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 행태 거센 비판…이승철 부회장도 증인 채택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과 관련해 청와대와 재벌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다. 강제모금 의혹이 서서히 드러나며 정경유착의 창구라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야당을 중심으로 전경련 해체와 자진해산 요구가 빗발쳤다. 국회엔 해체 촉구 결의안까지 제출되며 전경련은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실무 역할을 담당했다. 검찰에 따르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지난해 7월말에서 8월초 사이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에게 전화해 문화·체육재단 설립을 지시했다.

 

이에 앞서 미르·K스포츠재단은 박 대통령 주도 하에 만들어졌다. 한류 확산과 스포츠 인재 양성이라는 명분으로 법인을 설립하되 애초부터 출연금은 전경련 회원 기업들로부터 충당하기로 계획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해 7월 24~25일 양일 간 7개 그룹 총수와 독대했다. SK는 당시 수감 중이던 최태원 회장을 대신해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대신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재단 설립 계획을 밝히고 적극 지원을 요구했다. 그는 이후 안 전 수석에게 재산 설립을 지시하는 동시에 최순실씨에겐 재단 운영을 요청한 바 있다. 그는 미르재단 명칭도 지었고 임직원들도 뽑았다. 

 

안 전 수석의 지시를 받은 최상목 당시 경제금융비서관(현 기획재정부 1차관)은 같은해 10월 이 부회장과 문화체육관광부 실무자가 참석한 회의에서 구체적인 문화재단 설립 날짜와 그룹별 출연금을 확정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회의 다음날 9개 그룹 임원과의 회의에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그룹별 할당액을 전달했다. 이후 안 전 수석의 지시와 전경련의 자체 판단이 더해지는 과정을 거친 후 대상 기업은 16곳으로 확대됐다. 출연금은 486억원이었다. 

 

올 1월 설립된 K스포츠재단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16개 그룹이 288억원의 출연금을 냈다. 박 대통령은 이후 올 2월과 3월 재벌 총수 5명과 허창수 회장을 독대하며 또다시 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을 독려했다.

 

하지만 청와대, 새누리당, 전경련 등 관련 기관들은 강제모금 의혹을 부인하는 거짓말로 일관했다. 청와대도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야당의 의혹 제기를 "유언비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도 청와대와 궤를 같이 했다.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의혹이 불거지는 와중에도 검찰 수사 이전까지 모르쇠와 거짓말을 고수했다. 허 회장은 지난달 10일 한일재계회의 후 각종 의혹을 알고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보고받은 적이 없다"며 "나중에 말하겠다"고만 답했다. 그는 지난 2010년 7월 전경련 회장을 맡은 후 회장직 지원자가 없어 6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년 2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승철 부회장도 9월 말 "두 재단은 기업들의 의견을 모아 내가 낸 아이디어로 설립됐다"며 "안 전 수석의 지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달 2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이어 10월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는 "검찰 수사 중이라 답변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 과정에서 전경련은 정경유착의 연결고리로 지목되며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전경련 위상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해체 압박은 예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여당과 보수적 시민단체에서도 해체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이 상당했다. 여야 의원들이 참여한 해체 촉구 결의안이 발의됐고 자체 해산 요구 움직임도 거셌다. 이 과정에서 여러 회원사로 있던 공기업들은 전경련에서 탈퇴했다.

 

허 회장은 이 부회장과 함께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전경련의 정경유착 행태에 대해 의원들의 거센 질타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검찰 수사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이 박 대통령 주도 하에 이뤄졌다는 점이 밝혀졌지만 전경련을 사실상 공범으로 보고 해산·해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누적된 어버이연합 지원 의혹 등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이 사태의 공범인 전경련은 즉각 해체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 회장은 아울러 GS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42억원에 대해서도 대가성 여부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을 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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