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리·신현우 "보고 받은 적 없다" 주장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공판에서 가해 기업의 고의성 여부와 함께 다뤄지는 주요 쟁점은 관계자 간 책임 소재이다. 각 보고 체계에 따라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뤄졌는지가 책임의 무게를 판가름할 핵심이다. 이와 관련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최대 가해 업체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에서 이뤄진 주간회의의 실체가 공판 과정에서 주목받았다.

 

옥시 피고인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신현우 전 옥시 대표와 김아무개 연구소 팀장, 최아무개 선임연구원이 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7월 추가 기소된 존 리 옥시 전 대표도 이들과 함께 재판을 받으며 책임 여부를 다투고 있다.

 

◇ 신현우 "내게 보고했다 확신할 수 있나"고 따져

 

“내게 보고했다 확신할 수 있나.

 

824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공판의 증인 심문 과정에서 신 전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를 잡았다. 검찰 진술 과정에서 대질 심문이 가능하지만 재판에서 피고가 증인에게 직접 질문하기는 이례적이다.

 

이날 옥시 선임연구원 최씨가 증인으로 나섰다. 그는 신 전 대표와 함께 구속된 피의자다. 공판 검사는 최씨 약력을 소개한 뒤 상급자가 누구인지 물었다. 최씨는 연구소장 김씨와 함께 신 전 대표를 지목했다신 전 대표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소비자 클레임과 제품 원료 변경 등을 보고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증인들 증언에 따르면 신 전 대표가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컸다. 당시 마케팅 직원 신아무개씨는 재판에 참석해 “마케팅팀은 임원과 선임부장, 파트별로 4~5팀으로 구성됐는데 마케팅 상급자는 신 전 대표"라고 증언했다. 

 

신씨는 정보기술(IT) 비즈니스팀과 고객만족센터가 인터넷 상 소비자 클레임을 ​관리했다승인 절차는 담당부서가 취합해서 주간보고(위클리미팅)에서 보고했다”며 소비자 클레임은 따로 모아 문제 사례, 보상 금액을 승인했다. 특히 보상 건은 대표이사가 관련 회의를 주재했다고 말했다.

 

신 전 대표 변호인은 증인에게 대표에게 직접 보고했는지 물었다. 증인은 “그건 아니지만 결국 전결권자는 대표이사라고 답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사실 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재판 일러스트 / 일러스트=시사저널e

◇ 증인 주간회의서 대표이사에게 보고

 

95일 존리 옥시 전 대표 재판 병합 진행됐다. 존리 전 대표가 공소 내용이 동일한 신 전 대표와 함께 재판 받기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리 전 대표는 913일 공판에서 영국 래킷벤키저 아시아 담당이 의사결정했고 지사장은 최고 운영책임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소비자 클레임과 유해성 검증 여부에 대한 외부 문의 등은 각 부서가 전결로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존리 전 대표 주장과 달리 증인으로 나온 회사 관계자들은 주간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안건을 대표이사에게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옥시 전 마케팅팀 전아무개씨는 존 리 전 대표가 최종 승인해야 옥시 연구소 의견을 바꿀 수 있다고 증언했다.

 

아이에게도 안심’이란 문구 사용도 존리 대표가 결정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마케팅팀은 당시 연구소에 제품 용기를 바꾸는 과정에서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무해등 기존 문구를 넣어도 되는지를 문의했다. 선임연구원 최씨는 화학물질이라 갓난아이에게 유해할 수 있다며 이 문구 사용에 반대했다.

 

얼마 뒤 연구소가 문구 사용에 동의했고 옥시는 기존 문구를 그대로 뒀다. 옥시 전 마케팅 직원 전 씨는 연구소가 반대하면 마케팅팀이 마음대로 라벨을 사용할 수 없다옥시 연구소장 조씨가 의견을 바꿨다면 존리 대표 지시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존리 전 대표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결국 마케팅팀이 최종 결정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전씨는 "연구소 의견을 무시하고 마케팅팀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증언했다. 

 

존리 대표 변호인은 라벨 변경은 부분 수정과 전면 수정으로 나뉜다. 이 경우는 문구 하나만 추가하는 부분 수정이다. 대표이사에게 보고하지 않은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전씨는 부분 수정과 전면 수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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