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 여파로 신흥국 발주물량 축소 가능성…국내 분양시장도 위축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9일(현지시간) 뉴욕 힐튼호텔에서 당선 연설을 했다. / 사진= 뉴스1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건설업계의 국내외 시장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후보 시절 공언한 보호무역주의, 셰일가스 증산 정책으로 신흥국 시장 위축, 저유가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력 건설시장인 중동 및 동남아 지역 공사 발주물량 감소가 우려된다. 트럼프의 정책은 공화당이 상하원 의석 다수를 점유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11.3 대책으로 관망세가 길어지는 국내 주택시장 경기도 트럼프 리스크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 보호무역주의로 신흥국 발주물량 위축 우려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 시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특히 한미 FTA는 “미국 내 일자리를 좀 먹는다”고 비판했다. 자유무역협정으로 미국 국내 일자리가 줄고 있다는 것이 비판 시각의 주된 이유다.

이에 입각해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 정책 실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징벌적 상계관세 45% 부과를 공약했다. 오바마 시절 한국 열연강판에 반덤핑 과세를 부과한 보호무역주의 심화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정책은 신흥국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동남아 신흥국들이 미국은 물론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 물품이 시장에 풀릴 수 있다. 신흥국 시장 제품들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결국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제재는 신흥국 시장의 경기악화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 시장 경기 악화는 신흥국 시장 건설발주 물량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국내 건설업계에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최근 건설업계는 동남아 인프라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동 시장 및 플랜트 경기 악화가 원인이다. 발주물량 축소는 국내 건설업계의 새로운 먹거리 상실을 의미한다.

무역분야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나마 미국과 중국 수출로 신흥국의 건설 발주물량도 늘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마찰이 신흥국 건설시장 발주물량을 도로 축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 셰일가스 증산…유가하락으로 발주물량 축소 우려

유가 변동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오바마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공공연히 반대했다. 또한 기후변화협약을 ‘사기’라고 칭했다. 파리 기후변화협약 파기를 주장했다. 전임 민주당 정부에서 환경오염을 이유로 진행속도가 지지부진한 셰일가스 개발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셰일가스 개발이 유가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유가는 최근 2년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석유수출기구(OPEC) 회원국의 증산경쟁이 원인이다. 세계 원유시장 점유율 확대가 산유국의 목적이다. 9월 OPEC 회원국들은 감산에 합의했다. 하지만 주요 원유 증산국인 이란이 합의에 불참하면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 저성장 가속화로 인한 수요부진에 셰일가스 개발이 더해지면 유가하락이 불가피하다.

장상식 실장은 “트럼프 정부는 셰일가스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미국 셰일가스가 중동 원유와 경쟁하면서 장기적으로 유가하락이 전망된다”고 말했다.반면 그는 유가상승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장상식 실장은 “물론 트럼프 정부는 대규모 정부지출과 감세란 상반된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 정부재정 악화가 불가피하다. 이는 장래 달러값 약세를 우려한 투자자금이 원유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고 고유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저유가는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가뭄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기록적인 수주감소를 보이고 있다. 1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누적 해외건설 수주액은 227억 달러다. 이는 전년 동기(388억 달러) 대비 42% 감소한 수치다. 저유가로 인한 중동 건설시장 발주물량 축소가 원인이다. 트럼프의 셰일가스 개발정책은 해외건설 수주 관련 건설업계의 시름을 더욱 깊게 할 전망이다.

◇ 이란 적대정책…이란 잭팟 허상되나

트럼프 당선은 미국과 이란 관계 악재로도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공화당 후보 시절부터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이 실시한 이란 핵협상 합의안(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반대입장을 보였다. JCPOA로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했다. 트럼프는 후보시절 이란 핵협상 관련 압박을 강화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이란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적대적 시각은 이란 경제에도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방 국가의 이란 경제제재 기간 공사발주 물량이 줄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다. 외국기업 철수와 달러를 결제화로 사용할 수 없으면서 이란 건설 시장은 급속도로 위축됐다. 외국 투자자들이 이란 시장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를 재차 거둘 가능성도 제기된다.

불안정한 이란 경제상황은 국내 건설기업에도 악재다. 올해 5월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방문 기간 최대 456억 달러(52조원 규모) 규모 경제협력을 거뒀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국내 건설기업이 이란과 협의 중인 양해각서(MOU)도 포함된 수치다. 해당 계약들은 최근까지 자금조달 여부로 진행속도가 지지부진하다. 경제적 불안정성을 이유로 이란 정부와 은행이 더 큰 요구를 할시 계약진행 속도는 더욱 부진할 수 밖에 없다.

건설사 관계자는 “이란 발주처가 끊임없이 국내 은행의 자금조달을 요구하고 있다. 자금조달력이 큰 중국 업체와 비교하며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며 “건설사의 계약 협의 어려움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밀어내기 분양물량 수요자 못 찾나

국내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부동산 시장 투자자들은 통제할 수 없는 외부변수와 불확실성을 기피한다. 외신은 물론 국내 언론은 미 대통령으로 클린턴 당선을 유력하게 점쳤다.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국내 경제침체를 유도할 수 있는 트럼프는 부동산 시장 투자자들에게 불확실하면서 통제 불가한 외부변수에 속한다. 6월 브렉시트 당시에도 국제 및 국내 경제 침체 우려로 국내 주택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트럼프 당선으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졌다. 부동산 비수기인 12월이 다가오고 있다”며 “그간 부동산 시장 수요자들은 관망세를 유지했다. 11.3대책과 더불어 수요자들의 부동산 시장 관망세가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자들의 관망세는 주택시장 경기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건설사들은 추석 이후 분양물량을 적극적으로 밀어내고 있다. 건설사들이 향후 주택사업경기 위축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를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전월 건설사들의 HBSI 전망치 대비 당월 실적치가 높은 ‘주택사업자 체감경기갭’이 4개월 간 마이너스 수치를 보이고 있다. 주택사업자가 공격적으로 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미다. 적극적인 분양물량이 수요자를 찾지 못하면 주택시장 경기 위축을 피할 수 없다. 건설업계의 주택분양 시장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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