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이어 넷플릭스 인수설까지…TV 시청환경 변화 따른 위기 돌파 모색

콘텐츠산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콘텐츠기업 월트디즈니를 둘러싼 M&A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 사진=셔터스톡 Liudmila Kotvitckaia

 

월트디즈니(이하 디즈니)가 다시 M&A 시장의 큰 손이 될까. 일단 트위터와 넷플릭스 인수설이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분위기는 조성된 모습이다. 디즈니의 영화 사업은 여전히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다만 TV 시청 환경 변화가 만든 위기감이 디즈니의 돌파구 모색을 재촉하는 분위기다. 중국 완다의 급성장도 향후의 위험요소다.

10일 콘텐츠산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콘텐츠기업 디즈니를 둘러싼 M&A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미국 블룸버그통신(Bloomberg) 등은 디즈니가 트위터 인수전에 나섰다고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특히 밥 아이거(Bob Iger) 디즈니 CEO의 대담함이 이 같은 선택을 가능케 하리라는 전망도 내놨다. 앞서 밥 아이거 CEO는 픽사(Pixar)와 마블(Marvel), 루카스필름(Lucasfilm) 인수도 실행한 바 있다. 이들 세 기업을 사는 데만 155억달러(약 17조 2400억원)가 쓰였다.

트위터 인수설이 보도된 지 2주가 지난 현재까지는 구체적인 협상소식이 업계에 전해지지 않았다. 되레 미국 IT전문매체 리코드(Re/code)와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가 연이어 디즈니가 인수전에서 뒤로 빠졌다고 보도했다. 현지의 복수 매체를 통해 디즈니의 인수 참여 자체는 사실인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리코드와 CNBC는 트위터 인수설이 제기된 구글과 애플 역시 인수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시가총액(약 160억달러~170억 달러)에 비해 트위터 측이 지나치게 높은 매각가를 원하는 게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디즈니를 둘러싼 M&A 소식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디즈니가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인 넷플릭스 인수 가능성이 있다고 이달 3일 보도했다. 영화부문에 비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TV네트워크 부문에 활력소를 넣기 위해서다. 디즈니의 TV네트워크에는 1980년대에 인수한 ESPN과 ABC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다만 넷플릭스 인수 역시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소식을 보도한 블룸버그 역시 “넷플릭스가 매각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고 전제를 덧붙였다. 팔 마음이 없는데 사려는 사람이 줄을 서 기다린다는 얘기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최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 때문에 반드시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는 9월부터 넷플릭스 플랫폼 상에서 디즈니의 콘텐츠를 독점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세계 최대 영화스튜디오를 갖춘 디즈니에는 마블과 픽사, 루카스필름 등이 속해 있다.

그렇다면 디즈니를 둘러싼 M&A 소식이 계속 거론되는 이유는 뭘까. 궁금증을 해소할 고리는 지난해 8월 밥 아이거 CEO의 공개석상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밥 아이거 CEO는 ESPN의 가입자수가 감소세에 접어들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유료 케이블 TV 가입자가 가입 해지 후 IPTV 등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코드커팅'(Cord-Cutting) 현상 때문이다. 

 

실제 ESPN은 지난해 말 대대적인 인력감원 계획도 밝혔다. 디즈니의 수익 구조 중 TV부문은 거의 절반에 이른다.

 

지난해 8월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CEO는 ESPN의 가입자수가 감소세에 접어들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유료 케이블 TV 가입자가 가입 해지 후 IPTV 등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코드커팅'(Cord-Cutting) 현상 때문이다.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홈페이지

 

따라서 디즈니발 M&A에서 우선 신경 써 살펴야할 점은 TV산업계의 지각변동이다. 이미 TV시청환경이 모바일로 바뀌고 있는 상황도 위기를 부채질한다. 세대가 거듭될수록 이 같은 경향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미디어학계 일각에서는 이미 ‘포스트 텔레비전 시대’가 왔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결국 관건은 TV 콘텐츠를 생산하는 매체들이 TV 이외의 새 플랫폼을 가질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국내 방송사 관계자도 한 강의 자리에서 “현재 수출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궁극적 목적은 글로벌한 자기플랫폼을 갖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시장구조가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공급하는 OTT(Over The Top)에 의존하게 되면 방송사업자에겐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해외업계에서도 넷플릭스와 드라마피버에 의존하는 걸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전통 방송사업자 입장에서도 모바일 플랫폼과 OTT 등 새 시장 공략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디즈니가 TV사업부문 돌파구 모색을 위해 SNS 강자인 트위터와 OTT의 원조 격인 넷플릭스 인수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얘기다.

영화 부문 역시 안심할 수 없다. 중국 완다그룹의 공세가 디즈니 안방에까지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완다는 올해 1다크 나이트시리즈와 ​인셉션​, ​인터스텔라​를 제작한 미국 레전더리 픽쳐스(Legendary Pictures)를 약 4조원에 사들였다. 앞서는 AMC 등 미국 극장체인들도 사들였다.

 
디즈니가 9월부터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기로 한 것도 위기감을 방증한다. 위기를 대비한 교두보 마련이라는 분석도 있다. 디즈니가 넷플릭스에 공급하는 콘텐츠는 자체 제작한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 영화다. 사실 디즈니 영화부문 성적은 좋다. 콘텐츠 경쟁력이 여전히 업계 최고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만 해도 ‘주토피아’와 ‘캡틴 아메리카’가 전 세계 영화시장을 휩쓸었다. 디즈니에 따르면 캡틴아메리카는 전세계 개봉 24일만에 흥행수익 10억 달러(약 1조 1100억원)를 넘겼다.

이 때문에 디즈니의 노림수는 자기플랫폼을 갖는 데 있기보다 기존 유력 플랫폼에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얹는 데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콘텐츠산업 전공 학자는 디즈니는 미리 만들어진 플랫폼에 자신들의 콘텐츠를 중계하거나 공유하는 형태의 채널 구축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트위터와 넷플릭스 인수설이 동시에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트위터는 공유에 넷플릭스는 중계에 방점이 찍혔다는 얘기다.

 

이 국면에서 완다는 무서운 공세로 치고들어오고 있다. 완다는 앞으로 미국 영화 스튜디오를 추가로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무산됐지만 파라마운트 인수전에도 뛰어들었었기 때문이다. 완다가 미국 내에서 제작사와 극장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면 디즈니 영화 사업 역시 새로운 경쟁국면에 직면하게 된다. 이래저래 디즈니가 M&A 시장에서 발이 빨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미 완다와 월트 디즈니는 중국에서 테마파크를 연이어 열고 정면경쟁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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