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소재BU 분리해 별도 경영조직으로… 식품 이상철 사장·소재 정홍언 사장 내정

대상(주) 식품BU 이상철 사장. / 사진=대상그룹

오너가 3세인 임세령, 임상민 상무의 전무 승진인사를 발표한 대상그룹이 업계 안팎의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함께 발표된 조직 분할결정이 관심거리다. 앞서 9월에 대상은 계열사에 흩어져있던 급식‧식자재유통 사업을 대상베스트코로 몰아준다는 공시를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더해 성장세에 들어선 소재부문을 전격적으로 조직분할하면서 3세 시대를 준비하는 모양새라는 평가다.

18일 대상그룹에 따르면 12월 1일부터 그룹 내 조직분할을 통해 식품BU(Business Unit)와 소재BU를 각각 분리해 별도의 경영조직을 만든다. 각 부문을 책임질 경영자도 개별적으로 선임했다.

식품부문 사장에는 대상식품 경영지원본부장과 대상FNF㈜ 대표이사를 지낸 이상철 사장이 내정됐다. 소재부문은 전분당영업본부장과 전분당사업총괄중역, 소재BU장을 지낸 정홍언 사장이 이끌게 됐다. 그동안 대상은 단일대표이사 체제로 두 부문을 통합 운영해왔다.

대상은 올해 들어 적극적인 사업개편 의지를 대내외에 내보이고 있다. 대상은 김치 등 식품가공 및 도소매업을 영위해왔던 대상FNF를 흡수합병한다고 9월 28일 금융당국에 공시했다. 양도가액은 230억원으로 합병기일은 12월1일이다.

또 이날 종속회사인 대상과 대상FNF의 식자재 유통 외식사업부문을 대상베스트코에 양도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양도가액은 30억원이다. 이에 대해 박애란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와 같은 구조개편이) 그룹 내 사업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향후 식품사업 전반적인 역량 회복을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핵심은 대상과 대상FNF 등 계열사에 흩어져있던 급식‧식자재유통 사업을 대상베스트코로 일원화하겠다는 얘기다. 대상FNF의 지난해 매출액은 884억원이다.

17일 인사발령을 통해 식품 부문을 총괄하게 된 이상철 사장은 2011년 대상FNF㈜ 대표이사 취임 후 신선식품 다각화를 통한 매출 안정화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또 종가집 김치의 할랄 및 코셔 인증 획득으로 해외진출 부문에서도 성과를 냈다.
 

대상(주) 소재BU 정홍언 사장. / 사진=대상그룹

소재부문도 관심사다. 지난 14일 발표된 대상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3% 줄어들었다. 라이신 부문 실적 악화 탓이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3분기 라이신 부문 영업적자가 40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다만 3분기 부진이 일시적인 증상일 가능성이 높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라이신의 실적 악화 배경은 8월에 공정 개선 작업 일환으로 3주나 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재료로 쓰던 원당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라이신 부문은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경주 연구원은 “4분기, 그리고 내년 이후로 라이신부문의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신 판매가격도 3분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상승할 듯하다”며 “현재와 같은 중국가격의 강세가 어느 정도 유지된다면 동사의 주 판매지역인 유럽지역의 가격도 동반 상승해 4분기 판가가 전분기보다 오를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도 “최근 중국 라이신 가격이 반등하고 있는 부분은 대상에게 수혜가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인도네시아 전분당 생산능력 확대와 라이신 시황 개선 가능성이 기업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소재부문 역시 장기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는 얘기다.

인사발령을 통해 소재부문을 이끌게 된 정홍언 사장은 지난해 대상이 17년 만에 되찾은 라이신 사업 정상화를 선봉에서 이끌어왔다. 대상 측은 정 사장이 전분당과 바이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대상㈜ 소재사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1982년 세원 부산사업본부에 처음 입사한 후 특판과 라이신 담당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오너가 3세인 두 자매가 각 부문에서 역할을 나누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임세령 전무는 식품BU 마케팅담당중역을 맡았다. 임상민 전무는 식품BU와 소재BU에서 전략담당중역을 맡았다. 일단 겉으로 보면 두 부문에 모두 걸친 임상민 전무에게로 눈길이 쏠린다. 하지만 두 자매의 영역이 마케팅과 전략으로 나뉘고 부문도 분리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두 자매는 식품부문의 이상철 사장과 소재부문의 정홍언 사장 등 전문경영인 밑에서 경영수업을 받게 되는 모양새다. 비슷한 나이의 두 자매가 동시에 등장할 3세 시대를 대비해 사업 구조개편에 착수했다는 해석도 가능한 셈이다.

사업분할의 첫 리트머스 시험지는 4분기 실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긍정적 분석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박애란 현대증권 연구원은 “대상은 4분기에 지난해보다 164.5%나 오른 21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난해 라이신과 자회사 대상베스트코 적자가 크게 발생했던 기저효과를 중심으로 업종 내 수익성 개선이 두드러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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