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소재 플라스틱, 일반 철판 중량보다 30%↓

완성차 업체가 환경 규제 확대와 친환경차 개발 가속화로 인해 차체 경량화에 집중하면서 복합소재 플라스틱이 차량 무게를 줄이는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가볍고 유연한 데다 성형기술 발전에 따른 강도 확보로 플라스틱을 차량 내장재를 넘어 외장재로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연구소는 차량용 플라스틱 생산 업체와 함께 기존 철 부품을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협업을 광범위하게 수행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9월 파리모터쇼에서 공개한 고성능 콘셉트카 RN30에는 화학업체인 한국바스프와 함께 개발한 경량 플라스틱이 사용됐다.

현대차에 따르면 중량을 10% 줄이면 연료 효율은 3.8%, 가속성능은 8% 개선되고 제동거리는 5% 짧아진다. 또한, 일산화탄소는 4.5%, 탄화수소는 2.5%, 질소산화물은 8.8% 감소한다. 엔진 연소기술과 배출가스 후처리 장치를 개발하는 것보다 무게를 줄이는 게 보다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현대차가 복합소재 플라스틱을 적용한 고성능 콘셉트카 RN30. 현대차

 


자동차 경량화 소재 적용이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각국 연비규제 강화가 한몫했다. 차량 제작과 수출 시 제조사가 따라야 하는 국가별 기준은 날로 강화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체는 오는 2020년까지 평균 연비를 ℓ당 24.3㎞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정부는 평균연비가 기준에 이르지 못하면 ℓ당 8만2352원의 과징금을 차량 판매 대수 만큼 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가 플라스틱을 배선 장치, 공조 장치, 보관함과 같은 차량 내장 및 외장 부품에 적용하는 기술 개발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BMW는 플래그십 세단 뉴 7시리즈에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을 대거 적용해 차체 무게를 기존 모델보다 130kg 넘게 줄였다.

CFRP는 플라스틱에 탄소 섬유나 유리 섬유를 첨가해 강도, 탄성 등의 성질을 강화한 플라스틱으로 일반 철판에 비해 30% 가량 중량 절감 효과가 있는 소재다. 한국바스프 관계자는 “플라스틱 소재의 활용은 자동차 경량화 차원에서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여전히 금속이 주요 소재로 사용되지만, RN30과 같은 고성능 차량을 비롯해 친환경 전기차에서 플라스틱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은 내년 본격적으로 주행거리 300㎞ 시대가 열린 데 따라 차체 경량화에 더욱 적극적이다. 기존 내연기관 대신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차는 차체 무게를 줄이는 게 주행거리 연장의 최대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차체 프레임에 경량 플라스틱을 조합하고 배터리 소재를 바꿔 경량화를 이뤄내는 데 기술이 집중될 것으로 기대된다.

프랑스 자동차 업체 르노는 지난 2014년 파리모터쇼에 전기차 콘셉트카 이오랩을 내놓으며 복합소재 플라스틱 적용해 ℓ당 100㎞에 달하는 연비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르노는 오는 2022년 이오랩 양산을 위해 복합소재 플라스틱을 통한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MW가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을 대거 적용해 차체 무게를 기존 모델보다 130kg 넘게 줄인 플래그십 세단 뉴 7시리즈. / 사진 = BMW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의 경우 차의 주행거리 향상이 가장 큰 목표인데, 현재 기준으론 배터리를 많이 탑재하면 할수록 주행거리가 늘게 돼 있다”며 “플라스틱을 이용해 차체의 무게를 최소화한 후 배터리를 최대로 늘리면서 연비를 향상하는 게 전기차 개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차량용 고밀도 플라스틱 부품 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 소재 모터류 부품을 강화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부품사인 유니테크노의 지난해 매출액은 584억원으로 전년보다 69.2% 증가했다. 자동차 플라스틱 내외장재 제작 업체인 프라코도 최근 3년 사이 연평균 매출액이 13.7% 증가했다.

한편 플라스틱 적용 차체 경량화를 위한 정부 지원도 확대하는 추세다. 정부는 현대차, 현대제철, LG하우시스 등과 손잡고 복합소재 플라스틱인 CFRP 국산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동차 차체 경량화 플라스틱 금형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12년 연간 약 1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중 국내 시장 규모는 1000억원으로 약 7%에 이른다. 2017년 국내 시장은 2012년 대비 1.5배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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