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시원히 말 못하는 상황 이해해 달라”…최태민·순실 부녀가 직접 밝힌 박 대통령과의 관계

사진=뉴스타파 화면 캡쳐, 우먼센스 제공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배후에서 실세 권력으로 군림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 일가를 둘러싼 이야기도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박 대통령과 최씨의 아버지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순실씨와 최태민 목사가 지난 1990년대 언론 매체와 한 인터뷰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 1990년 생존 당시 최 목사와 1994년 최 목사의 사후 최순실씨의 인터뷰를 다룬 여성 월간지 우먼센스의 보도다.

우먼센스, 1990년·94년 최 목사·최순실씨 인터뷰 보도


우먼센스는 1990년 12월호 기사에서 생존 당시 최태민 목사와 가족들의 인터뷰를 종합해 보도했다. 인터뷰가 나올 무렵이던 1990년 11월은 박정희 대통령·육영수 여사 기념사업회와 관련해 최태민 목사의 전횡을 규탄하는 시위가 표면화되던 시기였다. 일명 ‘최태민 미스터리’가 언론에 집중을 받았던 시기기도 했다. 당시 최 목사를 규탄하는 당시 시위를 주최한 숭모회는 그가 육영재단 운영에 있어서 간섭과 전횡을 일삼았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최 목사는 우먼센스와의 인터뷰에서 1990년 8월 하순부터 육영재단 운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고 밝혔다. 최 목사는 “여러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은데 원래 내게는 개인 사무실도 없었고, 아무런 결재 권한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자문 역할을 하는데 그쳤다고 일축했다. 최 목사는 “박 이사장(박근혜 대통령)이나 기념사업회가 나와 의논할 일이 생기면 손관장(당시 물러난 어린이회관 손○○ 관장 지칭)이 연락해줬다”면서 부정기적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또 15년 이상 가량 알고 지낸 사이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 목사는 서로 말을 놓지 않았다고 했다.
 

최 목사는 박 대통령과는 1975년 초에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 후 위로편지를 박 대통령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 보도한 ‘육여사 현몽’ 등을 편지에 쓰지는 않았다고 했다. 최 목사는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기회 있으면 한번 만나주시길 바랍니다’라는 말로 편지의 끝을 맺으니 그 편지를 본 박 이사장이 불러서 만난 것”이라며 '현몽’ 등의 말이 대학교육을 받은 박이사장에게 먹혀들 것 같으냐고 당시 인터뷰 기자에게 적극적으로 반문하기도 했다.
 

최 목사는 최면술을 정말 쓰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어이없어 했다. 최 목사는 “(기가 막힌 듯)허허 내 참...어떻게 하는 것이 최면술인지 모른다. 그리고 병은 의사가 고치지 왜 내가 고치나. 본인의 마음이 돈독하고, 신심이 강하면 정신력으로 병을 이겨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병은 의사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일부에서 ‘박근혜가 최태민의 최면술에 걸려 있다’거나 ‘박근혜와 최태민의 상호신뢰에 이유 있다’라는 주장이 있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최태민의 수사기록을 보는 순간 ‘최 목사가 이런 사람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고,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에게 직접 만나볼 것을 요청한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최 목사의 셋째 딸 순실씨의 인터뷰는 최 목사가 1994년 5월1일 협심증으로 사망한지 7개월여 만에 보도됐다. 우먼센스는 1994년 최씨의 단독 인터뷰에서 최씨의 실명 대신 ‘최민희’라는 가명으로 보도했다.​ 
 

당시 최씨의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최 목사의 장례는 평범한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최씨는 당시 아버지의 죽음을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최 목사)가 1990년 육영재단 분규가 생기기 직전 그곳을 나온 후 박 이사장과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씨는 박 대통령을 대학 1학년 때인 1976년에 처음 봤다고 밝혔다. 최씨는 “당시 흥사단에서 행사가 있었는데, 거기 참가한 적이 있죠. 직접 만나본 것은 얼마 안 된다. 계속해서 지켜보았는데 참 깨끗한 여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흐트러짐이 없고 욕심도 없다. 물러설 줄도 아는 분”이라고 회고 했다. 이는 아버지 최태민 목사도 같은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당시 최순실씨는 아버지와 박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소문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최씨는 “마음 같아서는 조목조목 사실을 밝히고 싶지만 내가 당사자도 아니고 또 자칫 제가 한 말이 박 이사장님에게 누가 될 수도 있다. 박 이사장님께서 말씀하신다면 몰라도 내가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우먼센스는 최씨가 “속 시원하게 밝히지 못하는 사정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우먼센스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해명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박 대통령은 세상에 알려진 최태민씨와의 관계는 ‘기상천외한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다만 최 목사에 대해서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자신을 도와준 고마운 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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