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증가율 15.8%로 다른 유통채널보다 대폭 상회…생활밀착형 품목으로 무한질주 지속

편의점의 무한질주는 3분기에도 계속됐다. 사진은 지난해 2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고등학교 주변 편의점에서 서초구청 관계자들이 판매중인 식품안전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편의점의 무한질주는 3분기에도 계속됐다. 2분기에 ‘어닝쇼크’ 얘기까지 들었던 GS리테일은 편의점 효과로 3분기 호실적을 냈다. 곧 실적을 발표하는 CU도 고속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상장을 택한 세븐일레븐과 5000개 점포 확장계획을 내놓은 위드미도 관심거리다.

업계 안팎에서는 점포수 증가와 식품군 판매 급증을 주된 성장요인으로 꼽고 있다. 음식문화에 밝은 전문가는 저성장과 고령인구 증가 등 사회적으로 나타난 변화도 성장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이미 저성장과 고령인구 증가에 발맞춰 진화한 일본 편의점의 사례도 이 같은 분석을 지지해주는 근거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매달 말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은 편의점과 다른 유통채널(백화점, 대형마트)의 성장률 차이를 오롯이 드러낸다. 가장 최근 통계에서도 편의점의 고속성장세는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9월 한 달 간 편의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이 15.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사이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액 증가율은 각각 4.1%, 3.5%에 그쳤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은 되레 2.7% 역신장했다. 


추세는 고착화됐다. 8월에도 편의점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이 16.1% 뛰었다. 같은 기간 백화점 매출은 4.1% 늘었을 뿐이다. 대형마트는 1.3% 감소했다. 7월에도 편의점은 15.4% 매출이 증가한 데 반해 대형마트는 2.1% 늘어나는 데 그쳤다. 3분기에만 편의점 매출액 증가율이 15.8%에 이르는 셈이다. 


카드승인 실적 내역도 편의점 성장세를 증명해준다.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9월 편의점 카드승인금액은 1조 2200억원을 나타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9400억원이었다. 30%나 늘어난 셈이다. 42.6%가 늘어난 공과금 서비스 승인금액에 이어 증가율이 2위다.

주요 편의점 업체 실적도 좋다. 2분기 수퍼마켓(SSM) 부진 탓에 ‘어닝쇼크’ 수준 실적을 나타냈던 GS리테일도 3분기에는 호실적을 냈다. 편의점 효과다. GS25에 따르면 편의점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7.6%와 28.6% 성장했다. 편의점 매출액만 1조 5200억원에 이른다.

임영주 흥국증권 연구원은 “(GS25)의 편의점 영업이익률이 4.3%까지 개선된 점은 고무적”이라며 “편의점 사업의 계속되는 신규 출점 및 신규점의 정상화가 이어지고 있어 수익성 개선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GS25와 출점경쟁을 펼치고 있는 CU의 운영사 BGF리테일도 곧 실적을 발표한다. CU의 영업이익과 매출액도 GS25와 비슷한 수준이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대체로 영업이익이 35~45% 수준으로 증가하리라 내다보는 분위기다. 그야말로 고속성장세다. GS25와 CU의 경우 3분기에 신규점 효과가 극대화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두 브랜드는 이미 1만 점포를 돌파했다.

검찰발 롯데그룹 수사로 주춤했던 세븐일레븐은 상장을 추진할 전망이다. 지난달 25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그룹 쇄신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우량 계열사의 상장 계획을 밝혔다. 이종현 롯데그룹 정책본부 상무는 기자들에게 “세븐일레븐, 롯데정보통신, 롯데리아 등이 현재 (상장 계열사로)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담배는 지난 1년 간 증가율이 8.4%에 그쳤다. 이 탓에 전체 편의점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41.2%까지 떨어졌다. GS25의 경우 담배 비중은 40% 이하로 내려갔다. / 사진=뉴스1

 

상장이 현실화할 경우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 자금은 출점경쟁을 위한 실탄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세븐일레븐 점포는 8500여개 수준이다. GS25‧CU와의 격차가 벌어진 모양새다. 아래로는 신세계를 등에 업고 매년 1000개 씩 신규 출점하겠다고 공언한 위드미가 추격하고 있다.

위드미의 진격선언도 눈길을 끈다. 지난달 30일 신세계그룹 측은 위드미 점포를 3년 내 5000개로 늘려 ‘빅4’로 진입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현재 위드미 점포수는 1570여개다. 출점 공세가 현실화하면 세븐일레븐과의 격차는 빠르게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편의점 점포수 증가율은 1월부터 9월까지 매달 11~13%를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5월 이후에는 13%를 줄곧 상회하고 있다. 또 9월 고객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 늘었다.

업체들이 점포수 증가에 나서는 까닭은 수익증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 공히 내놓는 성장동력은 점포수 증가와 식품 매출 증가다. 양지혜 메리츠종금 연구원은 “편의점 고성장 이유는 점포수 증가, 도시락‧식품군 판매 급증에 따른 점포당 매출액 상승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9월 편의점의 품목별 매출비중은 이 같은 분석을 지탱해주는 근거다. 이에 따르면 가장 성장세가 높았던 품목은 즉석식품이다. 혼밥족 증가 등으로 도시락 인기가 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48.5%나 늘었다. 가공식품도 수입맥주 인기 덕에 19%나 매출이 증가했다.

반면 담배는 8.4% 증가에 그쳤다. 담배의 경우 전체 편의점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41.2%까지 떨어졌다. GS25의 경우 담배 비중은 40% 이하로 내려갔다.

앞으로 다양한 장점이 부각되리라는 분석도 있다. 강보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박사는 “대형마트는 지나치게 넓다. 편의점은 이에 비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품목만 일목요연하게 진열해 놨다. 필요한 것만 사고 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1인가구 증가에 맞춰 소포장 상품이 많아졌다는 점도 호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 역시 이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특히 GS25의 ‘나만의 냉장고’ 등 최근에는 모바일 플랫폼도 강화되면서 여러 각도에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지혜 메리츠종금 연구원은 “주요 상권에 네트워크망을 구축한 편의점은 구매 접근성을 고려할 때 향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옴니채널 유통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GS25는 지난달부터 무인택배함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형 편의점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사진=뉴스1, GS25

 

저성장과 출산율 저하 등 거시적인 사회흐름을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노인인구 증가에 맞춰 빠르게 콘텐츠를 다각화한 일본 편의점은 국내 편의점에도 시사점을 던져준다.

일본에서는 편의점업체들이 배달 서비스까지 진출했다. 일본 전문 인터넷 매체인 ‘닛폰닷컴’에 따르면 일본 내에서 1만8000개 점포를 운영하는 세븐일레븐의 아오야마 세이치(Aoyama Seiichi) 대표는 고령인구 확산을 배달 서비스 진출의 주된 이유로 설명했다.

아오야마 대표는 독거노인이나 몸이 불편한 고객 등이 매장에 가려 애쓰기보다 배달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세븐일레븐 전체 점포 5개 중 4개는 배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국내 편의점들도 최근 무인택배함 서비스를 본격 시작했다.

강보라 박사는 “일본 편의점은 촘촘한 유통망을 활용해 노인맞춤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며 “국내에서도 노인층이나 쇼핑이 자유롭지 못한 소비자들을 겨냥해 반조리형태 식품을 판매‧배달하는 서비스가 시작되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황이 이리되면 식품시장이 편의점 간 주된 점유율 전쟁터가 될 가능성도 높다. 강 박사는 “일본에서는 TV에서 편의점 먹거리 광고가 굉장히 늘었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도 곧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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