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업체 인수하고 태국에는 합작법인…콘텐츠 현지화 넘어 플랫폼 진출 채비

CJ E&M이 베트남 현지 콘텐츠업체를 사들여 CJ 이름으로 재출범시켰다. 태국에서는 현지 방송사업자와 합작법인을 만들었다. 사진은 태국판 '수상한 그녀' 스틸장면. / 사진=CJ E&M

 

CJ E&M이 베트남 현지 콘텐츠업체를 사들여 CJ 이름으로 재출범시켰다. 태국에서는 현지 방송사업자와 합작법인을 만들었다. CJ E&M이 두 나라에서 모두 ‘현지화’에 애쓰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콘텐츠 현지화를 넘어 플랫폼 진출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17일 콘텐츠산업계에 따르면 CJ E&M이 동남아시아 현지 기업들과 연이어 손잡기에 나섰다. 베트남과 태국이 거점 노릇을 하고 있다.

CJ E&M은 베트남 유력 콘텐츠·제작 광고대행사인 ‘블루그룹’을 인수해 ‘CJ블루코프’(CJ Blue Corp)로 재출범 시킨다고 16일 밝혔다. 또 태국 미디어사업자 ‘트루비전스’와 공동 투자를 통해 합작법인인 ‘트루 CJ 크리에이션’을 설립한다는 것도 공개했다. 동남아 진출 거점으로 베트남과 태국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번에 CJ E&M이 인수한 블루그룹은 한해 매출 800억원으로 베트남 3위권 규모 콘텐츠 제작·광고 대행사다. CJ E&M 측은 콘텐츠 기획 제작 노하우와 블루그룹의 현지 경쟁력을 결합해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복안이다. 베트남에서 해외 기업이 베트남 현지 미디어 회사를 인수한 것은 처음이다.

CJ블루코프는 베트남에서 드라마, 예능 등 기존 IP를 기반으로 리메이크작을 만들고 한국 스태프들이 참여해 현지화 된 예능과 드라마 콘텐츠도 제작할 계획이다. 또 스튜디오 등 기반 시설에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태국에서는 합작법인을 만들었다. CJ E&M은 태국 CP그룹 산하 통신방송 계열사인 ‘트루그룹(True Corporation)’의 자회사 ‘트루비전스’와 태국 현지 미디어사업을 위한 합작법인 트루 씨제이 크리에이션스(True CJ Creations)를 설립했다. CP그룹은 한해 매출 60조원으로 태국 재계순위 1위다.

CJ E&M에 따르면 트루비전스는 디지털 지상파 방송 사업자이자, 최대 유료방송사업자(MSP)다. CJ E&M은 합작법인을 통해 태국에서 현지화 된 방송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앞서 CJ E&M은 태국 1위 극장 사업자인 ‘메이저 시네플렉스 그룹’과도 손잡고 영화 투자제작 합작 회사 ‘CJ 메이저 엔터테인먼트를 3월에 설립한 바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베트남, 태국 진출 관련 자료에서 공히 등장하는 ‘현지화’라는 표현이다. 김성수 CJ E&M 대표 역시 “국가별 핵심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현지화 된 콘텐츠를 선보이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bal+Localization)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왜 현지화를 강조할까. 현지 콘텐츠 시장의 특성을 보면 수수께끼가 풀린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박사는 “태국이나 베트남은 해외 콘텐츠 수입에 적극적이면서도 자국 콘텐츠 내수 소비가 큰 곳”이라며 “국내 콘텐츠도 수출하고 현지 콘텐츠에도 투자하는 전략이 유용한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태국의 경우 진출 시기가 적절했다는 분석도 있다. 장민지 박사는 “태국은 워낙 콘텐츠에 개방적인 문화인데다 소비력도 높아 중국기업들도 눈독 들이고 있다”며 “최근 스마트폰 보급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시기적절하게 진출한 것”이라 평가했다.

베트남 시장 전략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CJ그룹의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CGV는 현지에서 베트남 영화 상영편수와 한국영화 상영편수를 동시에 늘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11년 11편에 머물렀던 베트남 영화 상영 편수는 2015년 35편으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한국 영화는 1편에서 16편까지 확대됐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CGV베트남은 여전히 성장세를 이어가며 순항할 전망이라며 “4D플렉스 역시 꾸준한 영업활동을 지속 중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현지 박스오피스 역대 1위 역시 국내 영화 ‘수상한 그녀’의 리메이크작인 ‘내가 니 할매다’이다. 이 영화는 CJ E&M과 현지 업체의 합작영화다.

CJ E&M의 태국·베트남 공략 전략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앞서 CJ E&M과 삼성전자는 6월부터 태국과 베트남에서 TV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서는 CJ E&M의 현지 플랫폼 진출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태국과 베트남에서 CJ E&M의 tving TV 채널 ‘엠카운트다운(M Countdown)’, ‘가창력 끝판왕(Awesome Singers)’, ‘HOT 보이그룹 특집(K-POP Boy group Stage)’, ‘HOT 걸그룹 특집(K-POP Girl group Stage)’ 등 케이팝 채널 4개가 개설됐다. TV플러스는 스마트TV와 인터넷이 연결돼 있으면 각종 프로그램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OTT(Over The Top) 서비스다.

일단 삼성전자의 OTT를 경유하지만 CJ E&M도 결국 자체 플랫폼을 현지화하기 위해 움직일 공산이 크다. 국내 시장 경쟁 격화도 이 같은 움직임을 재촉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CJ E&M은 지난해 11월 (당시) CJ헬로비전의 OTT 티빙을 인수해 디지털 전략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상태다. 티빙은 한국판 넷플릭스를 표방한 동영상 서비스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는 지상파 콘텐츠를 주로 제공하는 푹(pooq), 국내 공략에 공들이는 넷플릭스(Netflix)와의 경쟁 탓에 점유율 확장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역적으로도 중국 외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일본 등 아시아 전역으로 CJ E&M 콘텐츠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콘텐츠뿐만 아니라 채널사업(tvN Asia), OTT 플랫폼(tving) 등 종합 콘텐츠기업 포맷을 범아시아로 확장시키려는 전략을 착실히 실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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