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0나노 공정으로 신제품 '스냅드레곤' 양산…협력 향후 계속될 지는 미지수

키스 크레신(Keith Kressin) 퀄컴 제품 담당 수석부사장(왼쪽부터)과 서병훈 삼성전자 글로벌커뮤니케이션그룹 전무가 스냅드레곤 835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 사진=퀄컴

 

모바일 부품 업계 경쟁자였던 퀄컴과 삼성전자가 적대적 동반자(frenemy) 관계를 이어간다. 삼성전자는 17일 퀄컴 신제품 AP칩 스냅드레곤835를 양산한다고 밝혔다. 갤럭시노트7으로 고생한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상당부분 실적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협력하게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5G(5세대 이동통신)IoT(사물인터넷) 시대에 양사는 기술 규격을 정하는 협력체에서 함께 해왔다. IoT는 더 많은 사물이 연결돼야 하고 각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은 자사 플랫폼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합종연횡하고 있다.

 

그보다 스냅드레곤835 양산은 AP칩과 모바일 반도체 업계에서 삼성전자가 기술적인 강점을 인정 받은 측면이 크다. 한동안 AP칩 발열, 성능 문제로 시달린 퀄컴 입장에선 삼성전자에 양산을 맡길 이유가 충분하다.

 

퀄컴은 IT산업이 모바일 시대로 넘어온 이후 모바일계의 인텔이라 불리며 모바일 핵심 부품시장에서 선두를 달려온 기업이다. 휴대폰을 만드는 기업들은 퀄컴으로부터 통신 칩과 AP 칩을 공급받아야 했다.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체 AP를 생산했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시리즈를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하고 있다. LG전자는 금융위기 때 반도체 사업을 현대전자(SK하이닉스)에 넘겼지만 201410월 자체 개발한 뉴클런을 선보였다.

 

당시 업계 관계자는 자체 생산이 반드시 필요하다기보다 퀄컴에 대한 협상력을 얻기 위해 우리도 기술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30년 이상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미세 공정을 자랑하고 있다. 이번 스냅드레곤83510나도 핀펫(FinFET) 공정으로 양산된다. 삼성전자는 10월 업계 최초로 10 나노 공정 양산을 발표했다.

 

AP 양산기술에서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기술 우위를 보이기 시작한 시기는 2015년부터이다. 애플은 A9칩 양산을 대만 파운드리 TSMC와 삼성전자에 맡겼다. 이때 삼성전자는 14나노 공정, TSMC16나노 공정으로 제품을 생산했다. 미세 공정에서 삼성이 앞선 셈이다.

 

반면 퀄컴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모델인 스냅드레곤810에서 발열이 있다는 소문이 돌아 고역을 치러야 했다. 그 다음 제품 820에서는 발열 논란이 불거지지 않았다. 해당 제품은 삼성전자가 14나노 공정으로 양산했다. 당시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 자체 AP칩인 엑시노스8890 성능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해외 반도체 관계자는 퀄컴에서 여론을 의식해 직접 820 샘플로 시연회를 하기도 했지만 실제 사용 시 성능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면서 오히려 삼성전자 엑시노스 신제품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나 화웨이가 자체 AP칩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면서 퀄컴에겐 삼성의 협력이 더욱 필요해졌다. 애플 등 세계 모바일 기업들은 자사 제품에 최적화한 부품을 설계하고 있다. LG전자도 자체 부품 생산을 위해 수년간 노력했고 최근 업계에선 인텔에 10나노 공정 AP칩 양산을 맡긴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과 퀄컴의 협력 관계가 얼마나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삼성이 자체 AP칩을 설계해 제조하고 있는 만큼 퀄컴과는 경쟁자로 남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삼성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경쟁자인 애플이 A10 양산을 TSMC에 위탁한 것처럼 양사 관계가 이어지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주요 외신들은 스냅드레곤 830라인 신제품 생산이 늦어지자 퀄컴이 양산 업체를 TSMC로 옮길 거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JP모건은 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TSMC7나노 공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2018년엔 퀄컴이 TSMC에 제품 생산을 위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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