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등 고위 임원 줄줄이 소환…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찬성도 의혹

참여연대·민주노총·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15일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상진 삼성 사장을 뇌물죄·업무상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 사진=뉴스1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최씨 측에 별도로 수십억 원을 건넨 삼성그룹에 대한 조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의 기업 수사가 삼성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8일 오전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급)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삼성의 최씨 측 추가 지원과 관련해 서초사옥에 대해 두 차례 압수수색을 한 바 있다. 지난 8일 대외협력담당 사무실과 미래전략실 등에 대해 11시간 넘게 압수수색을 진행한데 이어 지난 15일 서초사옥에 위치한 제일기획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밖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고위 임원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 나가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 13일 검찰에 출석해 다음날 새벽까지 조사를 받은 데 이어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대한승마협회장)과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도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삼성은 승마 훈련 지원 명목으로 최씨 소유의 독일 비덱스포츠에 280만 유로(약 35억원)를 지원했다. 여기에 더해 오는 2020년까지 최씨 측에 총 2200만 유로(약 28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의혹까지 나온 상태다. 삼성은 이밖에도 최씨 조카인 장시호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삼성 수사에 주력하는 것은 자금 흐름이 명확하고 최씨 측과의 직접 거래인만큼 자금의 성격 파악이 비교적 쉬울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최씨 측에 대한 별도 지원과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 전체 출연금 774억원의 4분의 1이 넘는 204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6월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에서 지난해 5월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사진=뉴스1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며 삼성과 관련해선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정부 차원의 도움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삼성에 유리한 주식 매매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은 지난해 합병안 발표를 앞두고 총수일가에게 유리한 합병비율 산정을 위해 구 삼성물산 주가를 지속적으로 낮게 관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국민연금도 구 삼성물산 주식을 매도하고 제일모직 주식을 매수하는 방법으로 이에 동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합병안 발표 이후엔 거꾸로 구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하고 제일모직 주식을 매도했다. 이에 대해 구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낸 주식매수가격결정 신청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민사35부(윤종구 부장판사)는 "국민연금의 주식 매매 행위가 정당한 투자 판단에 근거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주식 매매로 국민연금이 입은 손해액은 581억원(참여연대 등)이나 1164억원(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수백억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더욱이 합병 찬성 결정 당시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주식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결정 요청도 생략하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 등의 반대를 무릅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의견을 앞두고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삼성은 직접적으로 (정유라에게) 말을 사주고 대상이 누구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준 것이다.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을 거론하며 "삼성이 이재용체제로의 편법상속에 도움을 받고 정부와 딜을 했다"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18일 논평을 통해 "국민연금이 의혹으로부터 떳떳하다면 당시 투자위원회의 회의록을 즉각 공개해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음을 스스로 증명하라"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