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찬의 영어해방기

"완벽한 문장을 말하려다보니 머릿속에서 자꾸 고민하게 돼요."

"틀리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쉽게 말을 할 수가 없어요."


영어를 수십년 공부한 한국인 학습자들이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외국인 앞에만 서면 벙어리가 된다는 거다. 다시 말하면 실수할 게 두려워 말 자체를 하지 않는다.

영어가 자연스러운 언어가 되게 하려면 이 두려움을 극복해야만 한다. 영어공부를 하는 데에 있어서 실수를 두려워하는 것만큼 큰 실수는 없다.

당신이 태어난 이후로 가장 잘 쓸 수 있는 언어는 무엇인가? 바로 자신의 모국어인 한국어일 것이다. 그 한국어는 어떻게 익혔는지 생각해 보라. 우리가 태어났을 때까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언어를 막 배우기 시작한 아이는 만 3-4세 때 말을 뗄 때까지 끊임없이 정보를 입력하며 모국어를 배운다. 이 귀여운 학습자들은 일반적인 성인학습자가 갖지 못한 두 가지 차이를 가지고 있는데, 이 두 가지가 그들의 성공적인 언어학습을 돕는다.

이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거침없는 호기심 그리고 끊임없는 옹알이.

아기는 첫 이가 나기도 전부터 세상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을 가진다. 아이는 눈에 보이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입에 먼저 집어넣고 본다. 이런 거침없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 바로 이게 언어를 배울 때에도 어김없이 반영된다. 궁금한 게 있으면 입에 넣고 확인해 봐야 한다. 이것이 세상에 대한 학습에 임하는 학습자의 태도다.

둘째, 아기들이 목소리를 내면 끊임없이 옹알이한다. 옹알이에는 원래 별 뜻이 없다. 다만 수백 수천 시간동안 자신의 귀에 들렸던, 자신의 눈에 보였던 것들에 대해 무언가를 말해보려는 엉성한 시도들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옹알이를 시작하게 되는 그 순간부터 제대로 된 단어를 말하게 될 때까지 옹알이를 절대 쉬지 않는다.

천만번 거듭된 옹알이는 결국 하나의 단어가 된다. 그 단어가 천 번 만 번이 모여 하나의 문장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문장은 결코 잊히지 않는다. 학습자에게 있어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문장이 된다.

아기가 세상이 두렵고 언어학습이 두려워 어떤 것에도 호기심을 가지려 하지 않고, 틀린 말을 할까봐 옹알이 자체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이는 자신의 모국어 공부에 실패했을 것이다. 우리가 영어공부에 실패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그런 아기였다고 상상해보라. 우리는 1개 국어가 아니라 0개 국어 구사자로, 마치 강아지처럼 멍멍 짖으며 의사표시를 했을지도 모르겠다밥을 만들 때 물 조절이 실패할까봐 밥을 안 만든다면? 우리는 굶어죽게 될 것이다. 

 

밥을 만들려 했는데 물을 너무 많이 넣어 죽이 되었다면, 일단 만들어진 그 죽을 배에 채우고 다시 만들면 된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며 다음번은 좀 더 낫게, 그 다음번은 좀 더 낫게 하다 보면, 100번째에는 분명 그럴듯한 밥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

당신의 영어도 그렇다. 끊임없이 옹알이하고, 끊임없이 말하며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한다. 언어공부 핵심은 되든 안 되든, 말 하는 것이다. ​실수를 두려워하는 것이 가장 큰 실수다. 옹알이하라. 아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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