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00대 기업 임원 6848명 전수조사

 

웹툰 작가 윤태호씨가 웹툰 <미생>에서 이들을 ‘땅에 발을 내딛고 구름 너머 별을 바라볼 수 있는 존재’라 묘사했어요. 현실감을 잃지 않으면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진 존재라는 뜻입니다. 누구일까요? 맞아요. 기업을 이끌어 가는 임원이에요.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자리죠.  그럼 이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있는 최신 반기 보고서를 분석해 코스피 시가총액 100대의 기업 임원을 살펴봤어요. 임원 수가 대략 6800명이더군요. 짐작하셨겠지만 절대 다수가 남성이죠. 여성 임원은 174명에 불과했어요. 코스피 100대 기업 총 여직원 수가 19만6000명인 걸 감안하면 여성 임원이 되기 위해선 0.08%에 속해야 해요. 그야말로 하늘에 별따기죠.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선 유리천정이 견고합니다.
능력 위주 인사원칙을 주창하는 삼성전자조차 여성 직원 대비 여성 임원 비중이 0.18%에 지나지 않아요. 최고경영자가 여성인 호텔신라나 기업은행에서도 여성 직원 대비 여성 임원 비중은 각각 0.09%, 0.029%로 극히 낮습니다.

임원 평균 나이는 52.98세였어요. 한국 직장인의 평균 은퇴 연령인 53세와 묘하게 겹치죠. 시작과 끝의 갈림길에서 임원이 탄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최고령자 임원은 94.8세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에요. 최연소자는 31.2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였어요. 여성 최고령자 임원은 손복남 CJ 고문이구요. 여성 최연소 임원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예요. 공통점을 발견 하셨나요? 이들은 모두 오너 일가입니다. 세칭 금수저죠.

임원 연령이 낮은 기업은 네이버였어요. 인터넷 서비스 업체답게 젊어요.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기업은 믹스 커피로 알려진 동서예요. 7월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사왔다가 졸지에 최고령 임원진을 거느린 업체에 올랐죠. 임원 나이를 유심히 보세요. 젊은 힘을 가졌는지 완숙한 노련미를 가졌는지 그 회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요.

국내 100대 기업 임원 다수는 서울대 출신이에요. ‘모로가도 서울로 가면된다’라는 말은 옛말이 됐어요. 이제는 ‘모로가도 서울대로 가라’가 더 적합해졌죠. 고려대와 연세대도 후보지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카이스트도 다수의 임원을 배출했어요. 연구·개발(R&D) 고급 인력이 회사 성장과 수익성에 크게 기여하는 추세 때문이겠죠.  

지방 소재 대학의 약진도 두드러져요. 지방 대학에선 부산대 출신 임원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경북대, 전남대, 충남대 출신도 많구요. 이들 모두 지방 거점 국립대학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이는 생산 공장이 지방에 있는 것과 관련이 있을 거예요. 그 지역 연고가 있는 인재를 뽑아 퇴사로 인한 손실을 줄이겠다는 전략이 아닐까요.

이곳이 아니라면요? 전략적일 필요도 있겠어요. 포스코는 포항공대 출신 임원이 많아요. 포스코가 세운 학교인데다 포항제철이 포항에 있는 까닭이죠. 삼성전자는 성균관대, 광운대 출신이 많더라구요. 이 곳 신종균 사장이 광운대 출신이거든요. 성균관대 출신이 많은 것은 삼성재단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대한항공에는 인하대를 졸업한 임원이 다수 포진 돼 있어요. 인하대 이사장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거든요. 학연, 지연이라구요? 아무튼 출신 학교를 통해 맨파워를 가늠해 보세요.

회사들은 임원에게 더 고도화된 지식을 갖추기를 요구하기 시작했어요. 기술 혁신만이 살 길임을 깨달은 거죠. 그러다 보니 100대 기업 임원에 석·박사 출신이 많아요. 박사 학위 임원은 삼성전자 245명, SK하이닉스 48명으로 반도체 업종에 많아요. 석사 역시 삼성전자가 338명, LG전자가 145명이었어요.

고졸과 전문대 출신 임원은 소수예요. 학사와 석·박사 홍수 속에서 실력를 제대로 발휘한 이들이죠. 고졸 출신 임원이 드물다는 건 한국 기업의 편향성을 드러내는 민낯이기도 해요. 혁신을 이끌어냈던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모두 표면적으로는 고졸이예요. 그들이 똑똑해서 그렇다구요? 국내에도 똑똑하지만 고졸이라는 이유만으로 저평가 받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미국은 100대 기업 임원 최다 유학지예요. 경제와 산업의 중심지이자 첨단 IT(정보기술) 메카 같은 곳이죠. 다수의 대학이 다양한 학문에 특화된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도 미국 유학길의 장점이에요. 일본과 영국을 유학한 임원도 적지 않습니다. 특이하게 핀란드에서 공부한 임원도 많아요. LG전자에 그런 임원이 많죠. 핀란드는 LG전자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자사 인재 육성 프로그램과도 연결 되는 곳이라서 그래요.

기업은 이끌어가는 건 결국 사람입니다. 특히 경영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임원을 이해하면 기업을 이해하기 쉬워지겠죠. 앞으로 진행될 기업별 임원편을 주목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