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부 안전대책 불구 매장 이용객 49% 사고 위협 느껴

 

11일 방문한 중구 엔젤리너스 드라이브 스루 입구에는 과속방지턱이나 인도차단시설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 사진=차여경 기자

국토교통부와 국민안전처가 9월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DT) 매장 안전 대책을 발표했지만 보행자 안전 위협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이브 스루 차량 출입구와 보행자 도로를 구분하는 차단장치나 안전방지턱 등 안전설치가 미흡한 탓이다.

일각에서는 보행자 사고 위험이 높은데도 전국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소비자 편리성만 강조하며 안전 문제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는 소비자가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고 햄버거, 커피 등의 식품을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1월 기준 전국 드라이브 스루 매장 수는 맥도날드 221곳(58.8%), 스타벅스 62곳(16.5%)등 총 376개다. 맥도날드는 일반매장보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 매출이 40% 정도 높다며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매장 상당수가 매출과 소비자 편리성만을 우선시해 안전을 등한시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차량 출입구를 지나는 보행자들이 사고위험에 노출된 탓이다. 대부분 매장은 비용 때문에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않고 일부는 인도 차단시설이나 안전방지턱 등 안전 시설 설치에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중구에 있는 엔젤리너스 DT점에는 드라이브 스루 입구가 깊숙이 있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인도와 구분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입구 표시는 없었다. 서울시 서대문구 스타벅스 DT점은 드라이브 스루 입구와 출구에 보행자주의와 출차주의 표지판이 세워져 있어 그나마 나았다. 다만 안전방지턱이나 반사경 등 안전 시설은 없었다.

한국소비자원이 8월 드라이브 스루 이용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용자 283명(56.6%)이 교통사고 위협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이용객 60명(12%)은 드라이브 스루 이용 중 보행자와 부딪히는 사고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중구 신당동에 사는 최한근(57) 씨는 “어제 저녁 인도를 걷다가 엔젤리너스에 들어가던 차와 부딪힐 뻔 했다”며 “드라이브 스루 매장 표지판이 없고 출입구가 인도와 구분이 안돼 커피숍 앞을 지나갈 때마다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10월 맥도날드는 드라이브 스루 사고 예방을 위해 주기적으로 매장 안전을 점검하고 안전관리요원 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한달이 지난 11월에도 안전관리요원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맥도날드 배달 오토바이가 드라이브 스루 입구에 주차돼있어 도로는 더 혼잡했다.

이미 정부 차원의 개선안은 발표됐다. 국토교통부와 국민안전처가 9월 밝힌 드라이브 스루 안전대책에 따르면 필요한 경우 도로 법령을 개정해 반사경·과속방지턱 등 안전 관리에 필수적인 시설 설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 드라이브 스루 매장들은 이러한 안전대책을 실행하고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개선안 의도와는 다르게 반사경이나 과속방지턱 등 안전시설 설치가 미흡하다며 보행자를 위해 정기적인 매장 점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안전대책은 마련돼있으니 앞으로 실제 적용이 중요하다”며 “각 드라이브 스루 매장과 협력해 안전에 더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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