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수주난에 희망퇴직으로 노사 갈등 격화…‘나아진 올해’ 외쳤던 정 사장 청사진 ‘물거품’

대우조선이 지난 7일부터 생산직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정성립 사장이 책임경영을 회피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은 정성립 사장이 지난달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 사진=뉴스1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지난 3월 내놨던 ‘5000억 흑자달성 및 무(無) 인력구조조정’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 대우조선은 올해 해양플랜트 부문 수주 실적이 ‘제로(0)’를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 탓에 대우조선은 창사 이래 최초로 생산직을 포함한 10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정성립 사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노조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사측이 희망퇴직 계획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파업카드를 빼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정성립 사장이 연초 내놓았던 무리한 예언이 화(禍)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조선은 지난 7일부터 1000명 규모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희망퇴직 대상에는 창사 이래 최초로 생산직이 포함됐다. 사무직은 10년 이상 재직자, 생산직은 사무직의 차장, 부장에 해당하는 기원, 기감이 희망퇴직 대상이다. 생산직 중 기정(과장급) 이하는 본인이 원할 경우 희망퇴직 신청이 가능하다.

대우조선 측은 사무직, 생산직의 희망퇴직 목표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생산직 인건비 규모가 사무직에 비해 큰 만큼, 생산직에 대한 희망퇴직 비중을 높게 책정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우조선 노조는 10일 “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해 희망퇴직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경영진의 책임있는 행동이 전제되지 않은 것”이라며 “희망퇴직에 분명히 반대하며 이는 구성원들의 일터를 빼앗는 행위라고 보고 다양한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이 노조 반발해도 불구하고 인력 감축을 단행하는 이유는 예년보다 악화된 업황 탓이다. 대우조선 올해 수주실적은 지난달까지 유조선 6척과 LNGC 2척 등 총 8척에 그친다. 수주액은 특수선 1척을 합쳐도 9억8000만달러에 불과하다. 해양플랜트 부문 수주는 전무하다.

정성립 사장이 올해 목표로 내걸었던 '선박 60억달러, 해양 40억달러, 특수선 8억달러 등 총 108억달러 실적달성'은 사실상 요원해졌다. 이에 정 사장이 지난 3월 내놨던 장밋빛 예언 일체가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 사장은 지난 3월 10일 서울 다동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5조50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났는데, 가장 큰 요인은 해양사업부문에서의 대규모 손실이었고, 다음은 풍력 등 신사업 투자손실, 세 번째는 장기매출채권 및 계열사에 대한 지원 과정에서의 위험관리부문 실패였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이런 요인들이 모두 해소됐다”고 말했다.

이어 신사업 투자손실과 관련해서는 이미 풍력사업과 골프장 등 비주력사업을 거의 정리해 리스크 요인을 없앴고 위험관리부문에서 실패했던 부분도 모두 개선됐다며 “1분기부터 적자 요인이 없어 확실하게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 사장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를 최소 5000억원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당시 희망퇴직 등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그는 “올해 해양 프로젝트 9기를 인도하려면 상당한 인력이 필요하고, 지금으로서는 인력 구조조정이 힘들다”면서 “다만 매년 연말 저성과자를 중심으로 소규모씩 조정이 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사장의 예언은 6개월 뒤 모두 엎어졌다. 대우조선은 올해 상반기 1조189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부채 비율은 7000%를 넘어섰다. 대우조선은 이르면 이달 말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데, 소난골 드릴십 인도 등이 지연되고 있어 전망은 부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구안은 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진행해야 하는데 정성립 사장이 애초부터 턴어라운드 같은 무리한 전망을 내놓은 게 화근”이라며 “인력감축 등은 연초에 털고 갔어야 하는 문제다. 말을 (상황에 따라) 뒤집으면 노조 신뢰를 받을 수 없고, 만약 파업사태까지 촉발된다면 리더십에 큰 금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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