된 주의 표지판과 보도 부착물의 효과가 입증될 경우 경찰청과 협의해 정식 교통안전시설로 지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세교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교통안전팀장은 효과 모니터링에 대해 “몇 번 해당 지역을 촬영해서 스마트폰 사용자 변화를 조사한 적은 있었다”며 “지금은 위험을 알리기 위한 시설 설치 시범사업의 일종이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현재 서울 시내 다섯 군데 이외에도 설치 사업을 검토 중이다”며 “내년 초 사업 유지관리비용을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일부를 철거할 것인지 아니면 추가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것인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