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잉여금 9000억원 불과…투자 여력 부족

 

KT&G에서 만든 ‘ESSE’는 현재 담배 한류를 이끌고 있는 효자상품이에요. 우리나라는 1988년 담배시장이 개방됐습니다. 국산 담배들이 무한경쟁 시대에 들어섰단 뜻이죠. KT&G는 시장개방 1년 전인 1987년에 ‘한국전매공사’란 이름으로 탄생했답니다.

담배하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분들도 있으시죠? KT&G도 이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다른 사업에도 손길을 내밀었어요.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배우 송중기가 멋있게 털어먹었던 ‘홍삼’ 기억하시나요? 홍삼음료 ‘정관장’도 KT&G의 작품입니다. 식음료와 바이오 사업까지 총 아홉 개 계열사를 일궈낸 거지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KT&G의 매출실적은 한결 같아요. 중앙아시아와 러시아를 비롯한 60개국에 안정적인 수출을 이어간다는 증거죠. 매출액은 지난해 상반기와 올 상반기 모두 2조 1000억 원입니다. 영업이익 증가율은 1%지만 걱정 말아요. KT&G는 지난 3년간 꾸준히 자산을 늘려온 보이지 않은 우량기업입니다.

1997년 주식회사로 탈바꿈 했는데요.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입니다. 하지만 최대주주란 말에 속으면 안 돼요. 지분율은 고작 8.59%에 그치거든요. 100대 기업 최대주주 지분율 중에서 최저입니다. 지분이 다양하게 흩어져 있으니 비교적 수평적인 회사라고 볼 수 있겠죠?

​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난 매출과 영업이익 


올해 성적을 볼까요? KT&G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이 2조1794억 원이었어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증가해어요.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7468억 원, 5763억 원으로 2.1%, 1.2% 늘어났네요. 비록 실적이 줄어들진 않았지만 정체상태로 봐야하겠죠?

원인은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내수시장에서 이유를 찾아야 할 것 같아요. KT&G의 올 상반기 국내 매출이 891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4%나 감소했어요. 특히 1분기 매출이 부진했죠. 결국 수출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죠. 상반기 수출 담배 매출은 KT&G 별도 매출의 약 30%라고 해요. 수출 물량도 내수 소비 물량의 약 60%에 이를 정도구요. 결국 하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수출실적에서 판가름 나겠네요.

​ 영업활동 현금흐름 코스피 20대 기업 중 뒤에서 5번째 


적은 돈이지만 KT&G 금고에 돈이 늘었어요. 상반기 시작할 때보다 890억원 정도 늘었죠. 물론 우리에겐 엄청난 금액이지만 KT&G 규모 대기업에는 소액이죠. 반기말 기준 현금 보유량은 6350억원이에요. 역시 많은 돈은 아니에요.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KT&G보다 딱 한 발자국 앞선 LG화학은 같은 기간 1조7117억원을 갖고 있거든요. 투자활동 현금흐름도 원활하지 않아요. 투자에 돈을 쓴 게 아니라 되레 988억원이 들어왔죠.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얘기에요. 상반기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현금흐름도 5170억원에 그쳐요. 왜 ‘그친다’고 표현했냐구요? 코스피 20대 기업 중 KT&G보다 현금흐름 발생이 적은 기업은 4개에 그쳐요.

​ 이익잉여금 코스피 100대 기업 평균 밑돌아


상반기 KT&G 이익잉여금은 9750억원이에요. 투자여력이 아주 크다고 볼 수는 없는 거죠. 내수시장에서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에요. 사실 KT&G는 담배를 주로 팔잖아요. 그럼 결국 사는 사람이 있어야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제 인구가 줄어들고 있잖아요? 담배, 생활용품, 과자 같은 소비재 기업들이 위기에 부닥칠 수밖에 없는 구조지요. 국내에서 투자를 과감히 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봐야겠죠.

담배가격 인상도 KT&G에는 변수가 될 수 있어요. 올해 담배값이 2000원이 뛰었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외국 담배는 원래 비싸지 않았나요? 그래서 외국 담배는 평균 200원에서 1000원 사이만 올랐어요. 국내 담배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거죠. 그러다보니 비싼 가격 탓에 외국 담배를 피하던 흡연자들이 다시 외국 담배를 찾고 있어요. 2014년 37.7%까지 내려갔던 외국산 담배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와 올해는 40%를 넘어섰어요. 반면 KT&G 점유율은 60% 이하로 떨어졌죠.

그러다보니 KT&G는 해외에서 활로를 찾고 있어요. KT&G는 지난해에 해외에서 담배를 465억 개비나 팔았대요. 10년 전에는 285억개비를 팔았어요. 강산이 변하는 세월이지만 그만큼 성장세도 괄목할만하죠? 지난해 기준으로는 해외판매량이 내수판매량을 넘어섰다네요. 중동, 러시아, 중앙아시아가 주로 거점 시장 노릇을 하고 있고 미국과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신규 시장에도 적극 공세를 펼치고 있어요. 특히 미국시장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요.

상근 등기 임원 2명의 연봉은 평균 1억 4400만원으로 나타났어요. 백복인 사장과 김흥렬 부사장이죠. 그런데 반기보고서에는 개인별 보수지급금액이 나와 있지 않네요. 지난해 말 기준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니 민영진 전 대표이사가 32억4400만원이나 수령했다고 되어 있네요. 다만 KT&G는 이중 22억 6800만원이 과거 지급된 중간정산 퇴직금이라고 설명했어요. 백복인 사장의 연봉도 참 궁금한데, 아마 올해가 지나서 사업보고서가 나와야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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