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SK 오너 사면 이슈에 최순실 관련 정황…삼성·한화간 빅딜 이슈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그룹 신년하례회에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한화그룹과 SK그룹도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두 그룹 모두 오너 사면 이슈와 관련해 최순실씨와 연관돼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이번 청문회에서 해당 이슈와 관련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2013년 최순실씨의 최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김승연 회장의 사면복권을 미끼로 한화 측에 로비를 제안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12년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박 전무가 접근할 당시 법정 구속 된 상태였다. 박 전 전무는 김 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국가대표 승마선수인 김동선 한화건설 팀장에게 “청와대에 자주 출입하는 최 씨를 통해 김 회장의 사면을 성사시킬 수 있다”고 직접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화는 최씨측이 무리한 요구를 해와 사면 로비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김 회장의 사면은 무산됐다. 김 회장은 지난 2014년초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석방됐으나 현재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있는 상황이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이 부문에 대한 질문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면과 관련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4일 청와대에서 대기업 총수 17명과 오찬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은 오찬간담회 당일과 이튿날에 걸쳐 총수 7명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안에 김 의장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수감 중이었다. 그 뒤 미르와 K스포츠가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각각 출범했다. SK그룹은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등 계열사를 통해 두 재단 설립을 위해 모두 111억 원을 제공했다.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이 낸 금액은 비정상적으로 많은 금액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LG그룹은 두 재단 출범에 모두 78억 원을 출연했는데 SK그룹이 낸 돈은 이 금액의 2배에 육박한다. 박 대통령과 간담회가 열리고 한 달 뒤인 지난해 8월 최 회장은 광복절특사로 사면복권됐다. 대기업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특사명단에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출연기금 댓가가 최 회장 사면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 부대표는 최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삼성은 최순실 일가에게 금품을 헌납하는 대가로 국민연금을 이용한 경영권 승계를 얻어냈고, SK는 특사를 얻어냈다”며 SK에 대한 특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2014년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사옥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사진=뉴스1

아울러 한화의 경우, 최근 삼성과 단행한 방산분야의 2조원대 빅딜이 최순실씨와 관련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삼성과 한화는 양사의 사업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거래라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최씨가 개입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14년 1월 삼성은 한화에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을 약 2조원에 넘기는 빅딜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 측이 개입해 기업 분할 및 결합 심사가 빨리 이뤄졌고,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주고받았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방위산업 특성상 정부 승인·허가 절차가 우선이다. 여기에 한화의 독과점 논란 등 문제 소지가 있었음에도 불구,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약 3개월 만에 양사의 거래를 승인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최씨의 요청을 받은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영향력을 행사해 양사의 거래에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의 방산업체 거래 과정에서 최씨의 딸 정유라씨와 관련된 대한승마협회 회장사가 한화에서 삼성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양사의 방산업체 거래에 승마협회 회장사 관련 사항도 얽혀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이러한 부분에 대한 집중적인 질문이 예상된다.

 

이번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심사와 의결 과정에서 어떠한 외압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한 상태다. 공정위는 지난 10일 해명자료를 통해 “2015년 1/4분기에 이뤄진 한화의 삼성 방위산업 및 화학 분야 인수 관련 기업결합 심사는 공정거래법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정위가 어떠한 외압 없이 독립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심사는 관련 시장 현황 등 관련 자료에 대한 면밀한 검토 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

 

차세대 한국형전투기(KF-X)의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AESA) 개발업체(한화탈레스) 선정에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AESA 레이더는 여러 대의 적 전투기와 미사일 등을 동시에 추적하는 KF-X 전투기의 눈에 해당하는 필수 핵심장비다. 이에 방산업계에선 한화 측과 승마로 인연을 맺은 최순실씨가 한화의 2015년 삼성탈레스·삼성테크윈 인수에 이어 18조원 규모 KF-X 사업까지 밀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화는 2014년 9월 최씨의 딸 정유라(20)씨가 인천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딸 때 승마협회 회장사였다. 그해 11월 한화와 삼성그룹 방산업체 간 합병이 성사됐다. 당시 한화 측이 인수한 회사가 바로 올 4월 KF-X AESA레이더 사업을 따낸 한화탈레스의 전신 삼성탈레스다. 이런 한화-삼성 간 빅딜을 성사하는 데 최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사업자 선정과정의 평가위원으로 참가한 한 교수가 한화탈레스의 연구용역을 수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공정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 관계자는 “AESA 레이더 개발사 선정 과정에 최순실씨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승마협회장 회장사도 2014년 4월 최씨 딸 정유라양의 '공주승마' 의혹이 불거지자 그만 하겠다고 대외적으로 공표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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