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당국 심의 안 끝나면 동시방영 어려워…방송사 SBS도 제작사도 난감

지난해 11월 30일 오전 강원도 강릉 씨마크호텔에서 열린 '사임당, the Herstory'(이하 사임당) 기자간담회 모습. 당시 기자회견장에는 송승헌과 이영애를 취재하기 위해 모인 250명의 국내외 취재단들로 가득찼다. 하지만 모든 촬영이 끝나 편집까지 마친 지금 시점까지도 이 드라마의 편성은 확정되지 않았다.

배우 이영애가 복귀작 촬영을 끝내고도 막상 브라운관에는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그의 복귀작에 대한 중국당국 심의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심의가 끝나지 않으면 한‧중 동시방영은 어렵다. 문제는 이 사건이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는 데 있다. 사실상 ‘중국리스크’가 도졌다는 시각도 있다.

6일 콘텐츠산업계에 따르면 한류스타 이영애의 복귀작인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 편성이 미뤄지고 있다. 당초 사임당 방영 예상 시기는 올해 9월~10월이었다. 하지만 10월 6일 현재까지도 편성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

이유는 중국 광전총국 심의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사드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해외 제작 콘텐츠 공개에 앞서 사전에 심의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그런데 심의를 받기 위해서는 전체 촬영분을 제출해야 한다. 심의 기간도 수개월이 걸린다.

문제는 이 심의기간 동안 국내 방영이 자의반타의반 금지된다는 점에 있다. 국내 방영 기간 중 웹하드 등을 통해 불법 복제물이 중국시장에 유통될 가능성 때문이다. 실제 유통이 현실화되면 수출단가가 크게 떨어진다.

한 지상파 방송사관계자는 “사전심의 전에는 드라마 가치가 높지 않아도 회당 7~8만달러 받았는데 사전심의 들어오고 1~2만달러로 떨어졌다. 그래서 사전제작이 시작된 거다”라고 말했다. ‘태양의 후예’ 역시 정확히 이 과정을 거쳤다. 태양의 후예는 회당 25만달러를 받았다. 이후 ‘피노키오’가 28만달러를 받아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이런 배경 탓에 사임당에 대한 사전심의 연기는 치명적이다. 일단 SBS 측은 중국당국 심의가 끝나자마자 편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심의결과가 언제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 역시 중요하지만 국내 광고수익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편성 자체가 확정이 안 된 탓에 광고판매에 적극 나서기가 어렵다. 결국 중국 심의를 이유로 본격화 된 국내 드라마 사전제작 시스템이 되레 중국 리스크 탓에 딜레마에 처한 셈이다.

제작사 측 역시 쉽게 국내 방영에 합의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제작비 상당분을 회수할 수 있는 중국시장 수익에 막대한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드라마 수출시장이던 일본에서 국내 드라마의 단가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점도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배경이다. KBS에 따르면 태양의 후예는 일본에 10만달러 초반대 가격으로 수출됐다. 중국수출 단가의 절반이다.

이 때문에 제작업계 내에서도 우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태양의 후예’를 제작한 서우식 콘텐츠W대표는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에 출연해 “태양의 후예가 지금 수출됐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끔찍하다. 심의 자체가 안 나왔을 거다. 중국시장이 제작비의 새 자원이었고 시장을 넓히는 수단이었다. 그 덕에 드라마 퀄리티도 높일 수 있었는데, 이게 불안해져서 리스크가 되면 큰 드라마를 기획 못하게 되는 거다”라고 밝혔다. 실제 태양의 후예 제작비는 회당 8억 5000만원을 넘는다. 다른 드라마 제작비보다 2배 이상 높다.

이번 사건의 파장이 드라마 수출 제한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류산업 내에서 드라마의 위상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수출 장르를 다변화했지만 결국 돈을 벌 수 있는 콘텐츠는 드라마뿐”이라며 “다큐멘터리의 경우 수익기여보다는 브랜드 가치 때문에 수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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