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체제 큰 시련 맞아…"엘리엇 등 지배구조 개선 압력 거세질 것"

최순실 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터지며등기이사에 선임된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 사진=뉴스1

 

 

삼성전자가 최순실게이트 암초를 만나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순실 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를 지원했다는 의혹과 함께 검찰수사까지 진행되면서 등기이사에 선임된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8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대외협력단 및 미래전략실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삼성그룹을 압수수색한 것은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8여년 만이다.

삼성은 지난 9~10월 최순실씨 모녀를 지원하기 위해 최 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회사 비덱스포츠에 35억 원 상당을 지원한 의혹을 받고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정유라 씨는 이 돈으로 거액의 말을 구입해 타고 다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로베르트 쿠이퍼스 독일 헤센주 승마협회 대표는 이 같은 사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 했다. 여기에 그는 비덱코리아 공동대표를 지낸 인물이어서 그의 주장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이재용 부회장이 책임경영을 하겠다고 전면에 나서자마자 터지고 있는 악재에 삼성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갤럭시S7 리콜 사태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최순실 리스크까지 겹치며 삼성 서초사옥은 그야말로 폭풍 전야다.

특히 이번 사태는 엘리엇과 벌이던 기싸움에서 삼성전자가 한 발 양보해야 하는 상황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엘리엇은 삼성전자에게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를 분리하라는 당근을 던짐과 동시에 30조원 특별배당과 독립된 사외이사 3명을 추가해주라는 요구를 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엘리엇과 삼성의 승부는 의결권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렸지만 결국 이번 최순실 사태로 외부 사외이사 선임 요구 등 엘리엇의 지배구조 개선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이 최순실 모녀에 돈을 갖다 준 시점은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선임되기 전이다. 이재용 부회장에게까지 수사의 불똥이 튈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게 점쳐지지만 수사의 향방에 따라 급격한 상황변화도 배제할 수 없다. 참여연대는 4일 비선실세 사태와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엘리엇이 등기이사 이재용 부회장의 도덕성을 문제 삼고 삼성 경영진을 공격하는 전략을 펼 가능성도 크다.

한편 이번 최순실 사태와 관련, 최소한 미래전략실 내 주요 인물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평소 의사결정 과정을 볼 때 저 정도 일이라면 미래전략실을 통해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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