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다해 몸에 좋고 맛있는 요리로 감동 주는 리더십

 

불도장은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꽤 유명한 중국 요리다. 하지만 불도장과 관련해 전설처럼 전해지는 내용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다.

 

먼저 불도장의 유래가 그렇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수행하던 스님이 담장 너머 풍기는 맛있는 냄새에 끌려 더 이상 식욕을 참지 못해 담장을 뛰어 넘어 음식을 먹고는 파계했다는 것이 유래의 골자다. 그래서 이름이 부처 불(佛), 뛰어넘을 도(跳), 담장 장(墻)자를 써서 불도장이 됐다는 것인데 실제 그런 일은 없었다. 요리 맛에 반한 손님이 지은 시에서 비롯된 문학적 표현일 뿐이다.

 

잘못 알려진 또 다른 사실은 청나라 황제가 즐겨 먹은 여름철 보양식이라는 말이다. 불도장은 중국 황제는 구경도 하지 못했던 음식이다. 역사가 기껏해야 120년을 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청나라 마지막 황제가 자금성에 머물고 있을 때까지도 불도장은 베이징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먼 지방의 특산물 요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 불도장에 관한 전설 대부분은 마케팅용으로 만들어낸 광고, 내지는 유명 요리에 덧칠해진 허구일 뿐이다.

 

그렇다고 불도장이 별 볼일 없는 요리라는 소리가 아니다. 오히려 불도장은 CEO라면 한번쯤 먹어보고 의미를 되새겨야 할 가치가 있는 음식일 수 있다. 다만 주의를 기울여 음미해야 할 부분은 과장되게 표현된 맛이 아니라 불도장에 담긴 정성이다.

 

불도장은 중국 남부 푸젠성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청나라 말 푸젠성의 금융기관인 관은국(官銀局) 책임자가 상급 관청의 관리를 대접하려고 만든 요리가 불도장의 기원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현지 은행 CEO가 감독관을 접대하려고 개발한 요리다. 때문에 좋다는 재료는 몽땅 동원해 한번 맛보면 감동 받을 만큼 몸에 좋고 맛있는 최고의 요리를 만들었다. 정성을 다한 만큼 결과는 대만족이었다고 전해진다.

 

이후 요리를 만들었던 관청소속 요리사가 독립해 음식점을 차린 후 대중에게 요리를 선보였다. 요리 이름이 처음에는 복 받고 오래 살라는 뜻에서 복수전(福壽全)이라고 했다가 손님이 지은 시가 마음에 들어 불도장으로 바꿨다.  

 

이런 불도장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등소평 덕분이다. 미중 수교 과정에서 샥스핀과 마오타이, 북경 오리구이 등 음식외교로 재미를 본 중국이 1980년대 중반, 그때까지만 해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요리인 불도장을 발굴해 중국을 방문한 주요 외국 정상의 만찬 자리에 내놓았다. 이 무렵 수많은 국빈이 중국을 방문했지만 불도장을 먹은 정상은 단 세 명뿐이었다. 1984년 중국을 찾은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시아누크 캄보디아 국왕 그리고 1986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다.

 

캄보디아 국왕이 뜬금없이 왜 포함됐을까 싶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중국 지도자와의 친분 때문이 아니라 미국에 맞서는 중국의 동쪽 방어막이 북한이라면 서쪽 완충지역이 캄보디아다.

 

등소평은 왜 이들 세 명에게만 불도장을 대접했을까. 혹시 불도장으로 상급관청 감독관을 구워삶아야 했던 푸젠성 금융기관 CEO처럼 등소평의 불도장에도 개혁개방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절실한 그의 속마음이 담겨 있었던 것이 아닐까. 

 

물경소사(勿輕小事), 큰일을 이루려면 작은 일도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뜻이다. 불도장에서 진짜 음미해야 할 것은 맛이 아니라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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