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NEW로 내년 드라마 제작

TV산업에 또 하나의 공룡이 등장했다. CJ E&M이 스튜디오 드래곤으로 판을 흔들고 KBS가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도 ‘몬스터 유니온’을 만들더니 영화 투자배급사 NEW도 제작법인을 설립했다. / 사진=뉴스1

 

TV산업에 또 하나의 공룡이 등장했다. CJ E&M이 스튜디오 드래곤으로 판을 흔들고 KBS가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도 ‘몬스터 유니온’을 만들더니 영화 투자배급사 NEW도 제작법인을 설립했다. 첫 작품은 드라마로 확정됐다. 다만 NEW의 사업다각화 공세에 우려를 표하는 일각의 시각도 있다.

21일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영화투자배급사 NEW가 콘텐츠제작법인 ‘스튜디오&NEW’를 설립했다.

NEW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법인은 9월 1일자로 설립됐다. 드라마 제작사가 아닌 콘텐츠 제작법인이다. 영화, 드라마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들을 제작할 것”이라며 “(다만) 앞으로 몇 편의 작품을 만들지는 보다 내년 초쯤 구체적인 정리가 있을 것” 설명했다.

2008년 9월 쇼박스 출신들이 나와 만든 NEW는 극장과 대기업 계열사 없이 영화시장에 안착한 첫 배급사다. 2013년 ‘7번방의 선물’과 ‘변호인’ 두 1000만 영화를 내놓고 ‘신세계’, ‘숨바꼭질’도 500만을 넘어서며 업계 관객동원 1위에 올랐다.

그러던 NEW는 올해 KBS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통해 본격적으로 TV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시청률 38.8%를 기록한 ‘태양의 후예’는 중국에서도 동시방영됐다. 중국 현지 동영상 조회수는 25억건을 넘어섰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4월 ‘한류 수출의 파급효과: 드라마 ‘태양의 후예’ 사례’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드라마의 경제효과가 1조원이 넘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NEW가 첫 드라마로 만루홈런을 친 셈이다.

이 때문에 ‘스튜디오&NEW’의 첫 작품도 드라마로 확정됐다. NEW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 ‘동네변호사 조들호 2’를 내놓기 위해 준비 중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방영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올해 KBS에서 방영돼 17.3%의 시청률로 인기를 끌었다. NEW 측은 2편 역시 배우 박신양이 출연한다고 밝혔다. 하필 첫 진출작이 이미 시장에 나온 작품의 속편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박사는 “아무래도 영화업계에서 경쟁력을 쌓아온 회사다 보니 그 장점을 살리려는 것 같다. ‘미드’에서 잘 쓰이는 ‘시즌제’ 도입도 가능하다. 그래서 ‘웹툰’ 원작인 조들호를 선택했을 수 있다. 시즌제 가능성이 있는 콘텐츠”라고 풀이했다.

이어 장 박사는 “시즌제가 되면 아시아 지역 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시장도 공략 가능해진다. 로맨스 코미디물은 동아시아에 한정된 수출 콘텐츠지만 수사물 같은 장르물은 오랫동안 미국에서 사랑받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태양의 후예’의 기획자이자 NEW와 공동제작한 서우식 콘텐츠W 대표 역시 영화제작자 출신이다. 그는 한 팟캐스트에 나와 편당 8억원의 ‘메가톤급 제작비’ 역시 영화계 출신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구상이라고 밝혔었다.

 

샤이니 온유, 배우 송중기, 송혜교, 김지원, 진구(왼쪽부터)가 올해 2월 22일 오후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뉴스1

NEW의 본격진출로 드라마 시장은 공룡들의 각축전이 될 전망이다. 드라마가 한류시장의 캐시카우라는 점에서 경쟁은 보다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CJ E&M은 5월 드라마사업 부문을 스튜디오 드래곤으로 물적 분할했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화앤담픽쳐스와 문화창고에 이어 지난달에는 KPJ까지 중견제작사를 연이어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KBS도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에 아랑곳 하지 않고 8월 자체 콘텐츠 제작사 몬스터 유니온을 출범시켰다.

장민지 박사는 “할리우드 배급사도 국내 드라마에 투자하지 않나. 지금은 플랫폼이 OTT까지 확장되면서 콘텐츠 수출전략에 따라 드라마가 오히려 영화보다 더 많은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도 한 강의자리에서 “현실적으로 해외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콘텐츠는 드라마 밖에 없다”고 속내를 밝혔었다.

떠오르는 한류콘텐츠인 예능도 새로운 전쟁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NEW 관계자는 ‘예능’ 제작 가능성을 묻는 기자에게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열려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영화제작업계 관계자 역시 “NEW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아우르는 파워플레이어가 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NEW의 올해 행보도 이 같은 분석에 무게감을 더한다. NEW는 올해 4월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판매동 11~14층 토지와 건물에 대한 자산을 300억원에 양수한다고 공시했다. 4개층에는 2007년 11월에 개장한 CGV신도림 위탁점 10개관이 운영 중이다. 즉 NEW가 멀티플렉스 사업을 개시한 셈이다. 또 NEW는 이미 지난해부터 스포츠판권유통(스포츠앤뉴)과 저예산영화 투자배급(콘텐츠판다)에도 뛰어든 상태다.

다만 이 같은 확장전략에 대한 일각의 우려도 존재한다. 본업인 영화부문에서 부진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NEW는 올해 116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전체 동원관객 점유율은 업계 6위에 그쳤다. 메이저 배급사라는 명칭이 무색한 셈이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돈을 잘 벌고 있을 때 미래를 위한 투자를 실천에 옮기는 건 중요하다”면서도 “그러나 NEW는 기업규모나 이익규모에 비해 상당히 여러 방면의 비즈니스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처럼 본업 라인업이 약하고 외부 경쟁환경 또한 나빠지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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