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지역에는 이틀새 4000만원 호가 하락도…조치 가시화되면 파급력 클 듯

 

서울 잠실의 한 종합상가 부동산중개업소에 부동산 매물 시세를 알리는 전단지가 붙어 있다. / 사진=뉴스1

 

 

“8.25 정부대책 발표땐 집값이 오히려 올랐지만 매물 호가는 최근 이틀새 평균 3000만~4000만원은 내렸습니다.”(J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강남 재건축 단지의 대장주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호가는 최근 이틀 사이 4000만원 가량 곤두박질쳤다. 그동안 이 아파트에는 112㎡(구 34평형)를 보유하면 신축 40평형대 아파트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4억원을 환급받는다는 조건에 투기세력이 몰렸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신축 아파트를 최고 50층 높이로 지으면서 이 일대 랜드마크가 될 것이란 기대감에 활기가 돌았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시장 선별적 대응 발언으로 콧대를 낮춘 매물은 쏟아지고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며칠사이 분위기가 돌변한 것이다.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3구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재건축 추진 단지를 보유한 소유주 사이에서 ‘빨리 손 털어야 피해를 덜 본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급매물이 늘어난 때문이다. 이는 지난 13일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집값에 거품 낀 지역을 대상으로 맞춤형 대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강남 재건축 단지 가운데서도 재건축사업 추진 단계 가운데 조합설립인가를 획득한 단지들이 호가 조정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으로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가장 시행 가능성 높은 정책으로 점치고 있다. 이 조치는 조합원 지분 판매 금지를 비롯해 ▲부동산 전매 규제 강화 ▲당첨자 5년 내 청약 1순위 자격 제한 ▲DTI, LTV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다.

이 가운데 조합원 지분판매 금지 등 권리변동을 수반되는 행위 제한 여부는 조합설립인가 여부로 결정된다. 통상 재건축 추진은 재건축 구역지정-조합설립인가-건축심의-사업시행인가-시공사 선정-관리처분총회-관리처분인가-이주 및 철거 순으로 진행된다. 조합설립인가가 났으면 거래가 불가하면서 돈이 묶이고, 반대의 경우에는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같은 강남권 재건축이라도 재건축 추진속도에 따라 조합원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현재 강남3구 가운데 조합설립인가를 획득한 주요 단지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 강남구 대치동 대치쌍용1·2차, 개포동 개포주공 저층단지,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등이 있다.

재건축 사업진행 속도가 빠른 강남구 개포동은 이번 정책 시행의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포시영을 비롯해 개포주공1~4단지까지 총 1만3000세대에 달하는 가구가 이미 조합설립인가 통과는 물론, 재건축의 9부능선이라고 평가받는 관리처분인가를 득한 상태다. 이미 2단지와 3단지는 이주 후 철거 후 분양을 마치기도 했다. 강남구라는 상징성과, 3.3㎡ 당 가격이 전국 최고가라는 점에서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앞서 지난 7월 고분양가 규제 속 3단지(디에이치아너힐즈)가 HUG의 분양보증심사에서 연거푸 거절당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잠실이나 대치동, 반포일대 아파트는 재건축 단지의 규모가 크지 않지 않고 일정도 제각각이지만, 개포는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여 상징성을 갖는다”면서도 “5년 뒤인 2021년이면 미니신도시급으로 신축되는 규모가 큰 곳인 만큼 정책 시행시 타격도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개포주공1단지 M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물을 내놓았던 집주인들이 호가를 1000만~2000만원 가량 내리고 있다”며 “시장이 시행 결정도 되지 않은 정책을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받아들일 줄 몰랐다. 게다가 언론이 부추기니 조심스럽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조합설립인가 단계를 거치지 않은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는 이번 정책 시행 가능성에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일대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아직 시세에도 큰 흐름 변동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부동산투기 규제가 본격 시행되면 시장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윤지해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투기과열지구로 되팔 수 있는 요건이 막히면 장기투자를 싫어하는 투기수요자들의 특성상 선뜻 매수에 나서던 행위가 잠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정부가 한번 제도를 시행하면 단기적 시행이 아니라 장기로 가지 않겠나. 현재는 제도 시행 결정 전이어서 시장 반응이 이정도이지, 결정되고 나면 매맷가 하락을 동반한 파급력은 크고 장기적으로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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