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9개월째 플랫폼 연동서 시너지 뚜렷…국내외 뜨거운 경쟁상황서 한계도 보여

혁오 밴드가 지난해 11월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15 멜론 뮤직 어워드(MelOn Music Awards)’에 참석해 공연하는 모습.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는 ‘멜론 뮤직 어워드’는 멜론 차트를 기반으로 한 음원 점수 집계와 대중들의 직접 투표 참여를 통해 진행되는 시상식이다. / 사진=뉴스1

 

올해 초 국내 콘텐츠산업계를 가장 놀라게 한 소식은 카카오의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다. 업계 안팎에서는 로엔이 모험을 택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9개월이 지난 현재, 로엔의 모험은 일단 성공을 거둔 모습이다. 카카오 플랫폼과의 연동은 내년까지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시장환경 변화 탓에 로엔의 질주가 끝까지 이어질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18일 콘텐츠산업계와 음원업계에 따르면 로엔이 카카오와의 시너지 전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서 1월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은 IT기업 카카오에 1조 8700억원에 매각됐다. 카카오가 로엔의 지분 76.4%를 사들이는 방식이다. 매각 반년이 지난 3분기부터 카카오와의 시너지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단연 눈길을 끄는 대목은 ID 연동이다. 멜론은 지난달 1일부터 개편된 모바일 멜론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카카오계정 로그인’ 기능을 전격 도입했다. 이 개편 덕에 이제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이용자는 별도 회원 가입 없이 멜론의 음원, 영상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플랫폼을 연동시키는 전략은 로엔이 카카오를 통해 가장 시너지를 크게 내는 방법이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카카오의 점유율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플랫폼이 모바일과 포털, 게임을 아우른다는 점도 호재다. 향후 카카오페이 역시 멜론 결제에 활용될 가능성도 크다.

카카오와의 시너지와는 별개로 최근 멜론 사용자가 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3분기 멜론 유료가입자 수는 380만명이다. 가격 인상 이슈가 있었지만 10% 이상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음원가격 인상에도 사용자가 되레 늘어난 셈이다. 3분기 말 카카오 연동 기능이 추가됐기 때문에 4분기에는 가입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유성만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멜론 고객은 20~30대가 대부분인데 카카오와의 연동을 통해 중년층 고객의 유입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망도 긍정적이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와 멜론 ID 연동을 통해 의미있는 트래픽을 창출하고 있으며, 카카오톡 내 멜론 노출 확대를 통한 유료가입자 성장 및 카카오페이를 통한 비용 절감 역시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로엔의 영업이익이 20% 안팎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빅데이터 역시 성장 발판이 될 수 있다. 로엔은 멜론 모바일 4.0을 통해 개인 맞춤형 음악 추천 서비스인 ‘For U’를 개시했다. 이용자별 감상이력 등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 취향과 장소, 시간, 상황에 따라 음악을 개별추천해주는 서비스다. 로엔은 카카오에 인수되기 전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한 큐레이션 서비스를 활용해왔다.

규모의 차이는 크지만 플랫폼과 빅데이터를 조합한 이 같은 모델은 중국 IT기업 텐센트와 닮아 있다. 텐센트는 위챗(SNS), QQ뮤직(음악), 텐센트 비디오(동영상) 등의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위챗 사용자만 약 9억명에 가깝다. SNS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적으로 연결하는 데 유용한 플랫폼이다. 멜론의 경우 카카오톡이 이런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텐센트 역시 이 같은 플랫폼들을 활용해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하고 있다. 로엔이 음원사용자들의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카카오 품에 안긴 로엔의 모험이 성공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리는 게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의 전망이 반드시 밝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환경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텐센트와 비교할 때 로엔이 가진 한계를 명확히 알 수 있다는 일각의 해석도 나온다.
 

카카오 품에 안긴 로엔의 모험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문제는 앞으로다. 시장환경 변화 등 산적한 현안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 그림=로엔엔터테인먼트

익명을 요구한 콘텐츠산업계 관계자는 “텐센트는 게임-동영상-소설 등 기본적으로 갖춘 콘텐츠가 다양한 상황에서 플랫폼 효과가 극대화됐다”며 “로엔의 경우 (태생적 특성상) 음악에 집중해 가는 건데 음악 하나로는 다른 플랫폼 사용자들까지 흡수하는 건 무리”라고 밝혔다. 결국 아직 음원서비스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소비자들에게만 소구력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해석은 음원산업에 대한 내수시장 위기론과도 맞물린다. 황현준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멜론의 유료 가입자수 순증가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카카오 유저들을 멜론이 흡수하면서 유료 가입자를 일정 부분 더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제한된 국내 시장에서 지난 몇 년 간 보였던 큰 폭의 증가를 지속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냉정히 평가했다.

일단 로엔은 중국 시장을 통해 이를 돌파해나간다는 복안이다. 로엔은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르티비(LeTV)와 조인트벤처(JV)를 만들고 내년부터 중국 현지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말 르티비(Letv)와 제휴했다. 당시 한 연구원은 기자에게 “여러 플랫폼이 뒤섞이면 콘텐츠를 갖춘 로엔이 중국에 진출할 때 자산이 될 것”이라며 르티비와의 제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었다.

다만 여기서도 변수는 텐센트다. 텐센트는 7월 중국 음원 스트리밍 부문 1위 업체인 차이나 뮤직의 지배 지분율을 확보했다. 이미 QQ뮤직을 소유한 텐센트가 중국 현지 음원 스트리밍 시장을 완벽히 장악한 셈이다. 로엔이 중국에서 등에 업은 르티비의 플랫폼 무대는 텐센트에 비하면 넓지 않다.

국내 시장 역시 안심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공룡들의 공세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음원 유료가입자 시장 점유율은 멜론(57%), KT뮤직(21%), 벅스(10%), 엠넷(6%) 순이다.

KT가 통신과의 시너지로 점유율을 계속 늘리는 가운데, 엠넷은 12월부터 CJ디지털뮤직이라는 새 이름으로 무대에 나선다. 앞서 CJ E&M은 음원부문을 물적분할하며 “음악 플랫폼 사업과 관련하여 신설회사는 신규사업 확대, 서비스 경쟁력 제고,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해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로서 전문성을 강화할 것”이라며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여기에 애플 뮤직도 전격 상륙하면서 음원시장은 공룡들의 각축전으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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