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정상들은 감산 합의 강조…에너지관련 당국·업계는 "감산 없다"

산유국 이해관계자들이 감산에 대해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각 국 지도자들의 입장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다. 다음달 예정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 기대감도 줄어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상들의 감산 합의 발언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꼼수’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 사진=OPEC

 

산유국 이해 관계자들이 감산에 대해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각 국 지도자들의 입장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예정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 기대감도 줄어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상들의 감산 합의 발언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꼼수’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17일(이하 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한 아미르 호세인 자마니아 이란 석유차관이 “제재 이전인 하루 산유량 400만배럴 수준으로 돌아가기 원한다”고 말했다고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날 이란 국영 석유회사인 국립이란석유 알리 카도르 사장도 현재 389만배럴인 하루 산유량을 올해 400만배럴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란 대통령의 감산 동참 입장과 반대되는 발언이다. 4일 이란 국영 통신사 IRNA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전화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국제유가를 올리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산유국의 결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란이 OPEC 감산 합의에 동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러시아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연출했다. 10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세계에너지총회(WEC)에서 “러시아는 OPEC 감산 정책에 동참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비 OPEC 중 가장 많은 원유를 생산하는 국가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 후 감산 기대감을 반영한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하지만 다음날 곧바로 러시아 관계자들은 대통령의 발언과 반대되는 입장을 표명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11일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우리는 생산량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만을 검토하고 있다. 감산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심지어 이고르 세친 로스네프트 최고경영자(CEO)는 감산은 커녕 동결도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OPEC 정책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원유 생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스네프트는 러시아 최대 에너지 국영회사로 러시아 원유 생산 40%를 차지한다.

세계 산유량 3, 4위 국가의 감산 불참은 OPEC 감산 합의 파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OPEC은 11월 오스트리아 정례회의에서 회원국 간 감산 쿼터를 조정할 방침이다. OPEC은 하루 산유량을 3350만배럴에서 3250만~3300만배럴로 줄일 계획이다. 하지만 리비아, 이라크 등 생산량을 늘리기 원하는 국가들이 이란의 불참을 기폭제로 삼아 감산에 합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OPEC 및 산유국 수장들이 국제유가를 올리기 위한 수사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거짓 발언이든 뭐든 국제유가가 오르는 것은 산유국 입장에서 고마운 일이다. 11월 OPEC 공식 회의 전까지 산유국은 감산 합의 기대감을 높이는 발언을 쏟아내 국제유가 최대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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