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대학원 간담회서 밝혀…"엄청난 기관들이 만든 단체라 초빙 응했을 뿐"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최순실(60) 씨 의혹이 정국을 강타한 가운데, 지난 23일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던 김형수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장)이 27일 대학원생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이사장은 “전경련이 만들고 문체부가 승인한 재단이라 초빙으로 갔을 뿐”이라며 “단 돈 1원 혹은 정치적인 문제에 연루되면 교수직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27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과 소속 학생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13분부터 김형수 대학원장과 학생들의 대화시간이 마련됐다. 간담회는 예정됐던 20분을 훌쩍 넘겨 40분간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이사장은 미르재단 의혹을 묻는 질문에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휠체어를 타지 않고는 들어갈 수가 없다. 가면서 모든 질문에 답을 안 하기로 변호사와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느닷없이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느냐’고 질문이 나와서 그 부분에 대해서 ‘부끄럽지 않다’고 답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이사장은 “단 1원  혹은 어떤 정치적인 상황에도 연루되지 않았다. (연루된 게 밝혀지면) 내가 원장 자리만이 아니라 교수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경련에서 만들고 문체부가 승인한 재단이라 해서 초빙으로 갔다. 세팅 과정은 (내가)알 필요도 없었다. 그 엄청난 기관들이 만든 데니까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 재단이 그렇게 초고속으로 만들어진지는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이사장은 언론보도 이후 급작스레 그만둔 게 아닌가라는 학생들의 질문에 “비상근이면 (이사장 수행이) 가능하다. 상근 이사장 체제로 정관이 바뀌는 과정에서 그만뒀다. TV조선 보도는 그 후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보도에 대한 불만도 나타냈다. “(차은택 씨는) 아직 논문 프로포절(연구계획서)도 안했다. 그런데 언론에서 나를 지도교수라고 쓴다. 20153월 이전에 통화한 내역이 없다. 믿어달라​고 밝혔다. 

 

김 전 이사장이 20153월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까닭은 차 전 단장의 입학 시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본지 취재결과 차 전 단장은 20151학기에 이 대학원에 입학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학원의 한 학생은 “20151학기에 입학했는데, 당시 입학식에 차은택 씨가 있어서 굉장히 놀랐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 전 단장과 김 전 이사장의 연결고리는 학교뿐만이 아니다.해당 대학원 홈페이지 교수소개에 따르면 김 원장은 주요경력 중 하나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자문위원(문화기술)을 기재했다. 그런데 당시 인천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영상총괄감독이 차 전 단장이었다. 

 

이날 김 전 이사장은 시국 선언에 대한 견해를 묻는 한 학생의 질문에 간접적으로 이야기하겠다. 스페인에 고야라는 화가가 있다. 그의 그림 제목 중 하나가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출현한다’. 그걸로 갈음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8부(부장검사 한웅재)는 23일 오후 1시 김형수 전 이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김 전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미르재단이 출범할 때 초대 이사장을 맡았지만 재단과 관련한 각종 의혹이 보도되자 지난달 2일 급작스레 사임했다. 그는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과의 인연으로 재단 이사장 자리를 맡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붙은 공고문. / 사진=고재석 기자

 

한편 이날 간담회는 ‘외부인 출입 통제’를 의미하는 공고문 때문에 빈축을 샀다.

앞서 26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측은 지난 24일 오전 학생들이 부착한 대자보형태 성명서 아래에 “27일 ‘커뮤니케이션 특강’ 수업 직전 대화시간을 갖는다”는 공고를 부착했다.

이 공고에는 “수업을 수강하지 않는 학생이라 하더라도, 오셔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학생들과 원장님의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간담회를 1시간 30분여 앞둔 오후 3시 30분 즈음 대학원 측은 다시 공고를 내서 “교내 다른 소속인과 기타 외부인, 기자 등 소속이 아닌 자의 출입을 금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대학원 측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소속 구성원임을 확인하기 위하여 경우에 따라 학생증 제시를 요청할 수도 있다. 학생증이 없으신 분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행정팀에서 확인을 받으신 후 출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대학원생들 사이에서는 외부인이나 기자를 명시했지만 사실상 사전 출입통제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왔다. 실제 간담회장에서는 학생증 확인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대학원의 한 재학생은 “왜 이렇게까지 폐쇄적으로 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또 다른 재학생도 “지금 시국선언이 잇따르는 등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의 당사자인데도 이렇게 접근하는 건 문제가 있다. 우리는 최대한 열려있는 상태로 대화에 응하길 원했다”며 “기자 취재를 통제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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