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추구 의심” 비밀정보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김부장 “공익제보 음해말라” 법적 대응 시사

1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내부고발자 김진수(가명) 부장를 상대로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비밀정보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 사진=뉴스1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현대·기아차가 결함차량을 리콜(제작결함 시정)하지 않고 은폐했다”며 관련 자료를 언론에 공개한 김진수(54·가명)​ 현대차 부장를 상대로 '비밀정보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현대차는 김씨가 사측을 상대로 부당한 요구를 했으며, 현대차의 기술노하우가 담긴 자료를 중국에 유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김씨는 “사측이 공익제보자를 상대로 근거 없는 음해를 하고 있다”며 법으로 맞서겠다고 반발, 내부고발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논란1, 비밀보호 서약서 작성 여부

1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가처분 신청서에서 "김씨가 유출한 품질 관련 자료에 설계부터 제조 공정에 이르는 회사의 기술 정보가 그대로 담겨 있다"며 "이는 현대·기아차만의 노하우가 담긴 비밀 자료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에 따르면 김씨는 자필로 비밀보호 서약서를 작성했다. 업무수행 중 취득한 경영상의 정보, 기술상의 정보, 연구개발에 관한 정보 등 영업비밀을 누설하거나 공개하지 않을 의무를 지키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김씨가 이 같은 서약의무를 준수하지 않고 특정 인터넷 사이트와 언론에 회사 내부자료를 그대로 전달했다고 사측은 주장한다. 이에 따라 공익제보와 별개로 중국기업 등 제3 이해관계자가 관련 자료를 입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 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김씨는 지난해 2월부터 9월까지 7개월 간 현대차 품질전략팀에서 근무했다. 김씨는 사측의 리콜대상 차량 은폐 정황을 보고 실망한 뒤, 부서를 옮기려 하자 사측이 일방적으로 비밀보안 서약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17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부서 이동을 요구하자 전략팀이 찾아와 보안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품질문제를 발설할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이었다”며 “서약을 거부하고 결국 부서를 이동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2번에 걸쳐 전략팀 직원이 찾아와 서약을 요구했다. 그 때 우리 조직이 뭔가 숨기는 게 있다고 확신했다”고 밝혔다.

◇ 논란2, 중국으로의 자료유출 여부
 

지난 9월 29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한 카페에서 현대차 리콜은폐 의혹을 제기한 김진수(가명) 부장을 만났다. 김 부장이 언론에 자신의 얼굴을 공개한 건 이번이 최초다. 김 부장은 자신의 공익제보가 당당하기에 얼굴을 감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사진=박성의 기자
현대차에 따르면 김씨는 자신의 상사였던 장모씨의 형사사건과 관련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자료 유출을 확대하겠다고 엄포를 놨다는 게 사측 주장이다.

장씨는 현대차 전직 임원으로, 중국 경쟁사에 자동차 기술과 관련된 영업비밀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돼 최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현재 항소심에 계류 중이다.

현대차 측은 “김씨는 중국에 진출해 근무하려고 생각한다고 일부 인터넷사이트에서 밝힌 점으로 미뤄 무단 유출된 자료를 돌려받지 못한다면 국내 기술이 그대로 중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김씨는 “터무니 없는 이야기”이라며 장씨와의 관계 등에 대해서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김씨는 “현대차가 이렇게(가처분 신청) 하기 위해 주장을 지어내고 있다. 의도가 보이기에 답변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논란3, 공익제보냐 사익 위한 고발이냐

현대차는 김씨가 ‘자료 반환 전 개인적인 요구를 덧붙인 점’, ‘은폐 논란과 관계없는 기술 노하우가 자료에 담긴 점’ 등을 근거로, 해당 자료 유출 목적이 더 이상 공익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김씨가 최근 언론과 인터넷 게시판 등에 공개한 자료는 초기품질 연구 단계에서 나온 것으로 내용 자체가 부정확하다”며 “오히려 이 과정에서 내부 기밀 등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이 판단해 조속히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씨는 사사로운 이익 탓에 제보한 것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김씨가 금전적 이익을 취하려 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공익제보 전 조직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수차례 노력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내부고발을 결심하게 된 것”이라며 “제보 뒤 포상금을 받는 건 문제가 아니다. 다만 돈이 공익제보 1순위가 돼서는 안 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을 찾아간 것도 공정한 기관이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중에 회사를 자랑할 수 있는 성공한 공익제보자 선례를 남기고 싶었지만 회사가 대화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년까지 회사를 다닐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변호사 선임 등도 고려하고 있다”며 추후 대응 방안을 고려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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