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최경환 전 총리 동창과 각 세우던 최광 전 이사장 사퇴 비화 관심

지난해 12월 메르스 사태 책임 문제로 비판받던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선임되자 공단 내외부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 사진=뉴스1

 

비선실세 최순실 지원 논란이 과거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최광 국민연금 이사장이 옷을 벗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자리를 차지한 과정이 주목된다.

삼성이 최순실 모녀 회사를 지원해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로 인해 삼성이 어떤 특혜를 받았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작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때 합병 비율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것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17일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그대로 통과된다면 삼성물산의 주주들은 손해를 보고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 일가가 거의 7900억 정도 이익을 보는 결정이었다”며 “국민연금이 최순실이라는 개인과 삼성이라는 한 기업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이용됐다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당시 최광 이사장이 옷을 벗고 현재 문형표 이사장으로 교체된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광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대체적으로 평이 좋았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꼼꼼하게 일을 잘한다 하여 ‘최 주임’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인정받았지만 당시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 문제를 놓고 보건복지부와 갈등을 빚었다. 홍완선 본부장은 정권실세인 최경환 당시 새누리당 의원과 대구고 동기동창이다. 최광 이사장은 당시 복지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 연임불가 원칙을 밝혔다. 홍완선 이사장은 당시 기금운영분부를 따로 독립시키려 하던 복지부와 뜻을 같이했다.

복지부 사퇴 종용에도 끝까지 버티던 최광 이사장은 결국 사퇴했다. 그런데 이 사퇴과정에 대해 뒷말이 많았다. 그는 10월 26일 공단 내부통신망에 “(홍완선) 비연임 결정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이사장 고유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다. 구체적 사유 없이 홍 이사를 연임시키겠다는 복지부의 요청이 충돌의 원인”이라며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렇게 자신 있게 말했던 그는 단 하루만인 10월 27일 갑자기 자진 사퇴했다. 복지부가 갑자기 국민연금 기금운용을 포함한 국민연금공단의 운영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나선 것이 압박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사실상 쫓겨나다시피 했던 채동욱 검찰총장, 양건 감사원장 등의 사퇴 과정과 유사했다.

당시 공단직원들을 더 놀라게 한 것은 당시 메르스 사태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사장으로 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문형표 이사장이 국민연금 인사에게 전화를 걸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찬성하는 게 청와대 뜻”이라고 압력을 넣었단 의혹이 불거져 임명 배경이 주목된다.

 

한 국민연금 관계자는 “온 국민에게 질타를 받은 문형표 장관이 이사장으로 오는 것이 너무 이상했는데 나중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연루됐단 보도가 나오자 이제야 좀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문형표 이사장은 관련 의혹에 대해 “합병 찬성을 종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전화했던 사실을 부인하진 않았다.

한편 국민의당은 국민연금이 삼성그룹 합병 이슈에 어떤 식으로 개입했는지에 대해 끝까지 추적할 뜻을 내비치고 있어 과거 이사장 교체 과정 의혹에 대한 문제까지 다뤄질지 주목된다. 김경록 국민의당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문제에 관련한 대책 위원회를 구성 중이며 국정조사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사건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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