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판매량 대비 RV판매 비중은 전년대비 4.3%포인트 늘어난 38.4%

 

핸들바 시트포스트, 알루미늄 캘리퍼 브레이크, 7단 원터치 변속시스템. 이들은 자전거에 들어가는 부품의 이름인데요. 어딘가 자동차 핵심 부품과 유사합니다. 일본에 있는 한 철공소에서 일했던 김철호라는 정비공도 같은 생각을 했나 봐요. 훗날 그는 삼화제작소라는 자전거 부품 회사를 만들고 이를 삼천리자전거, 그리고 기아차로 키워냅니다. 

국내에 최초의 종합 자동차 공장을 세운 곳도 현대차가 아닌 기아차예요. 1998년 자금난으로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차에 인수되기 전까지만 해도 기아차는 소형차 프라이드로 국내와 해외 시장을 누비는 그야말로 ‘자존심’ 있는 회사였던 셈이죠. 다행인 것은 2001년 현대차가 현대그룹에서 분리되면서 현대차그룹으로 편입된 것입니다.

최대주주인 현대차는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부품 공급과 동력계통을 공유하며 기아차를 국내 굴지의 자동차기업이 되게 만들었죠. 최근 국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기아차 니로가 현대차의 친환경차 아이오닉과 동력계통을 공유하는 쌍둥이차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적지만 눈에 띄는 지분(1.74%)입니다. 최대주주인 현대차 뒤에 바짝 붙어서 있는데요. 오너일가의 본격적인 주식자산 승계로 풀이할 수 있지만, 100점짜리 답은 아닙니다.

기아차 최대주주인 현대차 지분은 여전히 정 부회장의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5.17%나 쥐고 있죠. 경영일선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정 부회장의 승계 작업은 결국 현대모비스가 분수령이 될 것 같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현대모비스 파트를 ‘또’ 참고해주세요.

올해 상반기 기아차는 SUV와 같은 레저차량(RV) 덕에 슬쩍 웃었습니다. 큰 차는 조금 비싸고, 비싼차는 이익을 내기에 유리하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현대차에게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는 제네시스 브랜드는 럭셔리 세단이라는 이름으로 값이 많이 나갑니다. 그런 것이죠.

올해 상반기 기아차의 전체 판매량 대비 RV판매 비중은 전년대비 4.3%포인트 늘어난 38.4%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연결기준 매출액은 27조993억원으로 전년대비 14.7%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20.8% 늘어났죠.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7.3% 증가한 1조770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활짝 웃지는 못했습니다. 차를 더 많이 팔아서 얻은 결과는 아니었기 때문인데요. 러시아나 중동과 같이 기아차에게 중요한 신흥시장이 경기침체로 울상에 빠져 수출량이 대폭 준 것이 결정적입니다. 기아차의 상반기 출고 판매를 보면 지난해보다 4.7% 감소한 145만6590대를 팔았습니다.

중국 공장도 어렵습니다. 중국 정부가 몰아붙이는 전기차 활성화 정책이 직접적인 타격을 주진 않았겠지만 결과는 상반기 중국 출고 판매가 지난해보다 5.8% 줄었습니다. 그나마 유럽과 미국 공장 판매가 늘면서 큰 부담은 줄었지만,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경쟁 격화로 판매관리비가 늘어 답답한 상황입니다.

기아차 금고는 지난해보다 3148억원 가량 줄었습니다. 2분기 현금흐름 개선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빚을 갚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인데요. 특히 기아차는 지난해 한 푼도 상환하지 못한 사채를 갚는데 평년의 두 배 수준인 7618억원을 사용했습니다. 투자도 소폭 확대했습니다.

올해 초 쌓아뒀던 재고가 상당히 팔린 결과인데요. 기아차는 연말 공격적인 공장출하에 따른 후유증으로 연초 재고금액이 급증해 현금흐름이 악화되는 패턴을 보여 왔는데요. 올해는 조금 더했습니다. 기초의현금및현금성자산은 지난해 2조4784억원의 절반도 안되는 1조1047억원이었는데요. 많이 팔기 위해 많이 만들어 놓았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판매량이 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돈은 많이 돌았습니다. 상대적으로 값이 나가는 SUV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현금을 많이 쥘 수 있게 된 것이죠.

현대차그룹은 최근 곳간 쌓기에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51조9078억원에 달하는 현대차에 비할 바 아니지만 최근 꾸준한 증가를 기록하고 있네요. 올해 상반기 이익잉여금은 19조790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233억원 늘어났습니다.

기업은 이익잉여금의 증가에 대해 혼란한 시장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합니다. 미래는 알 수 없으며, 갑작스런 변화에 맞서기 위해서는 활용할 수 있는 쟁여놓은 돈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죠. 기아차는 그래서 최근 잉여금 쌓기에 분주합니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자율주행자동차, 친환경차 등으로 향해가고, 현대차그룹은 살집이 필요하거든요. 현대차그룹은 2014년 10조원을 들여 매입한 한국전력 부지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을 추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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