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뇌물죄 의혹 핵심…최순실 적극 지원과 삼성물산 합병 도움 의혹 짙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해 재벌 총수 9인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5대 그룹 포함 재벌 총수 9인이 한꺼번에 국회에 소환되기는 처음이다. 일해재단 의혹 관련 5공 청문회에도 정주영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만 증인으로 출석했다. 총수 9인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 사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했다. 당시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 내고 그룹마다 현안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이에 뇌물 수수 등 총수마다 연루된 혐의와 청문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의혹을 정리한다. [편집자주]

 

재계 1위 삼성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의혹의 중심에 놓여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가장 많은 출연금을 냈고 최순실씨 측에 별도로 수십억원을 지원했다. 적극적 협조 의혹이 불거지며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당시 국민연금공단의 투자 행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박근혜 대통령을 독대했다. 이후 삼성은 지난해 10월 미르재단에 125억원, 올해 1월엔 K스포츠재단에 79억원을 출연했다. 전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원의 4분의 1이 넘는 규모였다. 

 

삼성은 이외에도 최씨 측에 별도 자금 51억원가량을 건넸다. 최씨 회사인 독일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대한승마협회 훈련 자금 지원 명목으로 280만 유로(약 35억원)을 지원했다. 이 돈이 최씨 딸인 정유라씨의 특혜성 지원자금으로 쓰였다. 

 

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등이 독일로 건너가 승마 훈련 관련 논의를 했다. 최종적으로 삼성이 2200만 유로(약 28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또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난 2월까지 16억원을 지원했다.

 

이 같은 적극적 지원으로 삼성은 검찰의 주된 타깃이 됐다. 지난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한 후 삼성 서초사옥은 두 차례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 집무실과 미래전략실에 포함됐을 만큼 강도 높은 압수수색이었다. 검찰은 지난 13일 이 부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후에도 그룹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최순실 게이트'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검찰은 지난 20일 중간수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박 대통령 등에 대한 제3자 뇌물죄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간수사 결과 발표 당시 삼성 관련 내용은 제외된 바 있다. 출연금 및 지원금에 대해 직권남용이나 강요가 아닌 '대가성' 입증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특별수사본부에 소속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나서 삼성 관련 수사를 전담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고발 후에도 5개월가량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던 삼성물산 합병 관련 사건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 총수일가에 유리한 투자 행태를 보였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지원으로 삼성은 엘리엇의 반대를 겨우 뚫고 합병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합병 성공으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06%에 대해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었다. 

 

정치권·법조계·재계 일각에선 이 같은 국민연금의 투자행태가 재단과 최씨 측에 대한 삼성의 적극적 지원의 반대급부라고 주장한다. 국민연금은 당시 일반적 투자원칙에 어긋나는 주식 매매 행태를 보였다. 또 찬성 입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결정 요청도 생략하고 국내외 투자 자문사들의 반대 권고도 무시했다. 

 

검찰도 이 같은 국민연금의 투자 행태가 진행되는 과정에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만에 하나 청와대 등의 개입이 있었다고 확인될 경우 대가성 입증에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영권 강화와 관련한 의혹이 가장 크게 제기되고 있는 만큼 국정조사에선 이 부회장을 상대로 한 집중 공세가 전망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삼성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이 부탁한 금품 이상의 별도 금품을 비선실세 최씨 가족에게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편의를 제공한 적극적 협조 혐의가 있기 때문에 빠져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도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의 움직임이 최씨 측에 대한 삼성의 지원 대가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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