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의 최대 분양물량에 근거…지역별 양극화, 대규모 미분양 우려 목소리도

최근 건설, 주택사업 연구기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10월 건설경기가 전월 대비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 10월 예정된 대규모 아파트 분양물량이 건설업계가 건설경기는 물론 실적개선을 기대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 하반기 '마지막 분양시장 막차'를 타기 위해 건설사들이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다만 분양시장이 연말에도 순풍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은 '속단'이란 의견과 대규모 입주물량으로 인한 미분양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7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10월 전망치는 88.1이다. 이는 지난 8월(76.4)과 9월(79.8) 전망치 대비 높은 수치다. HBSI는 주택공급 주체들의 주택사업 경기 체감수준을 묻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제작된다. 건설사들이 생각하는 주택사업 경기를 수치화했다. 전망치가 높아지면 건설사들이 전월보다 체감경기를 더 긍정적으로 전망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른 연구기관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건설사들의 10월 경기개선 기대감이 나타난다. 대한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하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 10월 전망치는 82.8이다. 이는 지난 9월 실제 실적치인 78.6 대비 5.6포인트 높은 수치다.

올 10월 예정된 막대한 분양물량이 건설사들이 건설경기 개선을 기대하는 근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0월 전국 아파트 분양예정 물량은 9만6855가구다. 이는 2000년 이래 16년 만에 최대 규모. 전월(2만3293가구) 대비 315.8% 증가한 수치. 이는 청약열기가 극에 달한 지난해 동기 6만4681가구 대비 49.7% 증가한 물량이다.

분양물량 증가로 건설업계는 자사 실적개선도 전망하고 있다. 분양물량은 청약접수 후 단기간 내 착공에 들어간다. 착공시 공사공정에 따라 받는 대금은 건설사의 매출로 전환된다. 최근 서울에서 올해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가 나오고 있다. 분양물량이 정상적으로 소화되면 주택부문에서 높은 매출액을 기록할 가능성을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에서 (8.25 가계부채 대책 등으로) 중도금 대출을 규제할 계획을 세우는 등 부동산 시장을 조이고 있다. 또한 주택시장도 서울, 수도권 정비사업 외엔 하향기로 접어드는 수순”이라며 “부동산 시장 열풍의 막차를 타기 위해 (건설사들이) 물량을 푸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8.25 가계부채 대책을 필두로 부동산 시장 옥죄기에 들어가고 있다. 아울러 중도금대출 보증건수 제한, 중도금 대출 부분보증​, 택지공급 제한 등 당초 계획한 대책 외에 추가 규제책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정부와 한국은행 등 관계 기관이 모인 '제47차 거시경제금융회의' 이후 정부는 집단대출에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여부를 검토하는 상황이다. 건설업계가 정부의 추가 규제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기 전 조기에 연내 분양물량을 해소하려는 큰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분양시장의 국지적 양극화에 따른 국지적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근 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 시장이 상반된 움직음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수도권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1월 대비 각각 1%, 1.9% 올랐다. 하지만 지방은 같은 기간 마이너스 0.5% 성장률을 보였다. 지역별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건설사들의 대규모 분양물량을 시장이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없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황은정 연구원은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10월 HBSI 전망치가 120.5, 103이다. 지방 HBSI 82.3과는 격차가 존재한다”며 “상황변화에 따라 건설사들의 분양실적 체감치가 변화할 수 있다”며 “장기적 시각에서 접근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신중한 의견을 냈다.

 

또한 건설사들의 대규모 밀어내기 분양물량이 부동산 경기침체로 이어질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정부는 앞서 2008년 연내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포함한 부동산 대책을 예고했다. 이에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대규모 분양에 나섰다. 2008년 한해 동안 입주물량이 32만 가구에 이르렀다. 대규모 입주물량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겹쳐 아파트 가격하락과 맞물려 최악의 미분양 사태로 이어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7~2018년 2년간 아파트 입주가구가 76만 가구에 이른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가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이 지난 2008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2008년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건설사들의 대규모 밀어내기 분양으로 미분양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며 "최근 빚을 내 아파트 분양권을 매입하는 수요자가 많은 상황이다. 공급과잉으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 과거와 같은 전철(대규모 미분양 사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동월 분양물량 및 전월 대비 10월 분양예정물량 비교 / 자료=부동산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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