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삼성 과감한 행보에 전장사업 역량 강화 필요성 대두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하자 먼저 업종에 뛰어들었던 LG전자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늦게 사업을 시작한 삼성전자가 단번에 시장 선두권에 진입함에 따라 LG전자로선 VC사업(자동차 전장사업)에 집중적인 투자로 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됐다.
삼성전자는 14일 커넥티드카 및 카 오디오 부문 강자 하만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수 총액은 80억 달러로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로 자동차 전장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자동차 전장 시장은 완성차 업체와의 신뢰관계가 중요해 새로 뛰어든 기업들이 성공하기 쉽지 않은 분야다. 아무리 기술이 좋다고 해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써주지 않고, 기존 업체들 간 동반자 의식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하만의 기술력은 물론, BMW등 굴지의 완성차 업체들을 한 번에 고객으로 확보하게 됐다. 10년을 벌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행보를 씁쓸하게 바라보고 있다. 자동차 전장사업에 있어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선발주자다. LG전자는 2013년부터 VC사업부를 독립사업본부로 출범시키고 제품을 개발해왔다. 작년 4분기엔 영업이익 97억 원을 내며 사업부 출범 후 첫 흑자전환을 기록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자동차 전장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주력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소프트웨어(SW) 역량 관련 국제 인증을 연이어 획득하며 품질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LG계열사 한 관계자는 “확실히 과거보다 VC쪽에 사람이 많아지고 활기차졌다는 것을 느낀다”며 “회사에서도 VC사업의 중요성을 알고 투자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순풍을 타고 잘 나아가던 상황이었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이처럼 착실하게 내실을 다지던 LG전자의 마음을 급하게 만들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현재보다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삼성전자에게 휴대폰 시장에 이어 신사업 시장까지 내줘야 할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엄청난 돈으로 기업을 사들이는 삼성에 대응하려면 LG전자는 더 이상 수익성을 담보하지도 않는 스마트폰 사업을 최소화하고 그 역량을 자동차 부품에 쏟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2390억달러(282조원)에서 2020년 3033억 달러(358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