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23개 점포 경매 매물로…최저낙찰가 점포는 600만 원대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남부터미널역 앞 국제전자센터 전경. 6차선 도로에 접해 있는 번듯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물건을 쌓아두는 창고로 활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 사진=법원경매정보

 

지하철역 출구에서 도보 1분 거리, 터미널 바로 옆. 최고의 유동인구를 확보한 강남 1급지 상권 굴욕이 이어지고 있다. 저금리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이들이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 눈을 돌려 경매 낙찰가율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갱신한다지만 이곳은 유찰에 유찰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남부터미널 옆 1445-3번지 일대 ‘국제전자센터’ 얘기다.

13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국제전자센터 내 23개 상가가 경매 물건으로 나왔다. 지난해 1년 동안 나온 매물 6건의 4배에 육박한다. 공통점은 매물로 나온 점포 모두 8층 이내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가격은 층수 및 평형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1억 원을 넘는 매물은 단 한 건도 없다. 보통은 감정가의 1/3에 낙찰되는데 지난 7월 한 점포의 가격은 감정가액의 16%인 670만 원까지 떨어졌다. 점포 규모가 4평에 못미칠 정도로 작긴 해도, 1평 당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강남권 시세와 견주어봤을 때 상상도 못할 금액이다.

이 건물은 20년 전인 1997년 대지면적 8235.2㎡(약 2490여 평), 연면적 10만7508㎡(3만2520평)에 지하7층 지상24층 규모로 준공됐다. 지상 2층~지상 8층까지는 디지털카메라와 컴퓨터, 주변기기 등을 판매하는 상점이 자리잡고 있다. 지상9층부터 13층까지는 웨딩홀과 병원이, 14층부터 24층까지는 사무실과 오피스텔이 있다. 입주 당시만 해도 용산전자상가, 강북테크노마트와 함께 대한민국 3대 전자기기 판매 매장으로 꼽혔고 서울에서 손꼽히는 대형 고층빌딩에 속했다.

이곳은 여전히 유동인구 수만 놓고 본다면 어떤 입지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법한 곳이다. 실제 입주 초창기엔 없는 것 빼고는 다 있어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활기가 돌았다. 입주업체 측은 최첨단화 된 IT판매 집합체와 유통시스템의 결합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특히 서초인터체인지 접근성이 좋아 여타 전자상가보다 고속도로 이용이 용이해 배달이 빠르다는 점도 내세웠다.

하지만 입주 20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임차인을 찾지 못한 임대인은 서둘러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거래가 쉽지 않다. 특히 이 빌딩의 간판 격인 2층~8층 전자기기 판매 점포들의 매출 타격이 커지면서 빌딩 전체 공실은 더욱 늘었다. 일부 층은 손님보다 점포 관계자가 더 많은 수준이다. 그만큼 비어있거나 큰 천막으로 가려둔 점포를 쉽게 볼 수 있다.

상권이 침체된 이유는 시대 변화와 무관치 않다. 인터넷 최저가 주문과 당일배송망 구축에 따른 총알배송이 보급화되다보니 찾을 이유가 없어졌다. 결국 강남 1급지 상권의 입지 조건을 갖췄음에도 최근의 소비‧유통 트랜드 변화로 명함도 못내미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같은 빌딩 내에 입주해있는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자제품의 경우 모델명만 알면 인터넷으로 다 살 수 있는 시대가 되다 보니 상권이 많이 침체됐다. 이 건물 전체는 용도가 판매시설이지만 가치가 하락하면서 개인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나 창고를 구하는 사람들이 물건을 쌓아두는 등의 용도로 저렴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경매아닌 일반 매매물건도 3000만원 수준이고, 월세의 경우 보증금 200만원에 월 10만원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관계자인 B씨는 “공실이 많지만 황금입지인 만큼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회사보유분의 경우 일부러 임대를 안하고 있는데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국내 대형 유통사가 입점하는 방식의 통임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국제전자센터 내부 / 사진=노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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