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삼성 과감한 행보에 전장사업 역량 강화 필요성 대두

한국전자전 2016 개막 기조연설 중인 이우종 LG전자 VC사업본부장(사장). / 사진=LG전자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하자 먼저 업종에 뛰어들었던 LG전자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늦게 사업을 시작한 삼성전자가 단번에 시장 선두권에 진입함에 따라 LG전자로선 VC사업(자동차 전장사업)에 집중적인 투자로 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됐다.

삼성전자는 14일 커넥티드카 및 카 오디오 부문 강자 하만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수 총액은 80억 달러로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로 자동차 전장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자동차 전장 시장은 완성차 업체와의 신뢰관계가 중요해 새로 뛰어든 기업들이 성공하기 쉽지 않은 분야다. 아무리 기술이 좋다고 해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써주지 않고, 기존 업체들 간 동반자 의식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하만의 기술력은 물론, BMW등 굴지의 완성차 업체들을 한 번에 고객으로 확보하게 됐다. 10년을 벌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행보를 씁쓸하게 바라보고 있다. 자동차 전장사업에 있어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선발주자다. LG전자는 2013년부터 VC사업부를 독립사업본부로 출범시키고 제품을 개발해왔다. 작년 4분기엔 영업이익 97억 원을 내며 사업부 출범 후 첫 흑자전환을 기록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자동차 전장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주력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소프트웨어(SW) 역량 관련 국제 인증을 연이어 획득하며 품질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LG계열사 한 관계자는 “확실히 과거보다 VC쪽에 사람이 많아지고 활기차졌다는 것을 느낀다”며 “회사에서도 VC사업의 중요성을 알고 투자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순풍을 타고 잘 나아가던 상황이었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이처럼 착실하게 내실을 다지던 LG전자의 마음을 급하게 만들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현재보다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삼성전자에게 휴대폰 시장에 이어 신사업 시장까지 내줘야 할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엄청난 돈으로 기업을 사들이는 삼성에 대응하려면 LG전자는 더 이상 수익성을 담보하지도 않는 스마트폰 사업을 최소화하고 그 역량을 자동차 부품에 쏟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2390억달러(282조원)에서 2020년 3033억 달러(358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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